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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KBS 단막극 제작비 삭감과 MBC 시청률 지상주의, 방송은 장사가 아닌 공공재다

by 자이미 2012.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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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단막극 예산을 2013년도에 절반으로 삭감한다고 통보했다고 합니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니 제작지를 삭감한다는 그들의 주장에는 MBC 김재철 사장의 시청률 안 나오면 무조건 폐지와 다를 바 없는 졸속임이 분명합니다. 방송이 공공재라는 사실을 망각한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 지상주의는 섬뜩한 2013년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몰된 방송, 무엇을 위한 방송인가?

 

 

 

 

 

시청률이 안 나오면 폐지하거나 제작비를 삭감하겠다는 발상은 그저 신자본주의에 함몰된 방송의 현실만 확인하게 해줍니다. 돈벌이가 안 되는 그 어떤 방송도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그들의 발상은 대한민국에서 방송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몰락하는 MBC를 더욱 몰락하게 만드는 주범은 김재철 사장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최근 홍준표가 뜬금없이 손석희 같은 사람을 MBC 사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발언한 대목은 흥미롭습니다. 그동안 대선을 위해 김재철을 유임시켰던 그들이 임무 완료가 되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김재철 카드를 집어던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재미있습니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문제가 많은 김재철 사장을 그대로 묵인하며 방송을 사유화하던 그들이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꿔 MBC 사장을 직접 노리는 발언을 하는 모습은 황당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김재철의 MBC가 시한부 일 수밖에 없음은 분명합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변화를 해야만 하고 그런 변화를 위해 대중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들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김재철 사장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김재철 사장은 시청률 1위를 부르짖으며 시청률 지상주의만이 자신이 살길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방송은 가차 없이 폐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MBC 예능이 한 달 혹은 서너 달에 한 번씩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김재철 사장의 MBC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행동들은 그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더욱 MBC를 멀리하는 이유가 되고 있음을 김재철 사장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을 제외하고는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조급증 환자라도 되듯 깊은 성찰 없이 무조건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만 양산하기에 여념이 없는 MBC의 현실은 대한민국의 방송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높은 수익을 올린 KBS가 내년 단막극 제작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도 부족한 제작비로 힘겹게 촬영을 하는 상황에서 이 보다 더한 열악함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단막극을 폐지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이 없습니다.

 

"올해 드라마국은 지상파 3사 가운데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작가와 연기자, 이야기의 산실인 단막극 < 드라마스페셜 > 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내년도 예산을 절반으로 깎았다"

"경영진이 단막극 예산삭감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영진의 무지와 맞설 것이다"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20위 안에 12편이 KBS 일정도로 최대 실적을 올린 KBS가 단막극 제작비를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내년 예산을 절반으로 깎는 행위는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사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막극 수익성이 기존 드라마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고 적은 제작비로 드라마를 만들다 보니 소위 잘 나가는 스타들을 내세울 수 없다는 점에서도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간대마저 시청자들이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접근성마저 떨어지는 단막극이 기존의 드라마와 상대해서 이길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모두가 주목하는 골든타임에 방송되는 드라마가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방송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단막극의 처지는 처량하기만 합니다. 100억대 대작이 아니더라도 통상 미니 시리즈의 경우 편당 제작비가 2억 5천만 원 정도가 사용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단막극의 제작비가 8천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황당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8천만 원이라는 금액 자체는 클 수밖에 없지만,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인력이 참여하고 장비들이 사용되는지 안다면 이 비용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만드는 습작들도 수백만 원에서 수 천 만원의 비용을 들여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현실에서 지상파 방송에서 정규 프로그램 한 편을 만드는데 1억도 안 되는 비용을 들인다는 사실은 방송을 접겠다는 의미와 다름없습니다. 

 

스튜디오를 빌려 단순하게 찍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이 정도의 비용 밖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스스로 제작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함과 다름없습니다. 일반 직장에서 사원을 퇴사시키기 위해 책상도 빼버리고 존재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퇴직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말입니다.

 

KBS 드라마국 평 피디들의 반발과 한국 피디연합회가 비난을 하자 KBS 측에서는 단막극에 대한 예산 절감이 아닌 전반적인 예산삭감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제작이 불가능해지면 다른 예산을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라고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들 말대로 전체적인 예산삭감 상황에서 단막극 제작을 위해 다른 제작비를 가져올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KBS의 모습을 보면 MBC의 시청률 지상주의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MBC가 무조건 폐지 카드를 내세운 것과 달리, KBS는 알아서 폐질 하도록 유도하는 정도의 차이이니 말입니다.

 

개인 방송이나 상업 방송이 아닌 KBS와 MBC는 시청률 이외에도 공공재로서 국민들에게 공공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더욱 국민의 세금까지 받는 그들로서는 오직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장사꾼으로 전락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방송사들이 이렇게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져들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몰락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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