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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KBS 스페셜-삼대, 연변 처녀 도쿄 정착기 그들을 통해 우리를 본다

by 자이미 2018.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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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조선족이 국내로 들어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조선족에 대한 국내인들의 부정적 시각은 과거나 현재나 높다. 다른 외국인에 비해 조선족에 대한 나쁜 시선은 더욱 강화되는 듯하다. 방송이 드라마 혹은 영화마저 조선족의 어두운 면만 부각하는 상황은 조선족에 대한 불만만 키워내고 있다.


조선족 삼대;

연변 처녀의 도쿄 정착기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조선족 배척



연변 조선족은 한국 사람이다. 일제 압제에 쫓겨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연변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분명 한민족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그들을 거부한다. 물론 실제 한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은 80만에 달한다. 그런 점에서 거부한다고 막연하게 말하는 것에도 어폐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인과 조선족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 대림동은 작은 중국이라는 말을 할 정도다. 대림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잔인한 조선족을 등장 시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영화는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극단적 배경을 설정한 것이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연변에서 살던 조선족은 먹고 살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우리가 못살던 시절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먹고 살기 위해 자신보다 아이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살아가기 바라는 수많은 이들은 일본으로 미국으로 떠났다. 


독일 광부와 간호사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 역시 사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연변 조선족이 한국을 찾은 이유도 단 하나다. 어려운 삶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최선은 한국으로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가장 험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번 돈을 전부 보내 아이를 키운 것이 한국에 온 조선족의 삶이다.


우리의 부모들이 타국으로 나가 돈을 번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말이다. 조선족은 외국인이 아니다. 물론 국적은 중국으로 되어 있지만, 그들은 한국인이다. 하지만 같은 민족인 우리가 조선족을 가장 싫어한다는 사실은 처참하다. 못 살던 그들이 와서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황당한 주장은 한심할 뿐이다. 역지사지를 잊고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일 뿐이니 말이다.


연변에는 80대 할머니가 살고 있다. 어머니는 한국에서 일을 한다. 딸은 일본에서 대학원 졸업한 후 회사에 취직해 정착해가고 있다. 여성 삼대는 각기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하나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었다.


도쿄에서 정착한 석춘화는 일본에 있는 8만 조선족 중 하나다. 베이징에서 대학을 나오고 한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한 춘화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나름 자리를 잡고 자신 만의 삶을 살고 있는 춘화는 항상 가족 걱정이다.


춘화의 어머니 순희는 조선족들의 한국 진출 시기 들어온 정착민이다. 남편과 함께 왔지만 사망한 후 홀로 서울에 살고 있는 순희는 어머니가 있는 연변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연변보다는 한국에서 돈 벌기가 쉽기 때문이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그녀가 연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밑바닥 일부터 시작해 지금은 병원 간병인으로 생활하고 있는 순희에게 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먹고 자며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있는 그에게 여유로운 시간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번 돈을 연변에 있는 어머니와 아들을 위해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순희의 소원은 가족 모두가 한국에 모여 사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저 그녀의 소망일 뿐이다. 연변에서 평생을 산 할머니 명옥은 가족들이 모두 모여 살기를 원한다. 자신이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항상 안타깝기만 하다. 손녀도, 며느리도 모두 연변으로 와서 함께 얼굴 보며 살기를 바란다. 


8만이나 되는 조선족이 일본에 정착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더 놀라웠던 사실은 일본인들은 조선족을 특별하게 차별하지 않는단 사실이다. 물론 외국인 전체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조선족을 노골적으로 폄하하고 싫어하는 일은 일본에서는 없다고 한다. 


결혼을 앞둔 연변 출신 조선족이 겪은 서울의 경험은 그래서 섬뜩하다. 중국어로 대화를 할 때는 친절하던 종업원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순간 표정부터 달라졌다고 한다. 물론 모든 한국인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뚤어진 사고 체계에 잠식 당한 채 살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외국인에 대한 선호도 역시 빈부 격차로 다가온다. 잘 사는 나라에서 온 이들과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이들에 대한 차별은 의외로 심각하다. 물론 누군가는 이런 발언 자체가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고 차별하는 것이라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받는 모멸감은 빈부 격차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20여 년 전 어린 시절 부모가 한국으로 돈을 벌러 갔다. 그리고 한국에서 보내주는 예쁜 옷과 학용품을 보며 동경해왔던 한국에 대한 로망은 그들이 성장해 부모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처참하게 깨졌다고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들에게는 괜찮다는 말만 하는 부모. 정말 괜찮은 일을 하며 돈도 많이 벌고 있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직접 부모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오열을 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부모가 보내주는 돈으로 연변에서 편하게 살던 자신을 자책할 정도로 말이다. 더욱 같은 민족임에도 조선족이라는 이유 만으로 차별하는 모습을 직접 당했던 그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있을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우리의 부모 세대 역시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일본말과 한국말을 잘하는 중국인'이건 일본에 정착한 조선족의 특징이다. 국적은 중국으로 되어 있지만 그들은 한국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중국어 역시 능통하다. 최소한 3개국어에 능숙한 그들은 성실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일본에서 빠르게 정착하고 있는 조선족의 모습을 보면 뭉클함까지 느끼게 할 정도다. 


어느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한다. 하지만 일부의 편견으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되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 조선족은 최소한 우리와 같은 민족이다. 전혀 다른 민족에 대한 차별이라면 민족주의라고 포장이라도 할 수 있지만 조선족에 대한 비하와 폄하, 차별은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할머니, 어머니, 딸은 그렇게 각기 다른 나라에서 살아간다. 함경도에서 중국 연변으로 왔던 할머니와 그의 부모들은 척박한 딸을 일구며 버텼다. 그리고 할머니의 자식들인 어머니는 아이들을 위해 한국으로 일을 하러 떠났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들은 보다 많은 기회를 위해 한국 혹은 다른 나라로 떠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남편까지 먼저 보내고 홀로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는 어머니가 쉽게 연변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다. 아직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기회를 위해 일본으로 간 딸 역시 연변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서로 각자의 이유로 떨어져 사는 삼대의 모습은 그저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우리가 과연 조선족들을 차별해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본다. 전혀 상관없는 일본에서는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데, 왜 같은 민족인 우리는 조선족을 경멸하는 것일까? 천민자본주의가 만든 물질만능시대 괴물은 그렇게 우리 모두의 사고 체계마저 엉망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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