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주, 그리고 1988년 강성
1988년 경기도 강성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당시에는 이게 연쇄 살인이라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서울에서 근무하던 강태주는 비리 경찰을 공개적으로 폭로하고 좌천되었습니다. 하필 고위급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모두가 주목하는 시상식 자리에서 그것도 기자들 앞에서 폭로된 사건은 단죄를 받게 했지만, 후폭풍은 태주를 고향으로 밀어냈습니다.

태주의 복귀를 반기는 이는 없었지만, 형사로서 자부심이 강한 태주는 시골 형사들과는 달랐습니다. 태주가 고향으로 내려온 후 살인사건이 터졌고, 용의자가 자백하며 사건은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잡힌 그 범인은 진범이 아니었습니다. 태주가 잘 알고 있는 그 자는 살인할 정도의 범죄자는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사건을 확인한 후 용의자는 진범이 아님을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벌어진 사건들까지 확인하고 태주는 연쇄살인이라 확신했습니다. 더욱 태주를 분노하게 한 것은 이 사건을 맡은 담당 검사가 동창인 차시영이라는 점입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이 검사가 되어 다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드는 모습에 분노했습니다.
태주는 이런 사실에 분노했고, 그런 태주에게 길을 열어준 것은 친구이자 기자인 서지원이었습니다. 태주는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범은 따로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안 검사인 시영에게 밀린, 그의 선배 검사를 찾아가 이 사건이 연쇄살인사건임을 이해시킵니다.
용의자를 협박해 자백을 받아내고 현장에 나간 그 순간 추가 살인사건이 터집니다. 동일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는 명백한 차 검사의 잘못된 수사라는 사실이 밝혀지죠. 1, 2회 전개된 이야기는 그리 특별한 내용은 아닙니다. 연쇄살인이라는 사건이 가지는 크기나 무게는 대단하지만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살인의 추억'의 그늘
보면서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입니다. 물론 이 작품 역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허수아비'의 경우 이춘재가 진범으로 밝혀진 후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차별성은 존재합니다.
'살인의 추억'이 추적하던 형사가 나이가 들어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그곳을 우연하게 찾아, 한 소녀를 통해 진범일 수도 있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허수아비'의 경우 진범이 밝혀진 상황에서, 진범을 면회하는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열혈 형사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강단에서 범죄심리를 가르치는 차이가 존재할 뿐입니다.

'허수아비'에서 등장한 사건들의 흐름들은 '살인의 추억'과 너무 닮았습니다. 수시로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시청에 방해가 될 정도였습니다. 연쇄살인마에게서 도망친 생존자 여성이 사는 집이 '살인의 추억' 그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사했다는 점도 당황스러웠습니다.
'부드러운 손'이라는 공통점과 이를 통해 범인의 윤곽을 잡아가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다 비슷하지는 않죠. 가장 큰 차이점은 캐릭터들이 다릅니다. 태주는 고향으로 돌아온 서울에서 활동하던 형사라는 점에서 '살인의 추억'에 등장한 김상경의 배경과 송강호 캐릭터를 합쳐 놓은 모습입니다.
큰 차이는 '살인의 추억'에서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인물인 검사 차시영의 등장입니다. 공안 검사라는 최악의 존재가 등장하고, 그가 학창시절 태주를 괴롭히던 일진이라는 사실은 전혀 다른 지점에서 충돌을 불러옵니다. 과거의 상처를 계속 건드리는 집요한 차시영과 그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는 태주의 관계성은 극의 전반을 끌고 가는 큰 축입니다.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과정 속에 학창시절의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인물과 이를 이용하려는 존재의 충돌은 극을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여기에 과거 학폭 가해자가 검사가 되었다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학폭 가해자나 공안 검사가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둘이 어쩔 수 없이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설정은 조금 불편하기는 합니다. 어느 시점 이를 단절하고 단죄할 수 있는 시간도 오겠지만, 그 과정들에서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 역시 당연한 이치일 겁니다. 악랄하고 잔인한 공안 검사 시영이 태주와 그의 여동생인 순영을 자극하며 위기로 몰아넣는 과정을 그대로 목도해야 하는 과정은 답답함으로 다가올 듯 합니다.
허수아비 범인, 그리고 기환·기범 형제
허수아비처럼 서 있다 갑작스럽게 여성을 덮쳐 살해하는 범인으로 인해 '허수아비'라는 제목이 만들어졌습니다. 2회까지 등장한 내용들 속에서 진범은 누구다 라고 알려주듯 전개되고 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태주의 친구인 기환과 동생인 기범 형제들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더욱 기범이 태주의 여동생인 순영과 결혼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기범이 연쇄살인마라고 주장하듯 이끌고 있습니다. 유일한 생존자가 잃어버렸다는 가방이 그 책방에 있고, 친구를 잃고 힘겨워하던 여학생이 그린 몽타주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는 장면은 그가 범인이다라는 시그널처럼 다가옵니다.

물론 이런 형식은 의도적인 방식입니다. 그런 측면으로 보자면 기범은 절대 범인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는 초반 희생양이자,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가는 인물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순영과 결혼하기로 했던 기범이 범인으로 몰리게 되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너도, 사건도"
2회 순영이 동료 교사이자 군수 조카인 전경호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시영이 의도적으로 학교에서 경호에게 태주 남매의 가족사를 언급해서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이들 남매 어머니가 '술집 마담' 출신이라는 언급은 순영을 태워주겠다며 운전하던 경호의 행동으로 급발진합니다.
순영이 결혼을 한다는 말에 발끈한 경호는 시영에게 들은 말을 했고, 이로 인해 다툼이 이어지다 차량이 도랑에 빠지는 사고까지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방적 폭행이 이어졌죠. 문제는 태주가 경찰서에서 풀려나던 경호가 다시 그런 발언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그 자는 순영의 오빠가 형사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태주를 몰랐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동생을 폭행하고, 어머니에 대한 조롱까지 일삼는 자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습니다. 서울에서처럼 기자들이 가득한 경찰서 복도에서 경호를 폭행하는 태주는 그렇게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은 시영이 태주를 자신의 밑에 두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선배 검사의 대학생 아들을 공안 검사의 수법으로 옭아매고, 이를 빌미로 연쇄살인사건을 넘겨받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괴롭히던 태주를 자기 밑으로 데려오기 위해 전경호를 이용한 시영은 유치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살인의 추억'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
초반 흐름은 앞서 언급했듯 '살인의 추억' 모방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작품의 그늘에 갇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면면도 '살인의 추억'을 넘어설 수 없다는 사실에서 한계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태주와 시영의 관계성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기대입니다. 여기에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삶. 진범이 드러난 후 더욱 그들의 삶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한다는 점에서 기환과 기범 형제들의 현재가 궁금해집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억울한 피해자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절대 범인일 수 없는 이를 범인으로 만든 일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진범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질 수밖에 없죠. 검사가 진범이면 좋겠지만, 나이든 태주가 만난 진범을 보면서 큰 미동이 없는 것을 보면 자신이 알고 있는 인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름을 통해 누군지 알고 있을 태주로서는 충분히 대비한 결과일 수도 있겠죠.
전체적인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형사물로서 재미는 존재합니다. 더욱 앞서 언급한 태주와 시영의 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 그리고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인생 자체를 잃어버린 이들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등장할지 궁금해집니다. 어쩔 수 없이 지속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살인의 추억'의 그림자를 어떤 식으로 벗어날지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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