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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Documentary 다큐

MBC 스페셜, 나는 록의 전설이다는 왜 감동이었을까?

by 자이미 201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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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이 선택한 <나는 록의 전설이다>는 흥미로웠습니다.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로커들을 조망하는 프로그램은 그들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향수와 현재의 행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었던 그들의 귀환은 다양성과 함께 무한한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흔들림 없는 노력들이 대중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시나위, 부활,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전설과도 같았던 80년대. 대한민국에도 록이 전성기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음악들에 열광하고 어린 시절을 살았던 그 시절 어린이들은 록 음악을 듣고 자라며 꿈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이들이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모습들이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시끄럽게 들릴 수 있는 음악을 하는 이들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봐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MBC 스페셜 <나는 록의 전설이다>는 현재 다시 조명 받기 시작한 로커들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물론 자사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던 김태원과 임재범을 통해 반어적 홍보를 위함도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이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다는 것은 MBC의 공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는 곧 록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니 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록이 좋아서 록 음악을 하던 젊은이들이 자생적으로 그룹을 만들어 세상에 사자후를 토해내던 시절.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들이었습니다. 20살 신대철은 임재범과 함께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앨범 중 하나로 꼽히는 '시나위 1집'으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기존의 가요계를 뒤흔들어버린 파격적인 음악은 모두를 놀라게 했고 이는 같은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도 자극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뒤이어 '부활'이 자신의 앨범을 내놓았고 이어서 가장 헤비 한 음악을 했던 '백두산'이 등장하며 대한민국 가요계는 록 음악이 군웅할거 하는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그저 외국 록 밴드에만 열광하던 이들이 국내 밴드들도 해외 록 밴드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탄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노력은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대중들이 그들에 열광하자 발 빠른 기획사들은 밴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보컬들을 솔로 가수로 데뷔시키며 밴드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떠올랐습니다. 록 음악을 하던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짧게 깎고 발라드를 부르는 모습에 록 음악을 하던 이들과 팬들에게는 경악하게 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대세라고 불리는 흐름을 쫓아가기 마련이고 이미 밴드가 올라서기는 힘든 무대가 되어버린 시대는 록을 버렸습니다. 록 음악을 하는 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록을 버릴 수 없었지만 그들이 올라설 수 있는 무대가 사라져버린 시대는 그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시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고의 기타리스트인 신대철이 돈이 없어 세션으로 뛰어야 하는 시대. 밴드를 지키기 위해 생사를 오가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던 김태원. 영국까지 날아가 본격적인 음악을 하고자 했던 김도균과 임재범은 '아시아나'라는 록 밴드를 만들었지만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해야만 했습니다.

일본 음악 평론가들마저 최고라고 불렀던 '아시아나'가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미 록 밴드의 시절은 짧은 여름날의 기억으로 지나간 까닭이겠지요. 탁월한 음색을 가지고 대중음악의 스타가 되어버린 과거의 로커들. 그들은 긴 머리를 버리며 인기를 얻었지만 그런 그들의 변신으로 록은 사양길을 걸어야만 하는 아이러니는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대중들과 타협을 했다는 이유로 힘겹게 살아야만 했다는 임재범은 병마와 싸우는 부인을 위해 무대 위에 섰습니다. 돈이 없어 겨울에도 따뜻한 잠자리를 가지지 못해 춥다고 하는 어린 자식을 보며 울어야 했던 로커는 그 힘겨움을 모두 담아 대중들 앞에 토해냈고 이는 곧 신드롬으로 이어졌습니다. 


돌아온 임재범은 그 순간 신화가 되었고 그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결과적으로 과거 록을 돌아보는 계기까지 마련되었습니다. 물론 김태원이 '부활'을 알리고 지속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예능에 뛰어들었던 것이 주요했음은 분명합니다. 그가 그렇게 망가짐으로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고 그런 관심을 자연스럽게 '부활'로 옮겨가는 김태원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임재범을 대중 앞에 서게 했고 백두산이 대중들에게 익숙해지게 만들었습니다. 

예능을 해야지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시대에 어느 정도의 타협은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 어떤 방식을 취하느냐는 중요할 수밖에 없지만 이미 40을 훌쩍 넘은 위대한 로커들의 변신은 그들이 얼마나 록을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예능을 선택한 것은 시대의 흐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자신들의 존재도 알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록이 무엇이고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은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록 음악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임재범의 말처럼 자신이 사랑하고 한평생 지향해왔던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힘겹고 어려운 시간들을 가져야만 했지만 이렇게 다시 그 어려웠던 시절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록 음악을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는 큰 희망과 용기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이들처럼 치열한 인생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념들과 가치들에 대해 흔들림 없이 살아왔는지 반문하게 됩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을 과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뒤돌아보게 만드는 <나는 록의 전설이다>는 대단한 방송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록을 하겠다는 이 전설들의 한마디는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도 '희망'이라는 단어로 다가올 듯합니다. 절망 속에서도 놓치지 않았던 꿈과 열정이 대중들이 그들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도록 했듯 현재 힘겨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성공(세상이 이야기하는 피상적인 성공이 아닌)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전설의 로커들은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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