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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SBS 스페셜 불안한 나라의 앨리스-누가 그들을 불안하게 만드나?

by 자이미 2016.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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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불안은 삶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집까지 안전지대가 아닌 상황은 최악일 수밖에 없다. 그저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불안의 이유가 된다는 것은 잔인한 일일 수밖에 없다. <SBS 스페셜 잔혹동화 불안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런 우리의 현실을 실제 경험자를 통해 잘 다뤘다.

 

비난이 아닌 화쟁;

강력 범죄 피해자 84%가 여자인 안전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 해법이 절실하다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소중하다.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하는 순간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니 말이다. 국내 치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잘 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작은 나라의 강력한 치안과 달리 여성들에 대한 불안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렬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치안이 불안한 나라의 범죄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이 말은 여성을 특정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단 말이다. 여성 범죄가 아닌 말 그대로 사회 범죄가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치안이 좋은 대한민국의 범죄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최근의 젠더 논쟁으로 인해 여성들을 일방적인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이 오히려 느는 모습도 일고 있다. 지독한 논쟁은 화쟁이 되어 보다 긍정적인 모습으로 발전해야만 한다. 상대를 향한 극단적인 형태의 공격이 아니라 이제는 너와 나를 인지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절실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출연한 여성들의 사례를 그저 과도한 신경증이 만든 결과 정도로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분명 현실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약한 자를 공격하는 비열한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시대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집을 들어서기 전에 '퇴근 의식'을 치르는 여성들. 과도한 주거비용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안전한 장소를 찾아 고가의 월세를 부담해야만 하는 여성. 자신의 집에서 낯선 남자의 침입을 경험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정상적인 대처는 무엇일까?

 

남성과 여성을 같은 방식으로 실험을 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가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가 드러나기도 했다. 일상이 공포인 여성들과 갑작스러운 암흑이 찾아오지 않는 한 특별한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 남성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성들에게 공포로 가득한지 알 수 있게 한다.

 

집 앞에 몰카를 설치해 여성이 사는 집 비번을 알고 침입한 사건은 뉴스를 통해 공개되며 경악하게 했다. 이 황당한 사건은 그저 뉴스 속 남의 일은 아니다. 방송에 출연해 실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출연자가 느꼈을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소설가인 그녀가 갑작스럽게 느낀 공포는 일상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는 집에 누군가 들어왔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인기척을 느끼고 도주한 이 남자는 다시 그녀의 집을 찾았다. 경찰이 그녀의 실수라고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는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이 사건은 한 여성을 향한 범죄가 아니었다. 동일한 방식으로 수많은 여성이 대상이 되었고, 참혹한 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도 존재했다. 그 침입자는 남자는 두려워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지만 그가 처벌을 강하게 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피해자가 이사를 가거나 피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경찰의 말은 그래서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지금은 여성을 향한 범죄가 주가 되지만 남성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이는 힘이 지배하는 범죄다. 나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은 남녀를 따지지 않게 되고 그 범죄는 점점 강력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들만의 공포가 아니라 절대 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이 모두 느낄 수밖에 없는 공포이기도 하다.

 

밤과 낮의 경계가 없는 길거리에서도, 술집과 음식점의 화장실도 예외가 아니다. 항상 이용할 수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마저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면 여성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그 어디에도 없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집마저도 누군가의 침입에 대비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서글픈 일이니 말이다.

 

출연자들은 모두 이야기를 한다. 남성을 위한 공격이 아닌 공감을 말이다. 모두가 가해자도 아니고 피해자도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건들이 반복되고 그렇게 쌓인 결과는 공포를 만들었다. 그 공포를 이기기 위해서는 그 수없이 쌓인 공포의 기록들을 제거해나가는 것이다.

 

그 공포의 기록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 쪽만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결될 수는 없다. 사회적 인식이 변하지 않고서는 변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의 어머니는 여자다. 누군가의 동생이거나 누나일 사람. 그리고 누군가의 딸일 수도 있는 그들이 공포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다.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의 공포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그들을 공포로 이끄는 것은 소수의 실제 가해자들이다. 하지만 그런 소수의 가해자들에 의해 나오는 피해자들만이 아니라 잠재적 피해자들마저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한 명이 피해를 입으면 주변의 수많은 이들이 잠재적인 피해자로 공포를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사회적 인식 변화와 공감 확대는 성숙으로 이끈다. 과거에 비해 현재는 보다 성숙한 사회가 되었다. 그런 성숙의 단계는 사회적 공감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들의 공포를 제거해주는 방법은 사회적 공감대 확대를 통해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과정이 절실해 보인다. 사회적 약자는 단순히 여성만은 아니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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