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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Documentary 다큐

MBC스페셜, 따뜻한 시선으로 다문화를 이야기 하다

by 자이미 2010.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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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 우리 주변에는 우리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가진 이들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그런 모습들이 익숙하지 않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고 그들 역시 이제는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존재임은 분명합니다. 

나는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




오토바이 사고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 남자는 오늘도 하반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 채 기저귀를 차고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수저를 들어 식사를 하게 된 것도 겨우 몇 달 전일입니다. 2년 전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었던 자신을 지켜준 것은 다름 아닌 태국인 아내였습니다.

자신이 죽음과 맞서 싸우는 수술 중에도 슬픔에 눈물 흘리던 노모에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혹시 아들이 죽더라도 자신을 내치지 말고 함께 살자고 한 아내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린 딸과 나이든 노모를 자신을 대신해 보살피려는 아내의 지극정성 때문이었는지 남편은 힘겹게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비록 침대에 누워 아내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삶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살아 어린 딸의 재롱을 보고 아내의 사랑을 매시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행복입니다. 자식을 앞세우고 혼자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던 노모는 자신을 감싸며 영원히 함께 하자던 태국 며느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병든 자식의 똥오줌을 싫은 내색하지 않고 하루 서너 번씩 해내는 며느리는 밭일도 열심히 하고 손녀를 예의바르고 건강하게 키워내고 있습니다. 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교육도 받는 태국 며느리는 외국인이 아닌 바로 내 며느리이고 소년의 엄마이며 아들의 아내입니다. 

이렇게 <MBC 스페셜-나는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는 시작되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쉽지 않은 병든 남편 수발을 들며 노모를 모시고 살아가는 태국 여인이 그저 낯선 외국인으로 보였나요? 그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면서도 항상 웃는 그녀는 외국인 내국인의 경계가 없는 우리 이웃이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예쁜 며느리이자 부인이고 엄마일 뿐이었습니다.  

다문화 가정이 낯설기보다는 익숙해져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필리핀 부인을 둔 가정의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녀가 필리핀 미인대회 수상자이자 의대를 다는 수재라는 외형적인 모습보다는 한국에 적응해가며 아이를 키워가는 방법이었죠.

한 동안은 아이를 위해 학교일에 남편이 참여를 했다고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직접 학교에 가기 시작한 그녀를 바라보며 많은 아이들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이야!"를 외쳤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들은 자주 반복되며 자연스럽게 누구의 엄마로 불리며 일반 한국인 엄마를 바라보듯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며 직접 부딪치며 함께 하면 자연스럽게 변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녀의 15살 아들 역시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결코 바뀔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친구 중 하나는 "자신의 엄마 때문에 못살겠다. 엄마 피부가 까매서 자신도 까맣다"등 불편을 호소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친구들과는 달리 자신이 나서서 친구들에게 "내 엄마는 외국인이다. 우리 엄마 예쁘지"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자 아이들 역시 스스럼없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호응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가가 이야기를 건네고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임을 그들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조국이자 자신들에게도 의미 있는 나라인 필리핀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들만 내보내는 언론들에 대해 당당하게 한마디 하는 그는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들도 많은 필리핀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보내주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말이 별로 없는 남편과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도 한국어 공부에 열심인 아내는 오늘도 한국어 공부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녀는 베트남 이주 외국인입니다. 9년 동안 살면서 그녀가 겪었던 다양한 일들은 한 마을에 사는 다른 베트남 부인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고는 합니다.

항상 부지런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부모님들에게도 인정을 받은 그녀는 아이들을 더욱 잘 키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이런 저런 문제들을 물었을 때 당당하게 대답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은 이제 조금 더 커져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결혼 이주민들을 위한 통역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커갔습니다.  

그 누구보다 악착같이 생활하고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외국인이라는 편견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경기도 비례대표로 도의원이 된 몽골인 이라는 결혼 이주민의 상징이자 희망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이주 외국인이 도의원이 되었다는 것은 결혼 이주민 17만 시대에 축복이기도 합니다. 너무 늦은 감도 있겠지만 그녀가 도의원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결혼 이주민에 대한 시각과 그녀들을 바라보는 행정은 변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고국인 몽골에서도 엄청난 이슈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몽골 신문과 방송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요. 우리 역시 타국에서 정치인으로 당선된 이들을 보며 알 수 없는 뭉클함을 느끼듯 그들 역시 비슷한 감정이었을 겁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해후한 그녀에게 작은 아버지는 제작진들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건넵니다. 그녀의 당선이 자랑스럽고 이를 통해 몽골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수 있게 될 듯해 기쁘다는 말은 결혼 이주민들의 삶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정치인이 된 그녀만이 중요한게 아니라 결혼을 위해 이주해온 그녀들은 대한민국을 알리는 각국의 민간외교관과 마찬가지인 존재들입니다. 그녀들이 경험하고 느꼈던 모든 것들은 그녀들의 조국에 그대로 전해질 수밖에는 없고 그런 수많은 경험들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을 자연스럽게 우리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 역시 편견 없이 바라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고 당연한 순리입니다. 외국인에 대한 한없는 편견과 두려움은 스스로를 망가트릴 뿐임을 알아야 하겠지요. 결혼 이주민들의 아이들은 시한폭탄과 같다는 말이 나온 이유를 진정 모르는 것일까요?

프랑스 폭동의 원인이 되었던 이주민들의 아이들이 왜 시한폭탄이 되었는지는 그 사회가 얼마나 그들을 핍박하고 편견으로만 바라봤는지를 알게 해주는 증거일 뿐입니다. 그들이 시한폭탄이 아닌 건강한 국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역시 함께 살아가는 우리임을 알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수많은 시한폭탄을 제조하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이지요.

이번 주 MBC 스페셜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인 다문화 가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이주 외국인 가정의 며느리이자 아내가 된 그녀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해준 '나는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는 우리 안에 깃든 또 다른 편견을 버리는 계기가 되었을 듯합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다문화 가정의 미래는 밝아질 수 있겠지요. 피부와 나라를 떠나 그들 역시 우리와 조금도 다름없는 인간임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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