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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도망자 20회-그들의 복수가 통쾌하면서도 씁쓸한 이유

by 자이미 2010.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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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가 스무번째 이야기로 막을 내렸습니다. 아쉬운 것도 부족한 것들도 많았지만 매 회 그 안에 담겨 있었던 소중한 이야기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드라마 속에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진실과 용기를 담아내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망자>는 의미있었습니다.

역사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 반복된다




양두희보다 더욱 악독한 존재인 양영준은 보다 거대한 권력으로 죽음을 일상으로 만드는 존재였습니다. 돈 권력마저 잡아들이는 그는 모든 권력의 정수가 되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아버지도 버리고 그 모든 것들마저 파괴시킬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대중을 선동하는 착한 이미지와 이를 통해 청렴결백한 후보자의 탈을 쓴 국회의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선거에 나서기 전까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줄 듯 설레발을 하던 그들이 권력을 손에 쥐게 되면 모든 유권자들을 몸종 부리듯 하는 행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의 모든 것이기도 합니다.

대의 민주주의를 하면서도 선거가 있는 단 몇 달만을 유권자를 위해 존재하는 국회의원과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막연한 기대심리로 쓸데없는 표를 몰아주는 상황은 처참한 현실을 만들고만 있습니다. 국민들을 대신해서 국민들에게 이로운 정치를 하라고 국회에 보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무소불위의 힘을 얻었다며 국민들을 능욕하는 현 세태는 절망 그 이상일 뿐입니다.

양영준은 세치 혀로 철저한 임기응변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들을 만들며 진이와 함께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얻고 싶고 얻으려는 내용들 외에 그에게 진심이라는 단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에게 존재하는 오직 하나는 권력을 탐하고 이를 통해 무소불위의 힘을 얻는 것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 정치인의 습성을 알고 있는 진이 일행은 모든 내용들을 녹음해두지만 이는 곧 윤형사의 죽음을 부르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오직 한 남자를 사랑하고 그 남자와의 행복만을 꿈꾸었던 열혈 형사는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오직 한 남자를 위해 대신 죽음을 택합니다. 반지 같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사진처럼 평범하지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감성을 더욱 의미 있게 생각했던 윤형사는 그렇게 도수의 품에 안겨 죽게 됩니다.

윤형사의 죽음은 남겨진 이들이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을 마무리 할 수밖에 없도록 채근하게 됩니다. 카이는 자신의 문제까지 들춰내며 양회장 일가의 만행을 외신을 통해 보도하게 합니다. 권력에 의해 장악된 언론에서 희망을 보기 힘든 상황에서 그들의 선택은 최선이 아닌 차선이지만 이를 통해 양회장 일가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 시킬 수는 있었으니 말입니다.

언론을 통해 공개하려 했던 금괴사건은 나까무라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이일로 인해 양영준은 대권후보에 날개를 달게 됩니다. 남겨진 하나의 금괴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에게 맡겨두었다는 진이의 말과 더 이상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해진 지우는 따로 진실을 찾기 시작합니다.

엉망이 되어버린 탐정 사무소에서 짐을 정리하던 지우는 상패 뒤에 숨겨진 마법의 봉과 금괴를 발견하게 됩니다. 가장 힘겨운 시간 자신을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지우를 믿고 의지하는 단 하나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그는 양영준의 기자회견장으로 향합니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양영준이 기쁨에 취해있을 때 단상에 올라선 진이는 그와 나눴던 녹음기를 공개합니다. 가장 중요한 증거인 금괴가 없는 상황에서는 음모에 그칠 수도 있는 상황. 언제나 그랬듯이 지우는 금괴를 들고 진이 앞에 나섭니다. 진이가 만든 플랜 B를 멋지게 수행하는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게 됩니다.

말단 형사들에게서 희망을 찾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탐욕으로 일그러진 경찰 조직에 대해 날선 말들을 뒤로 하고 도수는 한 마디 합니다.

"사건은 수사관이 부끄럽지 않을 때 끝난다"

무척이나 중요한 이야기이지만 결코 지켜지기 쉽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에 굵직한 사건들이 터지고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모두를 부끄럽게 만드는 사건들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권력이 저지른 범죄는 일반인들과는 판이한 결과를 가져오기만 하는 사회에서 부끄럽지 않은 수사는 과연 존재는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지우를 힘들게 했던 누명들을 정리해주며 도수는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지요. "산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에게 빚지고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와 연인을 잃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민주 10년을 만들고 지켜주었던 두 명의 지도자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그렇게 우린 그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기도 합니다. 채무를 탕감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현 정권의 행태를 보면 명확해지기만 합니다.

멀쩡함에도 구속되면 휠체어에 의지하는 우리 시대 권력자들처럼 양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구속되는 상황에서 진이와 지우에게 돈키호테의 묘비명을 이야기합니다.

"미쳐서 살았고 정신 차려서 죽었던"

을 인용해서 광기의 시대를 살았던 우리 모두가 잘못이지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강변합니다. 더불어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 같은 결말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권력에 기생한 공권력이 결코 자신들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해줍니다. 무소불위의 정점인 검찰 조직이 과연 그들을 어떻게 했을까요? 살아있는 권력이라면 그들은 무죄가 되었겠지요.

"욕심은 미래를 만들지만 탐욕은 미래를 죽인다"

양회장의 말에 진이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해준 말로 응답합니다. 긍정적 욕심은 좀 더 발전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지만 탐욕은 자신뿐 아니라 미래 전체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말은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민생법안은 뒷전이고 대통령과 재벌들의 잔치가 되는 4대강을 위해 날치기 예산 통과를 시키는 모습은 여전히 후진적인 대한민국의 정치를 엿보게 합니다. 그런 후진적인 정치인을 뽑은 유권자 역시 후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절망이기도 하겠지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사건을 마무리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지우는 자신을 궁금해 하는 기자들을 향해 마지막 한 마디를 남깁니다.

"과거를 모르면 미래가 없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 역사는 반복될 뿐이다"

우리의 현대사는 철저하게 과거를 은폐하고 책임을 방기하며 만들어낸 역사였습니다. 친일로 자신의 영달만 생각하던 이들은 해방이 된 이후에도 권력에 눈이 먼 이승만 정권에 의해 다시 권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미친 정권은 그렇게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기회에 탐욕을 위해 스스로 정적이라 생각한 김구 선생을 암살하고 독재정권을 시작했습니다.

그 잘못된 선택은 현재까지 유령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권력을 탐하는 이들에게는 금과옥조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탐욕이 권력을 만들고 잘못된 과거는 묻으면 된다는 식의 그들의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고 미래에도 여전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깨트리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깨어있는 우리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절망 속에서 진이와 지우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언론' 밖에는 없다고 이야기를 했듯 깨어있는 언론이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언론마저 독재의 그늘에 잡아두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빛이라고 이야기되던 리영희 선생의 죽음은 많은 이들을 애통하게 했습니다. 죽음이 일상이 되었던 독재 정권 시절에서 강직함으로 진실 보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선생의 죽음은 우리에게 절망 혹은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때로는 깊은 침잠이 되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자들을 깨우는 역할을 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산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에게 빚지고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듯 우린 올바른 민주주의를,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이들의 죽음을 보며 새롭게 깨어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도망자>가 그렇게 찾고자 했던 정의 역시 그런 깨어있는 정신이었지요.

범죄자들이 수감되고 사회정의가 되살아났다는 식의 어설픈 동화를 이야기하지 않고, 영원히 그 두껍고 어두운 탐욕은 그들에게 자유를 선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도망자>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어설픈 마무리가 아닌 열린 형식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일깨우는 <도망자>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드라마였습니다.

<추노>를 떠올리게 하는 나까무라의 저승길 엽전 두 냥의 지폐 두 장과 편도 제주도 비행기 표 등은 전작을 공유하고 즐기는 이들에게는 즐거운 재미들이기도 했습니다. 번외편인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가 무엇을 보여줄지도 기대됩니다. 제작 후기에서 멈출지 수많은 힌트들에 대한 해답을 전할지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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