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회 탈퇴, 그리고 열린 아지트
동만에게 8인회는 단순한 모임이 아닙니다. 그의 삶과 가치가 모두 녹여있는 공간이자 관계입니다. 그 관계는 곧 자신을 증명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쉽게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8인회를 떠난다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탈퇴 선언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형에게 두들겨 맞고 경찰서로 온 동만은 직업을 묻는 경찰로 인해 다시 긴장감이 극대화되었습니다. 감정 워치 테스트에서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당시에는 그냥 스스로 이 지독한 상황에 매몰되었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경찰서를 찾은 은아는 동만은 영화감독이고, 자신은 피디라고 언급합니다.
누군가 자신의 무가치함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감격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감격이 감당할 수준을 넘기면 기절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자신의 신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벅참은 무가치함에 시달려 온 동만에게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었을 겁니다.
동만은 왜 자신이 토한 배수구에 빠진 오백 원 동전을 꺼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을까요? 그건 동만의 세계관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불행을 대신해 주는 우연하게 주운 오백 원 동전은 동만에게는 행운의 상징입니다. 이제는 은아에게도 전해져, 오백 원 동전을 모을 정도였습니다. 남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그 서사와 가치가 오백 원 동전에 잘 담겨있다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경세의 고백, 그리고 "황동만 내꺼"
동만과 경세가 왜 그렇게 틀어졌는지 이유도 드러났습니다. 동만이 8인회에서 탈퇴 선언을 하며 경세는 자신이 왜 싫은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형이 먼저 나 싫어했으니까"였습니다. 경세가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동만을 신경 쓰는지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그건 자격지심이었습니다.
8인회의 리더인 영수에게 전화한 경세는 자신이 동만의 아이디어를 훔쳐 데뷔작을 찍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함께 살던 시절 술에 취해 들어온 동만이 해줬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경세는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3일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애욕의 병따개'였습니다.
문제는 동만이 자신의 이 작품을 자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조바심에 어쩔 줄 몰라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경세는 동만을 경계했고, 그게 심해지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동만을 비난하고 밀어내기에 급급했죠. 자연스럽게 경세의 그런 행동이 쌓이니 동만의 감정도 틀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현재가 만들어졌습니다.

자신의 아내도 모르는 이야기이고, 죽을 때까지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를 술기운을 빌어 선배에게 털어놓은 경세도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잠에 취한 영수는 어느새 경세의 이 고백을 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경세야 아름다운 고백이다. 손뼉 쳐주고 싶다"라고 합니다.
영수는 다음 날 동만을 제외한 8인회 멤버들을 아지트에 모아 두고 선언을 합니다. "황동만 내꺼"라고 말이죠. 그동안 그들은 동만이 쏟아내는 수많은 경험과 이야기들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켰습니다. 그러면서도 동만만 감독 데뷔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그의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자책감에 경세처럼 거리를 두거나 동만을 공격하는 행태로 자신을 보호해 왔습니다.
"사랑이라고 뜰까 봐"
동만은 은아를 좋아합니다. 그 감정은 이미 사랑이지만, 스스로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자신이 은아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옆에서 시나리오를 봐준다는 은아와 카페에서 서로의 공통분모인 감정 워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의도하지 않은 '사랑 고백'을 하고 맙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관념이기에 워치에 뜰 수 없다 했습니다. 이런 은아의 말에 속마음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워치를 숨겨온 것은 은아를 만나면 행복하고 즐거운데,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은아의 관념적 단어인 사랑은 뜨지 않는단 말에, "사랑이라고 뜰까 봐"라는 말은 고백이나 다름없습니다. 서로 그 단어가 어떤 의미로 공유될 수 있는지 알기에 머쓱해지는 장면만 봐도 둘의 관계성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동만은 은아의 전 남친이었던 마재영을 우연하게 만났고, 은아는 동만의 형 진만을 우연하게 만났습니다. 우연이지만 이런 만남들은 우연일 수는 없습니다. 은아는 뻘쭘해서 "어떤 시가 좋은 시예요?"라고 묻습니다. 형이 시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 접근이었습니다.
투명하게 그렇게 말하고 가버리는 진만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가장 창의적인 수단인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외우면 된다는 말은 많은 함의를 품고 있습니다. 그냥 봐서는 모르는 시를 외운다고 이해된다는 말은 곡해가 될 수 있지만, 외우기 위해서는 무수히 반복해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이런 게 아닐까요?
은아의 선언, 그리고 미란의 등장
은아는 마재영에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나리오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않기 위해 온갖 협박을 다하는 그의 문자를 보고 은아는 지랄같은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습니다.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동만이 나섰습니다. 우연하게 동만은 자신의 시나리오를 봐준 은아가 낙서하듯 적은 '마재영 개새끼'라는 단어를 읽고 그의 작품을 읽게 됩니다.
동만은 확신했습니다. 마재영의 시나리오는 은아의 것임을 말이죠. 그래서 재영을 불러내 분노하지만, 이미 성공에 눈이 먼 재영에게는 동만의 분노는 우습기만 했습니다. 과거 자신의 글을 보고 비판했던 동만을 보며 재영은 선배가 자신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봤다고 했습니다.

무능한 재영을 통해 자신을 보고 분노한 동만의 행동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재영은 그렇게 동만에게 "아직도 내가 무능한 선배 같아요"라고 반박합니다. 자신은 곧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지만, 동만은 여전히 시궁창 같은 현실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허탈해진 동만에게 톡이 왔습니다. 은아는 왜 톡한다면서 안 하냐고 연락한 것이죠. 그런 은아의 연락에 바로 파란색이 된 워치를 보고 오늘 하루 중 유일한 '파란색'이라며 행복해합니다. 은아 역시 동만의 답에 자신도 오늘 처음 '파란색'이 떴다고 행복해합니다. 동만과 은아는 그런 관계입니다. 서로를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관계, 그건 '사랑'이죠.
다시 아지트로 돌아가 "황동만 내꺼"를 외친 8인회 큰형 영수에게 반기를 든 이가 있었습니다. 아지트에서 작업을 하던 은아는 공개적으로 반대했습니다. "저도 아도 쳐서 황동만 입에 다시 탈탈 털어줄 겁니다"라고 반박합니다. 이를 통해 동만이 얼마나 빛나는 가치를 지녔는지 깨닫게 하겠다는 은아의 선언 역시 '사랑 고백'입니다.
은아의 행동을 보자마자 혜진은 동만에게 전화해 여자 생겼지라고 묻습니다. 촉 좋은 혜진을 너무 잘 아는 동만은 은아 씨는 자기만 좋아한다며 절대 말하지 말라 합니다. 혜진은 동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제 아지트 출입금지 해제라고 선언합니다. 동만이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8인회를 탈퇴하자, 오히려 아지트가 열렸습니다.
은아의 친모인 오정희는 공개입장을 통해 최근 벌어진 논란을 정리하려 했습니다. 소속사 대표는 은아를 찾았고, 그가 최필름에 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랍니다. 은밀하게 상황을 파악한 대표가 건넨 말에 정희는 발끈합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무 보조로 떠돌다 최필름에 입사해 정규직이 되었다는 과정과 최 대표가 은아를 '구박'했다는 말에 표정이 바뀌는 부분은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게 합니다.

경세와 격하게 싸우는 장면을 보고 동만에게 호기심을 보인 미란은 준환과 함께 만납니다. 준환의 새 작품에 미란을 출연시키려 노력했는데, 동만으로 인해 수월해진 상황입니다. 그 자리에서 동만과 통한 미란은 행복했습니다. 미란 역시 국민 배우인 새어머니 오정희로 인해 스스로를 '무가치'하다 생각하고 살았던 존재였습니다.
그 '무가치'함을 깨달으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미란은 노골적으로 그 무가치함을 드러내고 세상과 싸우는 동만에게 극심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사촌 여동생 결혼식에 유명 배우인 미란이 축가 가수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 자리에서 미란도 은아처럼 동만에게 '감독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습니다.
"성공은 바라지도 않아요"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은 관계의 시작입니다. 은아는 동만을 통해 자신의 '무가치'함과 어떻게 싸울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그의 도움 요청에 흔쾌히 응해 결혼식장에서 싸이의 '예술이야'를 부르는 장면은 5회 휘몰아친 이야기를 정리하며 터트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동만은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은아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데뷔의 목적과 가치를 언급했습니다. 뭐 대단한 감독이 되어 부와 명예를 누리겠다는 욕심은 없었습니다. 동만에게 자신의 작품은 자신의 무가치함을 떨쳐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평생을 녹여낸 자신의 삶을 외면하고 다른 일을 한다면 그건 회피지 극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미란도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 무가치함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모여서 과연 당당하게 스스로의 삶이 가치 있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이제 이들의 '모자무싸'는 시작되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미란의 흥겨운 노래도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과정이었고, 그런 모습을 보며 손을 들어 환호하는 동만도 싸우는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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