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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디어 마이 프렌즈 15회-김혜자의 오열, 그들이 서로의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

by 자이미 2016.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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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언제나 나와 함께 하지 않는다. 언젠가 내 것이라 생각했던 그 기억도 모두 나를 배신하는 날들이 오기도 한다. 절대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그 기억은 나를 배신하고 나를 전혀 다른 나로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다른 내가 되는 순간 세상도 달라진다.

 

난희 붙잡고 오열하는 희자;

자신을 찾아온 연하보다 엄마를 선택한 완이, 아픈 친구를 위로하는 친구들의 대처법

 

 

희자는 힘들다.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변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저 힘들기만 하다. 막내아들 민호는 자신과 함께 살자고 한다. 하지만 희자는 그럴 수 없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희자는 과도한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싫다.

 

친구들도 힘들다. 평생 함께 살아왔고 남은 인생을 같이 살자고 했던 친구들이 무너지고 있다. 절대 그런 일은 자신이나 친구들에게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친구들이 그렇게 무너졌다. 희자는 치매에 걸렸고 난희는 암이다. 회복이 쉽지 않은 병에 걸린 친구들. 그 친구들을 대하는 그들의 방법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암 3, 4기에 걸린 난희에게 전화를 하는 정아나 충남이는 차마 말을 못한다.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 언니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난희는 애써 담담하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슬퍼하는지 난희는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치매 증세로 정아에게 독한 말들을 쏟아냈던 희자. 그런 희자에게 다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좀처럼 틈을 내주지 않는 희자로 인해 정아는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평생을 아픈 기억을 품고 살았던 친구. 그 아픈 기억 중 하나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 대한 아쉬움과 증오였다는 사실이 정아를 더욱 아프게 했다.

영원이 충남의 집에서 누워 눈물을 흘리며 "우리 다 같이 살기는 글렀다"며 소리 없이 우는 모습과 애써 책을 보면서 눈물을 참아보려 애쓰는 충남의 모습에 아픈 친구들을 대하는 그들의 진심이 모두 담겨져 있었다. 서글퍼도 그 서글픔을 모두 드러낼 수 없는 슬픔은 그래서 더 애절하기만 하다.

 

수술을 앞두고 엄마 집을 찾은 난희는 아픈 동생 다리를 주무르며 남겨질 가족들을 생각하기에 여념이 없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아픔과 고통이 더 크게 오는 난희는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다. 나 보다 힘든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살라는 난희는 그 모든 것이 가족을 향한 유언과도 같았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은 부모의 입장에서 했던 말일 것이라며 우리 자식들의 잘못은 단 하나 "당신들이 우리 곁에 영원히 우리 곁에 있어 줄 것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이라는 영원의 독백은 비수로 날아와 꽂힌다. 수술을 앞두고 떠나는 딸은 엄마에게 애써 담담한 척 병원에 오지 말라는 말만 하다.

 

그런 딸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 90이 넘은 노모는 그저 밭일에만 집중한다. 그렇지 않으면 딸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퇴원하면 닭백숙 해달라는 말에 벌떡 일어서 닭 잡으러 간다는 노모. 그런 어머니를 보며 할 말을 잃은 난희는 이 모든 것이 서럽고 힘들기만 하다.  


"오쌍분 딸 장난희 장호진 딸 장난희"

평생 가족들을 힘들게 하다 병이 들어버린 아버지. 그 아버지는 뒤늦게 글을 배우며 아내를 위한 반성문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아버지가 수술을 하러 떠나는 딸에게 남긴 쪽지는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온다. 삐뚤빼뚤한 글 속에 가족의 사랑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수술을 앞둔 엄마를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딸. 평생하지 않던 존댓말을 하는 딸이 싫은 난희는 이 모든 것이 싫었다. 자신을 너무 챙기는 그 모든 것이 싫다. 그런 관심이 곧 자신이 지독한 병에 걸렸음을 수시로 확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상성을 잃은 특별함은 곧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음을 그들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의 입장에서 아픈 부모를 평소처럼 대할 수도 없다. 그게 아이러니이고 아픔이다.

치매 증세가 심해진 희자를 찾아온 난희는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자신을 가둬놓고 바보취급 한다는 투정을 부리는 희자에게 난희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툭 던진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어떡해"만 남발하며 우는 희자는 서글프기만 하다.

 

병자끼리 있으니까 이제야 좀 위로가 된다는 난희는 서글프기만 하다. 영원이의 깜짝 선물은 일우와의 만남이었다.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둘 만의 만찬을 하며 위로와 격려를 함께 전하는 일우에게 만큼은 여자가 되는 난희는 그저 행복했다. 누군가의 엄마, 딸, 누나로서만 살아갔던 난희에게 일우는 자신이 여자임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였다.

 

민호는 아내가 급하게 출산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쉽게 집에서 나가지 못한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두고 떠날 수 없이 힘들어하는 민호와 그런 아들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럽기만 한 희자는 이 모든 것이 답답하고 힘들다. 어서 빨리 병원으로 가라는 희자는 그렇게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자신의 집 소파에 버티고 있을 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희자는 아들을 보내고 그렇게 지독할 정도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줌을 지리고 모든 것이 망가지는 상황에서도 오직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던 희자는 그렇게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다.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도 정아를 기억해내는 희자.

 

샤워를 마친 희자를 위해 안전장치를 해놓은 창문을 열어주는 정아는 그렇게 그녀에게 작은 자유를 선물했다. 정아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희자를 위로하는 정아. 정신을 잃는 상황에서도 성당에 매일 가서 빌었던 이유는 어린 나이에 잃은 아이에 대한 아픔에 대한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정아도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자신에게 오지 못했으니 용서하시라고 빌었다는 희자. 

 

"그때 나도 뱃속에 아이가 유산되어서. 그래도 미안해, 많이 미안해" 

 

정아는 아픈 친구 희자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런 마음 넓은 친구가 고맙고 미안한 희자는 "세상이 우리한테 미안해해야 돼"라는 말로 정리한다. 자신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고 싶다는 희자는 혼자 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아는 "혼자 살 수 있었고, 혼자 할 수 있었어. 이제는 아니고"라는 정아의 말에 오열을 하는 희자는 서러웠다.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확실하게 인식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 싶었던 희자는 더는 이제 그렇게 살 수 없다는 사실이 서러웠다. 평생 누군가의 보호만 받고 살아왔던 희자는 나이 들어 비로소 당당해지고 싶었지만 치매는 발목을 잡고 있었다.

 

수술 전날 많은 이야기들을 하려는 엄마 난희를 붙잡고 더 이야기하지 말고 그냥 자자고 한다. 마치 유언처럼 모든 이야기들을 쏟아내면 정말 그게 마지막일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미루는 것이 곧 희망이란 믿음. 그런 믿음을 안고 엄마를 안고 있는 완이는 서럽고 힘들기만 하다.

 

수술실로 들어간 엄마를 기다리는 완이는 다섯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꼼짝도 않고 기다리고 있다. 그런 기다림 끝에 수술 종료 사인이 뜨자 정신없이 수술실로 향하는 완이 앞에 기적과 같은 일이 있었다. 완이 눈앞에 연하가 있었다. 기다리기보다는 찾아가겠다는 연하의 선택은 놀라운 일이었다.

연하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봤다는 반가움은 잠시였다. 수술이 끝난 엄마를 향해 달려가는 완이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돌아서는 연하의 모습은 서글픔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그 짧은 시간 완이의 달라지는 표정은 왜 고현정을 대단하다고 말 할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었다.

 

희자의 치매는 점점 나빠질 것이다. 암 말기에 들어선 난희가 살아날 확률이 얼마나 될지는 신도 모른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방점을 찍을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모든 것은 우리의 삶이라는 점이다. 왜곡되거나 미화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 삶이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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