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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Entertainment 연예

지친 소녀시대, 혹사당하는 우리시대 아버지들과 닮았다

by 자이미 2010.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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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촬영 중간 쉬는 시간 넋 놓고 있는 소녀시대의 사진을 보며 드는 생각은 그녀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였습니다. 피곤에 지쳐 쓰러질 수는 없고 다음 촬영을 위해 잠시 쉬는 그 시간 그녀들은 정말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방전된 에너지를 채우고 있었을 듯합니다. 우리시대 아이돌이란 무엇인가요?

혹사당하는 아버지들과 닮은 아이돌들



경기불황이 깊어지며 더욱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아버지들은 과거보다 오랜 시간 일터에서 일을 해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임금은 동결이거나 삭감되는 상황에서 노동 강도는 높아만 가고 불만을 토로하면 바로 대체 인력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함부로 불평도 할 수 없는 그들은 노예나 다름없습니다.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이 늘어가고 수시로 해고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에 의해 재벌들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재벌들은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보호받는 존재임을 우린 여러 사건들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10만원을 훔쳐도 범죄자로 감옥에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수 조원을 횡령해도 떵떵거리며 회사에 다시 돌아와 국가의 명운을 들먹이는 존재도 상존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법 앞에 모든 이들은 공평하다는 말은 가진 자들에게만 의미 있는 사어가 되어버린 지 오래인 상황에서 약자인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만 합니다. 

가족과의 따뜻한 삶도 포기한 채 자신의 모든 것을 회사에 바쳐도 결국 돌아오는 것은 박봉에 명퇴라면 그들의 인생은 과연 무엇을 위한 삶이었을까요? 가족과 함께 해야 할 소중한 시간들을 회사를 위해 포기해야만 했던 그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젠 모두 성장해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가정에 그들의 자리는 없습니다. 덩그러니 방치되어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낙오자가 되어버린 우리시대의 아버지(노동자의 총칭)들은 가장 외롭고 힘든 존재입니다. 

이런 아버지들의 슬픔과 고통을 간혹 아이돌들에게서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들의 인기라는 것이 한때이기에 인기를 얻은 순간부터 그들에게 24시간은 모두 회사에서 마련한 온갖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존재할 따름입니다. 어디인지도 모른 채 지쳐 잠든 사이 도착한 공연장에서 기계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다시 다음 장소로 가는 그들에게 어느 순간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꿈은 현실 속에서 꿈을 가장한 잔혹한 노동임을 깨닫게 됩니다. 
소녀시대는 걸 그룹으로서 앨범 수록곡의 홍보에 매진하고 라디오 디제이로 혹은 버라이어티 녹화로 그리고 뮤지컬로 정신없이 자신을 소비하게 만드는 생활 속에서, 각자가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의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현재 존재하는 것은 '너희들이 원해서 하는 삶인데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하라'는 채근만이 존재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너무 많고 복잡한 스케줄을 맞추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었습니다. 정말 목숨을 걸고 일을 해야 하는 그들에게 화려함이란 무대 위에서 보여 지는 것이 전부였지요.

그렇게 노력한만큼 그들에게 많은 것들이 주어진다면 좋겠지만 초기 비용이 과다하다는 논리 속에 당연히 돌아오는 열매도 모두 소속사의 몫으로 돌아갈 따름입니다. 노예계약이라 알려진 불합리한 계약서는 그들에게는 독이든 성배나 마찬가지일 뿐이지요. 

이 시대 아이돌들은 겉만 번지르한 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자신의 재능을 기획사를 위해 사용하는 곰이나 다름없습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지만 돈을 때 놈이 벌어간다고 그들은 그저 허울만 좋은 스타일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반복되며 끊임없이 벌어지는 소속사와 연예인들 간의 비합리적인 노예 계약서 문제는 여전합니다. 아니 좀 더 정교해지며 복잡해지는 수학공식처럼 보여 지는 것과 실질적인 것에 대한 셈법은 더욱 갑에게 유리하게 다듬어질 뿐입니다. 

항상 깜찍하고 밝게 웃기만 하던 소녀시대가 사진 속에서 왠지 모를 표정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 그녀들은 노동으로 피곤한 우리 아버지들의 멍해져버린 표정과 닮아 있었습니다. 소녀시대만 그럴까요. 이 시대 새로운 노동자인 어린 아이돌들은 거대 기획사에 의해 앵벌이를 나서는 것처럼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게 일을 하러 다닙니다. 

오랜 시간 연습생이란 배고프고 아픈 시절을 견디고 비로소 화려한 무대에 오른 그들은 길어야 3, 4년 인기를 유지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팬들의 시선에서 사라집니다. 그렇게 잊혀진 자리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그들에게 화려한 시간들은 오히려 독으로 돌아올 뿐입니다. 20대에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고 일찍 실직자가 되어버린 그들이 사회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힘들게 입사한 회사에 적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우리의 아버지들도 어느새 중년이 되어 대부분은 그 회사가 아니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포로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도저히 그 울타리를 나와 다시 시작하기 두려운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부당한 요구도 받아들이며 자리를 보존하려 노력합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남아 있다면 다행이지만 한창 일해야 하는 나이에 명퇴라는 이름으로 쫓겨난 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사회에 내던져진 어린 양과 같을 따름입니다. 승자독식 사회에서 점점 가진 자들만을 위한 사회에서 남겨진 다수의 노동자들은 그들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할 따름입니다. 

피곤에 지친 소녀시대의 사진을 보며 우리 시대 한없이 피곤하고 힘겨운 아버지들의 말 못할 아픔들을 느끼게 됩니다. 그녀들의 알 수 없는 눈빛 속에는 무엇이 담겨져 있었을까요? 자신들이 받고 있는 화려함 뒤에 한없이 외롭고 두려운 그들의 미래에 대한 말할 수 없는 힘겨움이 숨겨져 있는 듯해 안타깝기만 합니다. 

거대 기획사에 의해 돈 버는 기계가 되어버린 우리시대의 아이돌들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상사의 눈치 회사의 방침에 노심초사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우리시대 노동자들은 닮아 있었습니다.
기업인들은 법정 공휴일이 너무 많아서 자신들의 손해가 많다 합니다. 대체 공휴일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대체 휴일을 가지게 되면 수 조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가족들은 가장이 집에서 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말도 안 되는 통계와 논리로 노동자들을 희롱하기만 합니다.(후+ 4월 1일자 방송 내용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노동 시간을 가진 대한민국은 효율성과 상관없이 전근대적으로 노동 시간만 많아야 한다는 가진 자들의 아집 때문에, 가정은 깨어지고 깨어진 가정은 국가의 안정성만 흔들리게 할 뿐입니다. 아이돌은 어쩌면 대중문화 전반에 새로운 힘이 되어줄 인재들입니다.

그런 인재들을 단순히 돈벌이에 눈이 멀어 완전히 방전되어 버릴 때 까지 방치하는 것은 대중문화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겠지요. 특수한 범주에 속한 연예인들도 거대 기획사에 속해있는 노동자일 뿐입니다. 그들에게도 적절한 휴식은 절실해 보입니다.

상사 눈치안보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날들은 올까요? 그럼 퇴사하고 영원히 쉬라고요?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워낭을 단채 피곤한 몸으로 소수의 가진 자들을 위해 일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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