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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두 전직 대통령의 하루,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by 자이미 2017.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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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는 3만명의 시민이 모여 진행되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며 그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평생의 친구였던 노무현과 문재인. 그들의 해후는 "아! 기분좋다"라는 말로 정의되어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같은 날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인 박근혜는 평생 지기인 최순실과 함께 재판을 받았다. 


노무현과 박근혜;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문재인과 최순실 극명한 차이로 드러난 존재 가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가 열리는 날 박근혜의 첫 공판이 잡혔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로 다른 모습은 그래서 더욱 선명함으로 다가온다. 비록 고인이지만 그를 기리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살아있는 박근혜를 추종하는 집단은 바람 빠진 풍선과 비슷해졌다. 


추도식이 끝난 후 포털사이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이름을 걸려 있었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화제다. 그가 화제가 된 이유는 삭발한 채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추도식에서 김무성을 향해 분노하듯 추도사를 하던 그의 울분에 찬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특별한 사연으로 추측했다. 


다른 추도식과 달리, 이번 8주기는 모두가 행복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날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지기이자 정치적 동지인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 찾았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참석했다는 의미도 존재하지만 그것보다는 친구가 못다 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선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대통령으로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하게 못다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던 세상은 그렇게 광장의 촛불로 화려하게 다시 타올랐다. 그리고 그 광장의 힘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광장의 촛불 혁명을 그대로 계승해가는 중이다. 


적폐 청산과 협치와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노선을 생각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다짐은 당연해 보인다. 비록 현장에 올 수는 없지만 문 대통령은 그가 남긴 유지를 받들어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다짐이기도 했다. 


적폐 청산은 이미 시작되었다. 인선은 곧 의지의 표명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초반 인선은 그가 어떤 국가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선언이나 다름 없다. 윤석열 신인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는 문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검찰 개혁의 상징이다. 


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정치적으로 누구의 편도 될 수 없는 인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 수사도 했던 인물이다. 그에게는 정치적으로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대단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정치적으로 자신의 편이 되어 말 잘 듣는 검찰이 아니라 문 정부도 잘못하면 윤 서울중앙지검장에 의해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어느 인선보다 공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검찰이 앞으로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검찰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이젠 세상에 없는 전직 대통령과 그의 오랜 친구는 김광석의 '친구'라는 노래를 사이에 두고 만났습니다." 


"또 다른 오래된 두 사람의 친구 역시 오늘(23일)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습니다. 뒷말을 울먹이며 흐릴 정도로 애틋한 관계였다지만 서로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던 어색한 해후였습니다. 같은 날 서로 다른 친구와 대면하게 되었던 전직 대통령들. 오늘의 한국 현대사는 마치 누군가 미리 모든 것을 설계해 놓은 양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포개지며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그가 감옥으로 내려가던 날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고, 새 정부가 출발하는 날 귀가하지 못한 사람들은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4대강을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리겠다 발표하던 날, 구명조끼를 입은 온전한 유해가 발견되었으며 전직 대통령의 서거 8주기를 맞은 날, 과거 그의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던 또 다른 탄핵된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정말 우연일까… "지금 당장" 독일의 통일은 이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우연한 실수였습니다. 동독의 여당 관계자가 주민 여행 자유화 조치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동독 주민이 서독에 갈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던 것이죠. 언제부터냐고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당황한 그는 즉흥적으로 "지금 당장" 이라고 대답했고 "베를린 장벽 무너지다" 라는 속보가 전 세계로 타전됨과 동시에 동독인들은 베를린 장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우연이라고 취급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E. H. 카의 말처럼 그것은 꾸준히 추진해왔던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과 자유와 통일을 향한 시민의 열망이 축적돼서 마치 우연과도 같은 필연을 가져왔던 것입니다. 역사란 그저 우연히 주어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같은 날 서로 다른 장소에서 마주하게 된 오래된 친구들의 모습과 그 배가 올라오던 바로 그 날, 하늘에 그림같이 걸려있던 리본 구름.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단순한 논리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세상사를 두고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지요."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앵커브리핑은 두 전직 대통령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그 안에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필연을 언급하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고 만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은 우연이 아니라 수많은 노력들이 상충하다 결과적으로 어느 한 순간 물꼬가 터지듯 우연처럼 보이며 등장할 뿐이니 말이다.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과 이제 대통령이 되어 그를 찾은 봉하마을에는 3만 개가 넘는 노란색으로 뒤덮였다. 다른 때와 달리 웃음도 존재했던 그 추도식은 단순한 추도식 그 이상의 가치도 담겨져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5년 동안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국민 앞에 다짐하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최순실 역시 40년 지기다. 물론 그들의 만남은 노무현 문재인과는 전혀 다르다. 인권변호사로 만나 세상의 약자들의 편에 서서 싸우던 그들과 달리, 박근혜와 최순실은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 만난 존재들이니 말이다. 독재자의 딸과 사기꾼의 딸이 만나 평생을 함께 하며 얻은 것은 '이익 공동체'가 전부다. 


아버지 때부터 범죄를 범죄로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이들은 여전히 자신이 행한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는데 갑자기 그게 범죄라고 하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세계에서 자신들이 행한 행동들은 범죄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독일의 통일 과정 역시 기자들 앞에서 당황해서 내뱉은 "지금 당장"이 도화선이 되었지만 그런 발언이 나오고 실제 서독과 동독 사람들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트리는 과정은 빌리 브란트가 꾸준하게 이끈 통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건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필연의 과정이었으니 말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것은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박근혜가 법정에 선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국민의 염원이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냈다. 지난 9년 동안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닌 '자기들만 사는 세상'을 목도한 국민의 그 분노는 결과적으로 광장의 촛불이 되었고 대선의 결과로 귀결되었다. 


독재자의 유령까지 소환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집단들은 이를 통해 많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그렇게 자신의 발등이 썩어가는지도 모른 채 호가호위하던 자들은 이제 불안증에 시달리며 막말 정치로 반전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우둔하지 않다. 


국민은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는다. 과거의 역사를 되새김질 하면 우린 이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 광장의 촛불은 그 전의 광장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만의 민주주의가 새롭게 꽃을 피웠고, 그 중심에는 소수의 지배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시민 모두가 주인인 세상이 광장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새로운 대통령은 그 뜻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 중이기도 하다. 


두 오랜 친구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많이 회자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린 수많은 적폐들 앞에서 버티는 적폐들과 싸워야만 한다. 이런 적폐들을 제대로 걷어내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절실하다. 국민의 힘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이다. 


누군가 특별한 존재들만을 위한 세상이 아닌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폐 청산 없이 불가능하다. 우린 보다 현명해졌고, 이제 일부 권력의 부화뇌동에 휩쓸리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그날 광장에서 시작되었고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힘이 곧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이라는 점에서 우린 진정한 새로운 시대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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