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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나쁜형사-신하균 이설 원작 루터를 넘어설 수 있을까?

by 자이미 2018.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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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 <루터>를 원작으로 한 <나쁜형사>가 첫 방송되었다. 원작을 봤던 이들에게 첫 주 방송은 아쉬움이 컸을 수도 있어 보인다. 원작의 사건들을 조악하게 조합해 첫 주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아쉽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는 했지만 신하균 특유의 감성은 호불호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번잡했던 시작;

강렬했던 원작 넘어선 리메이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악당보다 더 악한 형사 이야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형사. 선을 오락가락하는 이 형사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오직 악랄한 범인을 잡기 위해서 이기 때문이다. 비록 과격하고 형사로서 선을 넘는 경우도 있지만 그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진 형사를 찾기도 어렵다.


태석이 경찰 시절 끔찍한 여고생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그 사건은 트라우마가 되었고 그가 열혈 나쁜 형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강력계 형사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가던 태석은 담당 검사가 자신이 추적하던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


검사 장형민은 이름은 바꿨지만 그 잔인함이 사라질 이유는 없다. 태석의 눈에는 여전히 잔인한 살인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쁜형사 태석에게 조력자인 동윤과 사이코패스 천재 선재가 가세하며 강력한 팀이 만들어진다. 동윤은 신입이지만 태석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충성스럽다.


선재는 기자이지만 사이코패스이고 뛰어난 두뇌를 가진 기이한 인물이다. 태석의 방식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핵심 조력자가 되어 악당들을 쳐부수는 이야기는 통쾌할 수밖에 없다. 아동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인간적인 대우는 필요 없다. 비난을 받아도 아이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의라고 이야기되는 가치에 위반하는 그 무엇과도 싸우는 나쁜형사가 매력적인 것은 당연하다. 인권이 우선시되며 그 이득은 모두 나쁜 놈들의 몫이 된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이들이 피 흘려 얻은 인권을 역으로 악랄한 자들이 우선 적용 받는 것이 황당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나쁜형사>에 많은 이들이 호응한 것은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통쾌함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과 규칙보다는 피해자를 우선하는 태석의 행태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범죄자는 정말 악랄하다. 그리고 태석은 틀리지 않았다. 


범인을 오해해 폭력을 휘두르거나 하는 일은 없다. 완벽한 나쁜 형사에게 그런 실수는 나올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극중 태석의 행동에 응원을 보내거나 호응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식의 폭력을 정당화 하는 형사가 있다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첫 주 방송이 끝나고 많은 이들은 우호적인 평가를 해주고 있다. 악랄한 연쇄살인마 검사는 태석에 의해 사망했다. 그리고 태석은 자신이 죽게 내버려뒀다며 자신을 처벌하라고 요구한다. 재미있게도 검찰 측에서 사건을 서둘러 정리하기에 바쁠 뿐이었다.


경찰은 태석은 팀장으로 한 강력팀을 만들어줬다. 연쇄살인마 검사라는 초유의 상황을 덮기 위한 선택이었고, 태석은 그렇게 나쁜 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여기에 타고난 천재인 선재의 등장은 극적 재미를 더욱 키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문제는 이 과정이 어설프게 이어졌다는 점이다. 선재는 원작에서도 중요한 존재다. 주인공과 같은 위치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이라는 점에서 선재의 등장만이 아니라 태석과 만나게 되는 과정도 중요하다. 리메이크 작인 <나쁜형사>는 선재라는 인물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원작 <루터>에서 선재 역할은 천재 과학자 앨리스 모건이다. 사이코패스이며 루터의 아내를 위협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이기도 하다. 원작에서는 앨리스 모건이 완벽하게 완성한 살인을 루터가 풀어내며 두 사람은 끈끈한 관계로 이어지게 만든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앨리스는 절대 자신의 살인을 밝혀낼 자는 없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루터는 달랐다. 그는 앨리스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그가 어떤 방식으로 살인을 했는지도 밝혀낸다. 물론 실제 구속시킬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법의 처벌을 받게 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천재 사이코패스 앨리스가 루터에게 특별한 애착을 가지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나쁜형사>에서는 기자로 먼저 태석과 만남을 가진 선재가 '3-4회'에서 갑자기 살인마가 된다. 이미 태석에게 애착을 가진 선재가 살인마로 형사 태석과 마주하게 된다는 설정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나쁜 형사에 관심을 보이는 사이코패스가 오히려 그의 수사를 돕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처음 만나고 함께 하게 되는 과정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첫 주 방송된 에피소드는 원작 그대로다. 그저 사건을 혼재시키고, 한국적 설정으로 바꾼 것이 전부다.


태석이란 캐릭터를 어느 정도 살렸다고 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캐릭터 구축에는 실패했다. 태석의 아내는 주변만 맴돌며 극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모델하우스 같은 집에서 현실감 떨어지는 부부 연기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참 기괴함으로 다가온다.


첫 주 원작인 <루터>의 사건들과 인물 관계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유기적인 관계가 아닌 점프 컷을 하듯 뜬금없는 과정들이 만들어졌다는 점도 아쉽다. 과몰입되어 홀로 튀는 태석이란 캐릭터는 그래서 물에 뜬 기름 같다. 원작에서 표정도 없고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는 그 미묘한 캐릭터가 왜 좋았는지 태석의 모습을 보며 깨닫게 한다.


한국적 배경과 환경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움보다는 진부한 캐릭터들을 추가하고 설정했다는 점도 아쉽다. 보다 담백하며 흥미롭게 풀어갈 수도 있었지만, 익숙하게 봐왔던 대립 관계를 구축하고 집안 싸움을 하는 형식에 너무 방점을 찍었다는 점도 아쉽다.


매번 벌어지는 사건과 이를 풀어가는 나쁜 형사. 그리고 그를 돕는 조력자의 이야기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물론 그런 나쁜 형사를 노리는 형사도 존재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립각을 두고 오직 태석만을 목표로 삼는 존재는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나쁜형사> 첫 주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여주인공인 선재의 캐릭터 구축의 실패다. 이미 많은 이들이 연기력을 꼬집고 있지만, 연기력 보다는 원작을 뒤섞으며 실패를 한 작가와 이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감독의 역량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루터>가 아닌 <배트맨>을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은 과연 스스로 만족하는 첫 주 방송이었는지 의문이다.


높은 시청률을 보이기는 했지만 원작인 <루터>를 이미 본 시청자들로서는 아쉬움이 더욱 컸던 <나쁜형사>였다. 원작이 없었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적용 실패한 여성 캐릭터에 대해 비난을 해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의 사건과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장점을 놓친 제작진들의 선택이 아쉽기만 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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