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고 쿨하게 이별을 하겠다고 하지만, 말과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아이유의 마지막 장면에서 애써 눈물을 참으려는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3달 동안 행복했던 시청자들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청정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효리네 민박>은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으니 말이다.
관찰 예능의 새로운 기준;
효리네 민박이 보여준 솔직 담백한 이야기는 그 자체가 행복을 선사했다
실제 촬영 일은 보름이지만 우리에게는 석 달 동안 그들과 함께 제주라는 그 공간과 함께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과하지 않은 하지만 그래서 더 솔직했던 이들의 일상을 통해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효리네 민박>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했다.
영업 마지막 날 2주 동안의 흔적은 그렇게 추억들로 자리하게 되었다. 마지막 날에도 어김없이 해는 뜨고,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이들의 일상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매일과 같은 일상의 시작. 변하기 어려운 일상임에도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든다.
인천 쌍둥이들과 장거리 연애 중인 연인과 함께 하는 민박집 마지막은 언제나처럼 특별함 없이 이어졌다. 식탁에 모여들어 아침 인사를 나누고 차 한 잔을 마시는 그들의 풍경은 이제는 익숙할 정도다. 사람은 바뀌지만 그 풍경은 언제나 그대로다. 효리네 민박집이 그렇게 선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에 들어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 밤을 위해 효리 상순과 지은은 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그들에게는 그 모든 것이 일상적이지 않았지만 행복했던 듯하다. 알고는 있었지만, 가까워질 계기가 없었던 이효리와 아이유는 그 짧은 기간 정말 친한 자매와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방송이 끝난 후 아이유는 제주 효리 상순의 집을 찾았다고 한다. 여전히 서로 연락을 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하니 그저 방송을 위한 어설픈 연기들은 아니었다라는 사실 만은 명확하다. 일부에서는 예능이란 철저하게 준비되고 꾸며진 이야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예능은 분명 수많은 제작진들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짐 캐리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 <트루먼 쇼>와 비슷한 것이 현재의 관찰 예능이기도 하다. 철저하게 통제된 틀 속에서 약간의 자유를 주지만 꾸며진 이야기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영화는 그렇게 현실로 다가왔다.
영화와 달리, 출연진들 역시 이게 촬영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극명한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이런 관찰 예능은 시청자들을 <트루먼 쇼>의 크리스토프가 되도록 강요한다. 물론 실제 조정자가 될 수 없는 그저 관찰자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관찰 예능이 식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효리네 민박>은 기존 예능의 틀을 완전히 틀어 놨다.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보다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더욱 이효리의 솔직함은 기존 관찰 예능의 문제마저 모두 틀어내 버렸다.
현역 요리사인 손님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한라봉으로 청을 만들어 나눈다. 그리고 그렇게 아침을 함께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마지막 아침은 외롭거나 처량하지는 않았다. 그저 일상처럼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이효리의 태도는 너무 담담해서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리라.
헤어질 때는 쿨하게 헤어진다고 말은 하지만 이효리는 잔정이 많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제작진들과 통화하는 이효리의 모습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관계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이다. 쿨하게 헤어진다고는 하지만 홀로 감내하기 어려운 감정을 추스렸을 이효리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손님들이 먼저 떠나고 마지막으로 남은 셋. 점심을 먹고 떠날 아이유에게 애써 먼저 가라는 이들 부부. 마지막이 현실이 되고 지금 당장 치러야 할 과정이라는 생각에 울컥하는 아이유를 막아서는 효리는 함께 울 것 같은 아쉬움이 컸었던 듯하다. 아이유가 정성껏 쓴 편지를 전달하고 떠나며 공식적으로 <효리네 민박>은 끝났다.
정성이 가득 담긴 지은이가 남긴 편지를 읽다 참지 못하고 우는 효리의 모습과 그런 아내를 놀리는 남편 상순의 모습은 이들이 행복한 이유다. 친구처럼 지내는 이들의 일상 속 모습은 그렇게 많은 시청자들에게 기쁨을 주었지만, 아쉬움이 더욱 크게 남았다.
이효리의 제안으로 시작된 서로의 자화상을 그려주는 장면은 특별했다. 별것 없는 장난과 같은 장면이었지만 그 안에 <효리네 민박>의 진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상순은 아이유를 효리는 상순을, 그리고 아이유는 효리를 서로 그려주는 과정은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중요했다.
서로를 기억하고 싶은 간절함과 그동안 함께 해왔던 시간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이 그 자화상 그리기에 모두 담겨져 있었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 것 역시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함이다. 모든 추억들을 남기는 수많은 방법들 중 하나가 바로 서로를 그려주는 행위였다. 하지만 그 행위는 상대를 바라보며 감정을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시즌 2를 간절하게 기대하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시즌 2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상대에게 민폐를 끼치는 수많은 이들로 인해 효리 상순의 집은 말 그대로 원천 봉쇄되어버린 상황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2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니 말이다.
겨울 그들의 집에서 펼쳐질 <효리네 민박>을 고대하는 수많은 이들의 바람과 달리, 현실 속에서 효리 상순은 누군가에 의해 동물원의 동물로 대하면서 모든 것은 불가능한 기대가 되고 말았다. 시간이 좀 지나 관심병들이 조금씩 사라지면 다시 그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여정이 다시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아이유 병과 이효리 이상순 병이라는 새로운 바이러스까지 퍼트린 <효리네 민박>은 끝나서 아쉽기만 하다. 기존 관찰 예능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가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만들어지는 관찰 예능이 보다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은 많은 것들을 남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토끼굴을 통해 들어서듯,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처럼 그렇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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