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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디어 마이 프렌즈 7회-신구 차긁기에 담은 서글픈 아버지의 자화상

by 자이미 2016.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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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가부장적인 남자로서 살기를 강요받았던 남자. 그게 당연한 삶이라고 알고 살았었던 남자는 아버지가 되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통해 배웠던 남자는 자신도 그렇게 사는 것이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허리가 굽은 이 남자는 자신이 살았던 삶이 결코 가족이 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신구 아버지의 이름으로;

난희와 석균의 딸 사랑, 표현하지 않으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혼자가 된지 50년 만에 정아의 어머니는 처음으로 바다로 여행을 갈 수 있었다. 그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안 해본 일 없을 정도로 고생만 하다 늙어 수많은 병으로 요양원에 누워있어야만 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모시고 처음으로 찾은 바다가. 그렇게 바다는 아름다웠고 갈매기들마저 행복해보였다.

 

모두가 행복한 순간 정아의 어머니는 편안하게 딸의 품에서 세상과 이별을 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방파제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정아는 어머니의 죽음을 확인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사는 게 바빠 어머니를 자주 찾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어렵게 어머니와 만나 처음으로 소풍을 나온 날 자신의 품에서 세상과 작별을 고한 어머니에 대한 정아의 심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서럽게 우는 희자와 딸과 함께 모래사장에서 장난을 치다 이를 목격한 난희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급하게 희자에게 다가간 난희에게 "어머니 가셨다"는 말을 하는 희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정아에게 다가가지 않고 충분하게 울며 어머니를 떠나보낼 수 있게 하는 난희의 모습은 현자처럼 다가왔다.

 

정아 어머니의 죽음은 많은 것들을 변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복잡하고 어렵기는 하지만 나름의 균형을 잡아가며 살아가던 정아는 그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었다. 너무 아픈 손가락인 큰딸 순영이 곧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교수 남편을 만났다고 좋아했던 엄마 정아는 자신의 딸이 심각한 폭행을 당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딸의 지독한 폭행도 알지 못한 채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죄인이 되었다. 그렇게 품고 품어도 아프기만 한 딸이 멀리 떠나려한다. 잡을 수도 그렇다고 뭘 해줄 수도 없는 나약한 엄마는 그렇게 조금씩 기존에 살아왔던 자신과는 다른 선택들을 해야만 했다.

 

난희는 정아 어머니의 장례가 끝난 후 바닷가에서 충남의 문자 하나를 받는다. 그곳에는 딸 완이가 유부남인 출판사 사장이자 대학 선배인 한동진과 불륜이라는 이야기였다. 충남에게 분노하기도 하지만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자신이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절친이었던 영원과도 원수처럼 지냈는데 이제 자신의 딸이 그 저주를 퍼부었던 불륜녀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완이에게 반찬을 가져다주며 잠든 딸을 바라보며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고 놀란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 현실에 난희는 정신이 나갈 정도다. 장사 준비를 하면서 하지 않던 실수로 손까지 다치면서도 난희의 마음은 온통 완이에게 다가가 있었다.

 

문자 내용과 완이 통화를 통해 출판사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난희는 근처에서 딸을 기다렸다. 그리고 건너편 건물에서 완이와 동진이 포옹을 하는 장면은 보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의지했던 딸 완이가 가장 증오해왔던 남편과 불륜을 저질렀던 여자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이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평생을 자존심 하나로만 살아왔던 석균은 딸 순영을 위해 변호사인 성재를 찾았다. 자신이 녹음한 내용을 통해 교수 사위였던 그놈을 혼내주고 싶었다. 사회적 지위마저 무너트리는 것만이 아무런 힘도 없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석균은 생각했다. 

 

어머니를 잃고 딸 까지 떠나보내야만 하는 아내 정아는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석균은 자신했다. 조만간 다시 정아가 자신에게 물도 떠다주고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이 주는 선물에 아내도 딸도 모두 자신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석균은 그렇게 배웠다. 가난한 집안의 형제 많은 곳에서 맏이로 태어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족들을 건사하는 것이 전부였다.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온갖 굳은 일들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는 서글픈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석균은 그렇게 살아내야만 했다.

 

가족들도 모르게 딸에게 성추행을 한 사장 동생을 흠씬 두들겨 패고 일자리에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누구도 몰랐다. 결혼해 잘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했던 딸이 자신이 그렇게 좋아했던 교수 사위가 잔인한 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믿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도 석균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복수를 했다. 교수라는 자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깨버린 석균은 이 자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변호사인 후배 성재를 통해 잔인한 복수를 꿈꿨다. 딸을 위해 위자료도 든든하게 받고 교수 자리도 박탈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저 거칠기만 했던 석균의 행동은 이성적일 수 없었다. 위자료 5천을 부르는 교수 사위에게 석균은 "1억...아니 2억"을 외치지만 성재는 달랐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재산을 확인한 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압박해갔다. 그리고 거침없이 5억을 지급하라고 제시한다. 거부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교수 사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며 조용하게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쥐어 패서라도 분풀이를 하고 싶었던 석균은 교수 자리를 빼앗지 못해 성재에게 화를 내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쥐를 몰 때도 도망갈 구멍은 만들어줘야 한다는 말로 달랜다. 그러면서 성재가 건넨 것은 길거리에 있던 녹슨 못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CCTV도 없고 그 교수 사위 놈이 타고 온 차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석균은 녹슨 못을 들고 새로 산 외제차에 흠집을 내며 행복해하는 그는 그렇게라도 복수를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석균은 몇 번을 반복하며 순영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연습했다. 전 날에도 아내와 딸들이 함께 있는 노래방(석균만 알지 못했지만)에 가고 싶었다. 딸 순영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딸들은 이를 거절했다.

 

순영과 이별을 조용하고 행복하게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끼어들게 되면 모든 것이 뒤틀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딸들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과부장제가 뼈속 깊은 곳까지 뿌리내려 있는 그런 꼰대라고만 생각했으니 말이다.


몇 번의 연습을 통해 딸에게 해줄 말을 정리하고 용기를 내서 전화를 걸지만 이미 전화기가 꺼진 순영과는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꼭 주고 싶었던 선물을 전하고 싶었던 서글픈 아버지는 그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만 지킬 수밖에 없었다.

 

석균은 아내 정아에게 나쁜 남편이고, 순영에게는 지독한 아빠였다. 입양 온 자신을 딸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순영은 확신했다. 어린 나이에 아픈 상처를 아빠에게 고백했지만 그는 자신을 탓하기만 했다. 그렇게 어긋난 관계는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배운 것도 없고 자존심은 쎈 석균은 어떻게든 가족들을 부양해야만 했다. 그렇게 가족을 위해 살아가느라 제대로 된 자신의 삶도 살아보지 못한 석균은 이젠 노인이 되어버렸다. 해외여행을 가자는 아내의 말이 허황되게 다가온 것은 노후를 위해서는 아끼는 것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석균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석균의 행동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삶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석균이 배운 것이라고는 가부장적인 가장의 모습이 전부였다. 지독할 정도로 가난한 집안의 맏아들로 태어나 스스로 그렇게 강해지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우리 시대 아버지들은 다들 석균이었다.

 

뒤늦게 화해를 해보고 싶지만 이런 자신을 받아줄 이는 이제는 없다. 그렇게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한 삶만 살아왔지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도 가족도 모든 것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남의 것일 뿐이다. 알맹이도 없는 이 허탈한 삶 속에 석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힘없고 나약한 석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새 차를 가지고 온 폭력 사위의 차에 녹슨 못으로 상처를 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게 그가 딸을 대신해 복수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었다. 이런 나약하지만 당당하게 복수하고 싶은 아버지 석균은 우리 시대 아버지 모두의 자화상이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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