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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대물 5회-차인표가 그토록 분노해야만 했던 이유

by 자이미 201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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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직접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작가와 피디의 교체로 홍역을 치르더니 뜬금없는 걸 그룹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산으로 가기 위한 등반 준비는 모두 마쳤고 이제 본격적으로 신파로 물든 정치를 내세운 막장이 시작되는 가 봅니다. 차인표는 이렇게 엉망으로 흘러가는 드라마에 분노해 그토록 피를 흘려야 했었나 봅니다.

레인보우 홍보 드라마가 대물의 본색인가?




첫 회를 보면서 SBS에서 이런 드라마를 방송한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철저한 상업주의를 내세운 그들이 철저하게 억압된 사회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가장 자극적인 정치 담론을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의심을 하며 볼 수밖에 없었던 4회가 끝나며 엄청난 시청자들의 반응과는 달리 방송 두 달 전 그만 둔 작가는 무섭다며 인터뷰를 하고 장난이라도 하듯 담당 피디는 좌천의 형식을 띠더니 방송 전날 완전 하차를 발표했습니다.

피디가 바뀌고 새로운 5, 6회 촬영을 하며 고현정이 피디가 바뀐 사실을 알고 촬영에 문제가 생겼다는 기사도 나오기는 했지만 크게 달라질 것 없는 그들은 그렇게 새롭게 바뀐 <대물>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였고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시청률이 높은 이유가 그 전부터 기대를 했던 이들이 혹시나 해서 봤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마냥 좋아할 수 없는 것이 SBS의 입장이겠지요.

정치 드라마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편파적인 성향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썩을대로 썩은 정치판에서 이상을 꿈꾸는 등장인물이 얼마나 현실정치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며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지는 정치 드라마로서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정치 드라마의 정수로 꼽기도 하는 <웨스트 윙>은 고사하고라도 여성 대통령을 처음으로 다뤘던 <커맨드 인 치프>의 가능성이라도 추구할 수 있기를 바랐던 많은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한없는 삼류 신파로 흘러가는 흐름에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실이 되살아 나온듯한 고현정의 모습은 <대물>의 전부였고 봐야 할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시청자들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던 그녀는 피디가 바뀌며 기존의 캐릭터가 완전히 사라진 채 검사 하도야에게 징징대며 기대기만 하는 처량한 모습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변화를 꿈꾸었던 여인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바뀌는 상황을 어떤 식으로 설명이 가능할까요? 정치 초년생이 자기 남편의 사망 위로금으로 받은 돈을 전부 선거비용을 사용할 정도라면 그전에 보여준 그녀의 당찬 모습 이상의 각오로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유 중 하나는 검사마저 칼로 찌르고 정의를 억압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음이 크게 좌우했습니다. 남편이 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 가서 처참한 죽음으로 돌아오고 이런 상황들에 무능하기만 했던 권력에 대한 극단적인 분노가 <대물>의 서혜림을 규정하는 캐릭터였습니다. 

1년짜리 보궐 선거이기는 하지만 이런 울분들이 하나가 되어 출사표를 던진 그녀가 이렇게 소극적이며 동네 아줌마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그전과 전혀 연결되지 않는 캐릭터 변화로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뿐이었습니다.

구태의연하고 썩은 정치만을 일삼는 원로들을 대신해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하는 강태산은 정경유착이 극심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자신을 짓밟기 위한 당대표의 농락과 권력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재벌인 장인 사이에서 강태산은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걸고 서혜림에게 모든 것을 올인 했습니다.

캐릭터들이 구축해 놓았던 당위성들이 대단함에도 불구하고 전개되는 과정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강태산이 손바닥이 찢어지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분노를 내세우며 기존 세력들과 맞서 싸우는 사이 서혜림은 사무장이 선거 자금으로 도박을 하는 상황에서도 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잘하려고 하는데 안 되네. 왜 클린 정치를 하려하고 믿음의 정치를 하려 하는데 주위에서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일까'라며 하도야에게 넋두리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많은 이들이 그동안 봐왔던 서혜림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초점도 잃고 의지도 없는 그녀가 왜 선거에 나왔고 무엇을 위한 정치를 하려하는지 모호한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을 위한 설정이라는 말은 무의미해지기만 합니다.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위해서는 서혜림이 좌절을 맛봐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위험 정도는 충분히 계산되어져 있었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서혜림이 기존의 캐릭터를 이어받으며 강성으로 발로 뛰어도 충분히 위기 상황은 만들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수많은 방법 중 제작진이 선택한 것은 흑색선전이었습니다. 남편을 잃은 여인에게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추문은 강력한 무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방향을 서혜림의 남자 문제로 잡은 제작진은 강했던 그녀를 하도야만 바라보고 그에게 의지하고 싶은 여인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고스란히 상대편이 수집하는 사진 속에 담기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하도야만 멋지게 등장해 그녀를 도와 선거에서 이기도록 한다는 줄거리라면 삼류 신파가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정치 드라마로서의 가치를 상실해버린 <대물>은 기존 작가가 꿈꾸었던 러브스토리가 주요한 극의 흐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강태산과 장세진, 서혜림과 하도야로 이뤄지는 러브 라인이 주가 되고 정치는 부수적인 배경으로 전락한 <대물>이 과연 어떤 의미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까요?

이김프로덕션과 DSP미디어와는 어떤 관계일까요? 김현중을 전두환 생일에 데리고 간 엽기적인 사장이 있던 바로 그곳이 DSP미디어이지요. 김현중을 전두환으로 한 방에 보내버리더니 이번에는 아직 인기도 얻지 못한 레인보우를 국민 안티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서혜림의 상대 선거를 돕는 걸 그룹으로 등장한 레인보우는 가상의 존재가 아닌 현실을 그대로 적용해 활동 중인 곡명까지 그대로 사용하며 걸 그룹 홍보장이 된 드라마의 처량한 현실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걸 그룹 홍보를 위해 배꼽춤까지 춰야만 하는 고현정은 카리스마는 어딘가로 내던지고 걸 그룹 홍보 요원이 되어버렸습니다.

과거 어린이 방송 인연으로 서혜림을 도와 선거 운동에 참여하고 이를 발판으로 상대 후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설명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극의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도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모두 걷어내고 오직 서혜림의 추문을 만들어내기 위한 하도야와의 관계만을 부각시키는 연출 방법은 실소를 머금게 합니다.

기대를 많이 한 만큼 실망은 크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현실 정치의 모순들을 지적하며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드라마를 바라고 있었던 이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허망한 바람이었는지를 <대물>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인보우의 홍보요원으로 변한 고현정의 슬픈 춤사위를 바라보며 화가 치밀어 오른 차인표는 분노 시리즈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나봅니다. 레인보우의 손을 잡고 산에 오르기 시작한 <대물>이 과연 제대로 된 등산이라도 할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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