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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놀면 뭐하니-아침마당 유산슬 출연이 가지는 의미

by 자이미 2019.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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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KBS가 하나가 되어 방송을 진행한다? 국가적인 행사가 아니라면 그런 경우는 없다. 그걸 유재석이 해냈다. 유재석이기에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의 존재 가치는 다시 한번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유산슬이라는 이름으로 트로트 신인 가수가 된 유재석의 활약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번에도 유재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출연을 하게 되었다. <해피투게더> 촬영을 하던 중 담당 CP가 <아침마당> 출연에 대해 언급해서야 알았다고 한다. <아침마당> 제작진 역시 사전에 연락할 수 없어 인터뷰를 통해 생방송 진행 과정을 정리하지 못했다.

녹화가 아닌 생방송이라는 점에서 제작진 역시 무리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철저하게 준비해 방송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제작진들의 임무다. 그럼에도 비밀스러운 준비가 가능했던 것은 그게 유재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재석이라면 생방송도 제대로 해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유재석의 초창기 시절을 생각해보면 이 역시 무리수다. 희대의 방송 사고와 다름없는 실수를 했다. 생방송에서 수습이 불가능한 실수는 유재석에게도 트라우마였다. 그런 점에서 그가 현재 국민 MC라 불린다고 해도 생방송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유재석은 많이 당황하고 떨었다. 생방송 중 얼굴은 웃고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며 상황들을 넘어가는 것과 달리, 그의 손은 한없이 떨렸다. 그동안 유재석에게서 볼 수 없었던 이 떨림은 무엇일까? 실제 유재석은 방송을 하면서도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었다는 의미다.

 

유재석이 대단한 이유는 이 장면에서 잘 드러났다. 트라우마는 지독하게 옥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비슷한 상황이 오면 온 몸이 얼어붙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는 한다. 그런 점에서 유재석에서 갑작스러운 생방송은 그 스스로 깨야 하는 지독한 과제였다.

 

절대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사전 준비도 부족한 채 방송을 하는 유재석은 국민 MC라는 칭호를 받아도 불안하고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웃으며 방송을 하는 유재석은 정말 프로였다. 유산슬이 되어 신인의 패기를 보이는 그는 트라우마가 정말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해 주었다.

 

유재석이 이런 일을 할 이유는 없다. 말 그대로 자신이 선택해서 편하게 방송을 해도 좋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것이 유재석이다. 하지만 그런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비록 불편함을 느끼고 힘들어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최근 방송되는 유재석은 도전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편한 방송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장을 누비고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지 않는 유재석은 진정한 의미의 강자다. KBS <아침마당> 역시 대단한 선택을 했다. MBC 방송에서 만들어진 인물인 유산슬을 방송에 섭외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타 방송사를 빛나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금기시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들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트로트'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마당>에서는 오래전부터 트로트 부흥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유산슬이 불러온 트로트 바람은 자신들과 잘 맞았다. '트로트 부흥'을 위해서는 방송사와 상관없이 함께 해도 좋다는 그 판단에 박수를 보낸다. 

유재석이 대단한 각성을 해서 유산슬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트로트 부흥'이라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트로트 관계자들은 유산슬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과거 <무한도전>이 수많은 도전을 통해 소외받은 종목과 장르에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과 유사하니 말이다. 

 

트로트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과정의 열악함은 현재 트로트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큰돈을 들여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없는 환경이니 말이다. 이 모든 과정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노출하는 방식 역시 김태호 피디의 좋은 점이다.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현실을 직시하게 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니 말이다.

 

김태호 피디에게 유재석은 치트키다. 유재석이 없으면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독이 든 성배와 같은 느낌도 든다. 제작의 확장성은 존재하지만, 그 안에 유재석을 항상 둬야만 그게 가능한 상황은 김태호 피디의 한계로 다가오기도 하니 말이다. 물론 이를 장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제 라면 전문가가 되어야 할 유재석은 어떤 도전을 완성해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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