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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괴물 최종회-죗값은 죄 지은 자만 받는 세상, 완벽했던 드라마

by 자이미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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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이제 장르 드라마가 정착 단계로 접어드는 듯하다. 물론 여전히 말도 안 되는 만화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어설픈 전개들을 유명 스타를 앞세워 채우는 드라마도 존재한다. 그저 유명 스타 배우 하나만 보며 열광하는 사이 한국 드라마의 질은 점점 추락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 <괴물>은 간만에 환호하게 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었다. 첫 회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구성된 작품을 만나는 것이 이제는 쉽지 않은 경험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이 가지는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흥미롭게도 작가와 감독이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장르물에서도 여성 파워가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했다. 12회 모든 진실은 드러났다. 그렇게 남은 4번의 이야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우려까지 되었지만, 그들은 다 생각이 있었다.

 

마지막 회에 작가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죄지은 자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런 당연한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회이기 때문이다.

 

검찰에 몸담은 자는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하지 않는다. 그건 판사도 마찬가지다. 절대 다수 국민들이 사법개혁을 외치는 이유도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법 앞에 공평해야 하지만 그들에게 법은 그저 자신들을 이롭게 하는 수단일 뿐이니 말이다.

 

이동식과 한주원이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만나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담은 <괴물>은 주원의 성장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일그러진 주원이 시골 파출소로 오면서 벌어진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평화로워 보였던 그 시골 마을에는 21년 전 벌어진 사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굴레를 안고 살아가는 곳이었다. 그렇게 주원이 자원해서 만양에 오자마자 사체가 발견되었다. 동식이 21년 전 사건의 진범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이 사건은 파면 팔수록 새로운 진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진실에 다가가면 갈수록 보이는 실체는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주원이 파고들면 들수록 그 핵심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기본 이야기의 중심에는 동식이 있다. 자신의 여동생이 실종되었고, 같은 시점 여성이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동식의 용의자가 되어 고초를 치러야 했다. 그렇게 형사가 되어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던 동식은 오직 하나의 목적만 존재했다. 동생 실종으로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는 정신을 놓았다. 그리고 형사로 살아가며 후배를 잃었다.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한 남상배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온 동식을 잘나가는 경찰대 수석에 차기 경찰청장을 아버지로 둔 주원이 의심하기 시작하며 드라마 <괴물>의 서사는 시작되었다. 두 형사의 대립은 그렇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이유로 작동한다.

서로를 의심하며 누가 괴물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은 충돌을 통해 파괴되고, 그렇게 무너진 상황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어간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런 과정 없이 진실을 찾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는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정철문 서장의 죽음은 주원이 한 일이 아니다. 자신의 휴대폰 배터리가 닳아 동식의 휴대폰을 잠시 빌려 사용하던 주원은 문자를 봤다. 정 서장이 은밀하게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메시지였다. 주원은 이게 함정이라고 확신했다.

 

진실을 아는 이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 정 서장이 다른 누구도 아닌 동식을 은밀하게 불렀다는 것은 함정이다. 그래서 주원은 자신이 정 서장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현장은 처참했다. 정 서장은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했고, 흉기도 현장에 있었다.

 

사망한 남 소장의 휴대폰과 연락한 대포폰이 함께 놓여 있는 현장을 동식이 먼저 확인했다면 그는 21년 전과 같이 유력한 용의자가 되었을 것이다. 주원이 첫 목격자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으니 말이다. 주원은 무한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의심하고 범인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동식. 하지만 동식은 철저하게 당했던 피해자였다. 피해자의 가족이자 피해 당사자이기도 했던 동식을 의심했던 자신에 대한 자책이었다. 여기에 동식의 동생을 죽게 한 이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에 죄책감을 가지는 것은 주원에게는 너무 당연했다.

 

동식은 주원에게 토끼몰이를 다시 제안했다. 주원이 아버지가 진범인지 확인하기 위해 제안했던 토끼몰이를 이번에는 동식이 역제안을 했다. 살인을 이어온 이창진을 토끼몰이로 궁지로 몰아 자백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범죄자로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이창진을 무너트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고립시키고 배신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믿게 만들면 그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주원이 아버지 일을 도맡아 해주는 권 검사에게 진실과 실체를 제대로 보라는 말로 압박했다.

 

권 검사도 의심은 했지만, 경찰청장이 된 주원의 아버지를 자신의 동아줄이라 확신했다. 의심이 존재했지만, 묵인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들인 주원의 행동은 권 검사에게 용기를 내게 했다. 자신의 의심이 곧 밝혀지고 붕괴할 수 있음을 눈치 빠른 권 검사는 주원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동식과 주원의 전략은 통했다. 이창진은 자신에게 구속 영장은 발부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무진시 검사마저 장악하고 있는 한기환이 자신을 비호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이창진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도해원과 한기환이 모두 자신을 배신하면 결국 모든 죄를 짊어져야 하는 것은 이창진 자신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토끼몰이는 성공했고, 이창진의 자백을 시작으로 21년 전 사건의 모든 것들은 드러났고, 처벌로 이어졌다.

 

경찰청장이라는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자신의 범죄를 숨긴 한기환은 추락했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한기환 앞에 등장한 주원은 "나약한 사람이 저지른 최악의 도피다"라는 말로 아버지를 압박했다.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신의 아내를 이런 식으로 비난했던 한기환에게 아들이 마치 되갚아주듯 이야기하자 아들에게 총을 겨누는 그의 행태는 절벽 앞에 선 상황이었다. 여기에 동식이 개입하고, 총을 겨누며 한기환의 행동을 저지하려는 상황에서 주원은 총을 빼앗아 아버지를 겨눴다.

공포탄을 쏘고 이제 실탄이라며 경고하고, 저항하자 책장에 총을 쏘는 주원의 행동에 한기환도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다음 총구는 자신을 향할 수밖에 없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죄지은 자들은 모두 체포되었다.

 

도해원과 이창진은 자신의 선고에 불복했고, 박정제는 받아들였다. 한기환에게는 무거운 선고가 이어졌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동식은 한기환을 체포한 직후 주원에게 체포해달라고 요구했다. 몇몇은 알고 있지만, 그 사람들이 외부에 밝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강진묵의 살인을 알리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동식은 주원에게 자신을 체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역시 죄라는 점에서 달게 처벌받겠다는 의미였다. 그런 동식에게 울면서 수갑을 채우는 주원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을 것이다.

 

주원이 정보원을 이용한 것은 무죄가 되었고, 동식의 행동은 집행유예가 되었다. 처벌을 받은 동식은 이제 경찰이 아닌 자연인이었고, 주원은 본청이 아닌 소도시에 근무하겨 청소년 범죄에 집중하고 있다. 만양 패밀리들과 모여 식사를 하면 장면에서 주원의 변화는 극적으로 다가왔다.

강박증까지 가지고 있었던 주원이 남들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는다. 그리고 자신이 더려워져도 상관하지 않는 주원의 행동은 큰 변화다. 식사 후 산책을 나온 그들의 모습은 평온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 전화를 받고 급하게 가는 주원에게 반말로 인사하는 동식과 반말하지 말라는 주원은 웃고 있었다.

 

이들의 그 웃음이 이전에는 섬뜩함으로 다가왔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서로를 믿는 마음이 만든 것이라는 사실만 강렬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이 포스터를 읽어주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 여전히 수많은 성인 실종자들이 존재한다.

 

드라마 <괴물>에서 사망한 이들 역시 성인 실종자들로 분류된 이들이었다. 성인이라는 이유로 제도로 수사도 되지 않는 실종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는 그래서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숫자에 불과할 수 있지만 당사자와 가족들은 그들의 모든 것임을 동식을 통해 잘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이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역작이다. 장르 드라마가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드라마 <괴물>은 그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놨다. 범죄 수사 드라마의 기준 자체를 높인 <괴물>로 인해 한동안 드라마 보는 것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높은 수준의 드라마가 기준이 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김수진 작가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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