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동만, 그리고 안온함
감정 워치의 데이터와 실제 감정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감정 워치 데이터를 분석하는 중에 동만은 현재 기분을 '괜찮다'라고 하지만, 데이터는 '불안'이 가득했습니다. 은아를 바라보며 행복해 하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래서 불안했을지도 모릅니다. 좋아하지만 그래서 좋아하기 어려운 상대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은아는 담당 의사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테스트를 받고 있는 이들 중 은아처럼 '알수없음'이 뜨는 이가 나왔다고 합니다. 합리적 의심은 동만으로 추측됩니다. 인간은 감정덩어리라고 하는 은아는 동만의 현재 상태를 '불안'이라고 정확하게 읽어냅니다. 데이터처럼 완벽하게 동만의 상태를 은아는 보고 있었습니다.
항상 불안한 동만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안온함'이라고 합니다. 한겨울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으며 만화를 읽는 것 같은 느낌. 그것보다 백배는 더 큰 감정이 바로 '안온'이라 했습니다. 동만이 추구하는 삶은 영화감독으로 성공해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을 보면 동만의 형 진만이나 고 대표의 지적이 정확했습니다. 여자를 만나라고 언급한 것은 동만이란 인물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두와 싸울 정도로 강하지 못한 동만에게는 그를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는 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은아는 동만을 '안온'하게 해 줄 최적의 존재이기는 합니다.
은아의 엄마, 오정희
은아에게도 동만은 특별한 가치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은아의 서사가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버리고 떠나버린 엄마라는 인물의 정체가 드러났죠. 지난 회에 은아가 새롭게 개봉하는 국민 여배우 주연의 '마이 마더' 포스터를 보며 상심에 쌓여 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오정희의 신작 '마이 마더'는 시작부터 큰 성공으로 제작자인 최 대표를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빠른 천만도 가능하다며 들떠 있었지만, 글 하나가 모든 것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오정희의 인스타그램에 장미란과 함께 찍은 사진에 댓글로 친딸 변 씨를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어린 은아는 아버지를 시작으로 어머니까지 집을 떠나며 홀로 남겨졌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은 자신이 버려진 것이 들통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존심 셌던 아이에게 부모의 갑작스러운 가출은 최악이었을 겁니다. 스스로 버려진 아이라는 생각에 그의 성격도 규정되었을 겁니다.

자신이 보기에 볼품없는 남편과 딸을 버리고 성에 차는 사람 찾아 인생을 갈아 끼운 어머니의 삶은 어떻게 비쳤을까요? 남들은 모르지만 당사자인 은아는 항상 엄마를 보면서 동경보다는 증오의 감정을 키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표현도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은아는 그래서 코피를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은아가 동만에게 관심이 간 것은 모두가 그를 싫어했기 때문일 겁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자신과 같은 처지일까? 하는 그런 감정도 있었을 겁니다. 동정이라기보다는 동지애, 공감이 동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이유였을 겁니다. 그런 동만과 만나며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 은아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침묵이 두려운 동만, 돌멩이를 던진 은아
동만은 경세에게 제대로 팩트 폭행을 당했습니다. 장문의 글을 쓰기 위해 경세는 마치 영화 시나리오라도 작성하듯 공을 들였고, 그렇게 카톡방에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만은 제대로 충격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도 아닌 비루한 삶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지적당하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동만은 은아와 함께 대화를 하며 자신은 '침묵'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 두려움을 털어내기 위해 수다쟁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동만이었습니다. 외롭고 불안해서 그렇게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을 찾고, 그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며 말도 안 되는 말을 떠벌리는 것은 지독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침묵하고 있으면 갑자기 '진실'이 튀어나올까봐 겁이 난다고 했습니다. "너는 존재 가치가 없어"라는 말을 내 안의 골룸 같은 것이 나와 팩트 폭행할 것이라고 말이죠. 그런 동만의 우려가 경세라는 자신 안이 아닌, 자신의 거울과 같은 인물을 통해 듣게 된 것이죠.
동만은 집에서 술을 마시는 형 몰래 조용하게 집 안에 있는 모든 끈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종이 가방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넥타이부터 끈이라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담아 숨겼습니다. 전날 있었던 형의 갑작스러운 행동이 두려웠던 것이죠. 동만은 그런 남자였습니다. 말만 강하지 마음은 약한 존재였습니다.
그런 동만은 경세의 팩폭을 애써 외면하려 노력합니다. 아지트를 지나치는 모습에 경세는 발끈하고, 이내 돌멩이 하나가 창문을 깨자, 동만이라 확신하고 쫓아가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짓을 할 것이라고는 동만 외에는 없다 생각한 것은 경세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돌멩이를 던진 이는 은아였습니다.
회사에서 경세가 동만을 팩트 폭행한 장문의 글을 봤기 때문입니다. 은아는 이런 방식으로 동만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은아는 자신이 증오해왔던 엄마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동만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최 피디를 향해 당당하게 반박합니다.

하지만 은아의 마음이 편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동만에게 전화를 걸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 합니다. 그런 은아를 위해 동만은 방금 전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맛깔나게 합니다. 잠깐 잠이 든 상황에서 누군가 자신을 발로 밟고 있다고 했습니다. 형과 둘뿐이니, 형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배달 음식이 왔다고 하죠. 문제는 형이 배달을 받으러 가는 상황에도 누군가 밟고 있는 것을 보고 지금 자신이 '가위눌림'을 당하고 있다 확신했습니다.
형이 보기에는 배달 음식값을 내지 않기 위해 자는 척 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말이죠. 사실 형의 이런 생각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동만이 굳이 '가위눌림'을 언급한 것은 은아의 감정선이 좋지 않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상대와 싸우지 말라고 합니다. 그 상대는 '가위'와 같아서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죠. 그게 동만이 은아를 위로하는 방법입니다.
실제 은아는 동만의 이런 말에 코피가 멈췄다고 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흐르는 코피는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들도 많습니다. 오늘도 흐르는 코피를 막으며 동만의 이야기를 들은 은아는 거짓말처럼 코피가 멈췄습니다. 그건 은아 역시 동만이 특별하다는 의미입니다.
"영화감독이에요"
다음 날 동만은 계단에서 오백 원 동전 하나를 주웠습니다. 기분 나쁘면 길거리에 떨어진 오백 원 동전이라도 주워야 한다던 동만은 기분이 좋은 아침에도 이런 행운이 찾아왔다 생각했습니다. 하늘도 맑았고, 등교하는 아이에게도 행복한 인사를 건넬 정도로 최고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은아는 공격을 당하면 피하지 말고 공격해야 한다는 동만의 말을 실천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을 함부로 하던 최 대표 방을 찾아가 그동안 참았던 발언들을 쏟아냅니다. 은아를 그렇게 괴롭힌 것은 그래도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한 최 대표로서는 직설하는 은아를 보며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당당하게 할 말 다한 은아는 자신이 퇴직하려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고도 합니다. 자신은 계속 회사를 다닐 거라며, 오늘은 조퇴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신이 앉아 있어야겠냐고 합니다. 자신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과연 이를 버틸 수 있겠냐며 당당하게 회사를 나섭니다.
그동안 은아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동만의 행동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은아가 나간 후에야 최 대표는 무슨 전염병이라도 돌고 있냐며, '쩌리'들이 나댄다고 합니다. 하지만 은아가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되면 최 대표는 사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날이라도 받은 것처럼 동만도 아지트 앞에서 경세와 만나자 제안합니다. 그리고 아지트 앞에서 동만의 폭격은 시작됩니다. 너희들이 뭐라도 된 것처럼 우쭐해 하지만, 특별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너희들이 감독으로 영화를 개봉했다고 나보다 더 행복할 거 같냐며 공격합니다.

재벌이 보기에 반지하 사는 사람들이 불행할 것 같지만, 사실은 불행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들도 똑같이 고민하고 걱정하고, 행복하다며 모두 다 똑같다 했습니다. 착각하지 말라며, 니들이나 나나 다 똑같다고 일갈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 동만의 형이 언제나처럼 술을 사들고 집에 가다 아지트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목격한 것이죠.
그렇지 않아도 심기가 불편했던 진만은 다짜고짜 동만을 주먹으로 때립니다. 다른 사람을 팰 필요도 없이, 말 많은 동생을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역으로 이런 행동을 통해 다시는 동만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형에게 맞던 동만은 애타게 신고해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진만을 붙잡기에 여념이 없죠. 그렇게 진만은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형제들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어 조사를 받는 웃지 못할 상황에 '아지트' 8인회 멤버들이 함께 와 있는 상황은 기괴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조사를 시작하며 형사는 동만에게 직업이 뭐냐고 묻습니다. 머뭇거리는 동만과 다른 이들이 그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사이 은아가 다가와 "영화감독요"라며 자신은 피디라고 언급합니다. 아무도 나서지 못하는 사이 은아는 동만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무직'을 '영화감독'으로 규정했습니다.

은아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감정 워치 테스트에 나섰다가 '무직'자를 모집했는데 직업란에 '감독'이라고 썼다고 당황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한 동만의 말을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동만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아는 그의 본질과 진심이 뭔지를 파악한 그에게는 당연히 '영화 감독'이었습니다.
이런 은아의 행동은 김춘수의 시 '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문구처럼 은아가 동만을 '감독'으로 불러줌으로써 그는 정말 '감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세상 모두와 싸우던 동만에게 은아는 가장 든든한 동료입니다. 과연 은아는 동만과 손을 잡고 그의 감독 데뷔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벌써부터 그들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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