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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hot Drama 단막극

단막극 8 비밀의 화원-미세한 감정을 탐미적 감각으로

by 자이미 2010.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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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은 보면 볼수록 재미있습니다. 연속극이 주는 장황스러움을 버리고 담백하고 해야 할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보는 이들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두 여고생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5년이 흐른 후 너무 달라져 버린 그들은 과연 어떤 비밀의 화원을 가꾸고 있었던 것일까요?

반두비의 매력을 비밀의 화원에서



1. 오해가 만들어 낸 관계의 종말

작은 모텔 방에서 일어나 외출을 서두르는 기림은 중요한 면접이 있어 들뜨기까지 합니다. 소설가가 되고도 싶었던 문학소녀였던 그녀는 그 꿈을 수정해 출판사에 취직하려 합니다. 그녀가 출판사에 들어서며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이번 소설 신인상에 당선되었다는 그녀의 말에 축하는 고사하고 냉랭하기만 하던 기림은 출판사에 면접을 보러 올라가 화만 나서 돌아섭니다. 새로운 편집국장인 남자 종학은 자신이 한때 무척이나 사랑했던 남자였지요. 5년 전의 과거가 다시 한 번 오버랩 되는 듯 종학과 여진의 모습은 그녀를 다시 한 번 폭발하게 만듭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두 소녀 여진과 기림은 단짝 친구입니다. 생활이 어려운 기림은 학교에서 1위를 놓치지 않는 수재이고 글을 너무 잘 쓰는 여진은 감수성 풍부한 천상 소녀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단짝인 그녀들은 잠시라도 떨어져 있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절친입니다.

그런 그녀들이 조금씩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사건은 여름방학동안 잠시 문학반에 임시교사로 오게 된 백종학 때문이었습니다. 한 눈에 사랑을 느끼게 된 기림과는 달리 뭔지 모를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여진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채 그 남자와 이상한 삼각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소설로서 인정을 받은 젊은 문학교사는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들 특히, 문학을 꿈꾸는 소녀들에게는 로망과 다름없었습니다. 전교 1등을 다투는 기림도 문학을 사랑하고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멋진 연예를 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은 그녀를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런 기림과는 달리 극도로 종학을 경계하는 여진은 자신을 은밀하게 쳐다보는 그가 두렵기까지 합니다. 언제나 기림과 함께 하고 싶은 여진에게 종학은 둘 만의 관계를 멀게 만드는 존재였을 뿐이었지요. 종학에게 마음을 빼앗겨 첫사랑의 두근거림을 여진의 마음도 모른 채 토로하는 기림은 사랑에 푹 빠져있습니다. 

꾀병을 부려 기림과 함께 자신들만의 공간을 찾은 여진은 기림 자신도 잊고 있었던 생일을 챙겨줍니다.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공부도 잘하고 밝은 기림은 여진에게는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뭐든지 해주고 싶은 기림과 그런 여진의 마음을 알기에 너무나 행복한 기림은 결코 흔들릴 수 없는 존재로만 보였습니다. 
 

기림이 좋아하는 종학은 여진을 좋아합니다. 느끼함으로 첫 눈에 여진에게 반한 종학은 기림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음을 알면서 은근히 그런 상황을 즐기면서도 여진을 유혹하기 위해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기림이 종학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기를 바라는 여진과는 달리 점점 종학에 빠지기 시작하는 기림은 결정적인 오해들로 인해 둘 사이의 관계는 끝이 나고 맙니다. 화장실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 반 친구에 의해 기림이 종학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기림은 여진을 의심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절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었던 둘의 관계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끼어들면서 조각나기 시작합니다. 그런 조각들은 더욱 틈을 벌이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집니다. 끊임없이 여진을 유혹하려는 종학에게 기림과 멀어지는 조건으로 그의 부탁들을 들어줍니다.

이런 모습들은 다시 반 친구에게 목격되며 그들이 관계는 완벽한 종말을 고하게 되지요. 여진은 철저하게 기림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지만 그런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배신이라는 그림자는 기림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었고 5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벌어져 있는 간극은 마지막까지 좁히지 못하고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2. 섬세한 연기가 마법처럼 피어나다

'여고생, 문학, 감성, 동성애' 라는 키워드는 <비밀의 화원>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단어들입니다. 단짝 여고생의 미묘한 감정의 차이들을 감각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단막극이기에 가능한 재미와 함께 톡톡 튀는 젊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은 쉽지 않은 감정 선을 절묘하게 보여주며 드라마의 재미를 극대화해주었습니다.

<반두비>라는 독립영화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던 백진희의 섬세한 연기는 탁월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이기에 편애일 수밖에는 없겠지만 문학적인 감성이 극대화된 여고생의 감정을 백진희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젊은 배우가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혹적이었습니다.

가녀린 모습은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시키고 커다란 눈에 뭔지 모를 외로움이 묻어나는 그녀의 얼굴은 사랑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남성적인 강함이 돋보였던 민지의 연기와 가녀린 백진희의 연기는 무척이나 잘 어울렸습니다. 민지는 느끼지 못하지만 진희가 보여주는 동성애적 코드들은 아주 미묘하게 드라마에 표현되어지며 모호하지만 은연중 그들의 감정 선을 따라 느껴질 수 있도록 잘 배치되었습니다.

남자 동성애 영화로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확보한 걸작 '브로큰백 마운틴'은 상징적으로 여진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총각 선생에게 마음을 빼앗긴 기림이 장난처럼 여진에게 키스를 해보자는 모습에서 화들짝 놀라며 방을 나서는 여진의 모습들에서도 그녀가 느끼는 동성애적 감성이 잘 드러났습니다. 

10년 후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란 기림의 막연한 질문에 "그냥 어른이었으면 좋겠어"라는 여진의 답변은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심장이 멈추거나 갑자기 늙어버리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라는 여진의 이야기는 오해로 인해 망가져버린 그녀의 청춘을 더욱 헐겁고 힘겹게 만들 뿐입니다. 
그녀들만의 비밀의 화원에서 결코 잊어서도 안 되고 잊을 수도 없었던 친구 여진을 생각하는 기림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고3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시절 자신들에게 닥친 거스를 수 없었던 그 순간이 다시 찾아온다면 그녀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10년 후를 맞이했을까요? 

조금은 부족한 듯 하지만 그래서 여러 가지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여덟 번째 단막극 <비밀의 화원>은 무척 섬세하고 그래서 달콤하면서도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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