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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JTBC 이영돈 피디 내치고 KBS는 일베 수습기자 품었다

by 자이미 2015.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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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문제의 이영돈 피디가 출연하던 두 개의 프로그램을 전격 폐지 결정했습니다. KBS가 일베 수습기자를 공식 기사로 발령을 낸 것과 달리, 종편이라 손가락질 받던 JTBC가 최소한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일베 품은 KBS와 이영돈 내친 JTBC;

공영방송의 윤리조차 저버린 KBS와 종편의 비아냥 떨쳐낸 JTBC의 선택

 

 

 

기존 방송의 종편 화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줄기차게 이어왔던 전략이었습니다. 방송을 무력화시키지 않으면 정권을 영속화할 수 없다는 절박함은 이미 대통령 선서를 하기 전부터 굳어져왔고, 그렇게 만들어진 그들의 신념은 현재 시점까지도 지속되고 있고, 이제는 뿌리를 내리는 수준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편 방송의 설립은 철저하게 기득권을 가진 수구세력들을 위한 하나의 선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종편 사업자들에 대한 재평가를 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은 철저하게 종편의 입장에서 방송법을 사유화하기도 했습니다. 지배 권력에게 종편은 곧 자신들의 안정을 도모하는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했던 흔적들이기도 했습니다.

 

방송이 철저하게 소수 권력을 위한 충성심만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방송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기자들에 대한 가치는 한순간에 '기레기'라는 신조어로 전락했고, 이런 언론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중요한 결정 가치는 언론인의 사명감이 앞서야 하지만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그들에게 모든 가치의 기준은 오직 절대 권력의 입만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이미 스스로 언론인으로서 사명감과 가치도 버린 상황에서 그들은 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언론인으로서 가치는 아니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방송의 뉴스를 멀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멀어진 관심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더욱 강력하게 키워내는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역설적으로 부당한 권력에게 영속적인 힘을 유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권력자들이 노린 것은 이런 불신과 무관심이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의 맹점을 그들은 그렇게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국민투표라는 제도가 가장 민주적일 수 있지만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일 수도 있음을 대한민국의 현실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무기력하게 무너진 MBC는 강력했던 시사프로그램들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는 순간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무너진 MBC에 정치 사회 시사에 대한 보도는 대중들에게 외면을 당한지 오래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KBS라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이 상대적으로 MBC에 비해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하지만, KBS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것은 최근 KBS는 일베 수습기자를 정식기자로 발령을 냈기 때문입니다. 극우 성향의 편향적 사고를 가진 자를 기자로 받아들인 KBS에는 기본적인 언론관도 도덕적 가치관도 존재하지가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쏟아냈던 인물이 아무런 상관없이 공영방송에 취직이 되는 현실이 바로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입니다.

 

"문제가 된 수습사원에 대한 평가 결과는 사규에서 정한 기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외부 법률자문에서도 임용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와 임용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채용과 수습제도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할 것"


문제가 된 일베 수습기자를 지난 1일자로 정책기획본부 남북교류협력단(일반 4직급)에 파견 발령한 KBS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사규에서 정한 기준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입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공영방송에서 내세우는 사규란 무엇인지 알고 싶어지는 대목입니다. 편향된 사고로 패륜적인 언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퍼붓는 자를 기자로 채용하는 것이 공용방송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연쇄 살인마도 성적만 되면 KBS 기자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굉장히 순화시켜 말하자면, '생리휴가를 가고 싶은 여자는 직장 여자 상사에게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제출하거나 사진 자료를 반드시 남겨서 감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닌 여자들은 뭐 공연음란죄로 처벌해야 된다', '밖에서 몸을 까고 다니는 여자들은 호텔가서 한 번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등의 글이 있었다"

 

일베 수습기자가 채용되자 지난 1일 KBS 안주식 PD협회장은 한 매체를 통해 비판에 나섰습니다. 여성에 대한 폄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그가 아무런 제제도 없이 공영방송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은 추악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가 써놓은 글들은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결격 사유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향해 장기간 무차별적인 공격을 해왔던 자가 KBS라는 공영방송의 기자가 된다는 것은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스스로 버리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동안 지배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면서도 내심 아닌 척 허세를 부리던 그들이 일베 수습기자를 채용하며 스스로 본색을 드러낸 셈입니다.

 

"이영돈 PD 출연 프로그램 '에브리바디'와 '이영돈 PD가 간다'를 종영하기로 결정했다. 대체 프로그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베 수습기자를 채용한 KBS와 달리, JTBC는 그릭 요거트로 촉발된 이영돈 피디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어차피 계약직 피디였던 이영돈에 대한 그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모두 폐지하는 것으로 그와의 관계를 청산하는 모습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탐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행자가 프로그램에 기획 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음료수 모델로 나선 것은 언론인의 윤리관에서 크게 벗어난 행동임이 분명합니다. 더욱 광고가 나가기 직전 악의적으로 그릭 요거트를 만드는 영세업자를 부도덕한 존재로 마냥사냥을 해서 논란이 일었던 자가 동일한 그릭 요거트는 아니지만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재벌의 광고에 출연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황당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 중 하나인 중앙일보에서 만들고 있는 JTBC의 환골탈태 모드는 손석희가 영입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뉴스가 뉴스답지 못한 현실 속에서 손석희는 직접 앵커가 되어 기존 방송에서 눈치만 살피던 권력에 대해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재벌에 귀속된 손석희 역시 그저 허수아비일 수밖에 없다는 조롱 속에서도 그는 현재까지 그 노선을 잘 지켜내고 있습니다.

 

 

너무나 이질적인 조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JTBC는 손석희로 인해 완벽한 이미지 쇄신을 했습니다. 그 영향 아래 우수한 인재들이 영입되고 쇼 오락부분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며 지상파까지 위협하는 수준까지 만들어놨습니다.

 

탄탄대로를 걷던 JTBC에 이영돈 사태는 재앙이었고, 그들은 가차 없이 그를 내치는 것으로 위기를 다시 한 번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KBS가 충분한 명분을 가진 일베 수습기자를 내치지 않고 받아들인 것과는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서로 다른 선택은 결과적으로 지상파가 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언론으로 존속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고, 종편은 어느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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