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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대물에 우는 고현정과 웃는 권상우

by 자이미 201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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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작 <대물>이 시작하며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고현정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역을 맡은 고현정은 미실을 뛰어넘는 신화 창조가 예상되었기 때문이지요. 이에 반해 촬영 전 뺑소니를 일으킨 권상우에 대한 논란은 그를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상황이 역전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역할의 중요성 느끼게 하는 고현정과 권상우




배우는 어떤 배역을 맡아 연기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현실과 다른 그들의 삶은 연기를 통해 그 연기는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왜곡은 때론 진실보다 더욱 강력한 힘으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연기자들은 그래서 축복받은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강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미실 역으로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했던 고현정의 차기작은 화제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대한민국 최초 여자 대통령이 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당연한 듯 받아들여졌습니다. 고현정이 보여준 강렬한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렸기 때문이지요.

고현정의 그런 이미지에 걸맞게 첫 등장부터 그녀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여성은 많은 이들이 고현정에게 바라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 알고 따뜻한 감성으로 힘겨운 이들과 함께 울 줄 아는 그녀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 사건을 드라마로 가져와 당시에 하지 못했던, 혹은 힘없는 대중들만 느꼈던 울분을 그대로 토로하던 고현정의 모습은 미실을 능가하는 혜림앓이가 당연하게 다가왔습니다. 불합리한 현실에 분노하고 거대한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외칠 줄 알았던 그녀는 갑자가 순박한 아줌마가 되고 어리숙한 국회의원 초년병이 되어버렸습니다. 

국회에 처음 들어갔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제작진들의 말이 신뢰감이 없어지는 것은 그동안 그녀가 보여준 강단이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사라질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저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것이 아니라 아나운서로 살아왔던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촌 아줌마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가식이거나 어설픈 설정일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국민들에게 교시를 하듯 혹은 정치 교과서에 나올 법한 문구들로 대사를 이어가는 <대물>은 드라마인지 다큐인지 혹은 학습 영상을 만드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모호해지기 시작 했습니다. 감동을 위한 감동 만들기는 극적인 재미에서 자연스럽게 나와야 진정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감동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만들어진 감동은 민망하게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멍한 표정과 초등생 수준으로 퇴보한 고현정의 대사 읊조리기는 초반 보여주었던 강인한 여성이 아닌 남성에게 보호 받아야만 하는 여성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킹메이커인 하도야 역의 권상우의 역할이 비대해지며 자연스럽게 고현정은 그에게 의지하는 역할로 조정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시대에 볼 수 없는 검사 역을 맡은 권상우는 배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가 될 듯합니다. 촬영 직전에 벌인 그의 파렴치한 행동들이 유야무야 연기에 묻혀 사라져 버릴 정도로, 강직한 검사 역은 그에게는 면죄부와 함께 모든 것을 씻어버리는 부활 주나 다름없었습니다. 

불의에 맞서 바보처럼 정의를 찾고 외치는 하도야는 누가 맡아도 매력적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원작과는 달리 검사로 변신한 하도야는 검사 역을 과감하게 버리고 혜림의 대통령 만들기에 모든 것을 맡기는 상황이 되면 그에 대한 인기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만드는 강직하고 정의가 살아있는 하도야라는 인물은 대단한 카리스마를 지닐 수밖에는 없습니다. 강인했던 헤림을 초등학생 수준으로 만들어 버린 것도 하도야의 킹메이커로서의 자격과 존재감을 심어주기 위함이기에 그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선택은 강인한 고현정은 사라지고 권상우에 의지해야만 하는 존재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고현정에게 눈물을 권상우에게는 웃음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현실 정치를 옮겨와 드라마로 만들기는 하지만, 정치의 이상주의를 표방하는 <대물>은 평면적으로 펼쳐진 이야기 속에 이질적인 모습만 남은 듯해 아쉽습니다. 마치 사극의 현대물을 보는 듯한 모습은 때론 어색하기도 합니다.  

정통 정치 드라마는 사라지고 정치가 배경이 되는 멜로드라마가 된 <대물>은 날선 비판보다는 인기영합적인 정의 론과 엇갈리는 러브 라인이 극의 중심으로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정의가 무너진 검사는 울고 그런 검사를 여의원은 따뜻하게 감쌉니다. 비리를 폭로하고자 모든 것을 던진 여인은 여당 정치인은 이제는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각자 편을 나눠 '사랑과 전쟁'을 펼치는 <대물>은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로 편입해버렸습니다.  

유사 드라마가 보여준 높은 시청률이 이야기 하듯 <대물>이 갑자기 몰락하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 드라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대중의 기호에 철저하게 부합하려는 <대물>은 실패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초반 보여주었던 강인한 여성상은 시간이 흐르며 다시 찾을 것이라 합니다. 어설프고 모호한 설정은 당연히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울었던 고현정이 권상우와 함께 웃을 수밖에 없다는 제작진이 시청자들과도 함께 웃을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분명한 것은 <대물>은 본격적인 정치 드라마가 아닌 정치를 도구로 하는 멜로드라마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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