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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라이프 1회-이동욱 조승우가 만들어낸 섬뜩했던 서스펜스 의학 드라마

by 자이미 2018.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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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작가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첫 회였다. <비밀의 숲>에서 검찰 조직이 의사 조직으로 변모한 것 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르다. 작가 스타일은 명확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긴장감 넘치는 강렬함으로 첫 방송을 완벽하게 풀어냈다.


원장이 죽었다;

상국대병원 총괄사장과 부원장 그리고 원장, 하나의 사건 서로 다른 이야기



병원은 돈 벌이가 우선인가 의료 행위 자체가 우선일까? 아직은 후자가 더 많다고 믿고 싶다. 의료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그 어떤 의미로도 쉽게 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란 의미이기도 하다. 숭고한 직업 의식이 요구되는 특별한 곳이지만 이제는 의사라는 직업도 존경 받지 못하는 시대다.


상국대병원이 재벌에 인수되었다. 그리고 재벌 회장은 계열사 사장을 총괄사장이라는 직책으로 병원에 내려보냈다. 그리고 원장과 총괄사장은 병원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철저하게 수익에 방점을 찍은 재벌사 CEO 출신의 총괄사장과 의료 행위의 숭고한 가치를 언급하는 원장은 다툴 수밖에 없는 관계다.


총괄사장과 원장 사이에 부원장이 존재한다. 원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부원장은 의사로서 능력이 뛰어날 수는 있지만 동료와 후배들에게 존경 받는 의사는 아니다. 원장과는 전혀 다른 지점에 있던 부원장의 집에서 사망한 채 병원에 실려왔다. 평소 원장과 부원장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곳에서 두 사람이 술을 마시다, 심근경색이 있던 원장이 추락해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심스럽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응급의료과 담당의는 원장 사망 보고서를 작성하며 타살과 자살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모든 증언과 증거들은 자살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자살이라 단정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후배 의사들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살았던 이보훈 병원장(천호진)은 응급의료과 전문의인 예진우(이동욱)에게는 아버지 같은 인물이다. 의사가 되고 그가 살고 싶은 삶도 이 원장의 뒤를 밟는 것이었다. 존경했다. 하지만 동생에게 받은 전화 한통이 진우를 흔들어 놨다.


정형전문의인 진우 동생 선우(이규형)은 하반신 마비로 의사가 아닌 심평원의 심사위원으로 근무 중이다. 평가지원금이 원장 개인 계좌로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했다. 3억 6천이라는 거액이 원장 개인 계좌로 들어갔고, 이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 


횡령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평생을 올곧게 의사로 살아왔던 이 원장이 개인적인 착복을 하기 위해 돈을 빼돌렸다고 믿을 수 없었다. 이를 발견한 심평원 선우도 이를 전해 들은 형 진우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장을 찾아간 진우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숨기시려 했습니까? 진짜 아무도 모르는 줄 아셨나요?"


선우의 도발적인 질문에 이 원장은 당황하며 "어떻게...누구한테 들었냐?"라는 답변을 했다. 진우 입장에서는 믿었던 원장이 횡령을 하고 있었다는 확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원장 김태상(문성근) 정형외과 센터장의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더 이상한 것은 진우의 동기이자 친구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이노을(원진아)이 전해 들은 말이다. 부원장이 분노해 "개수작 부리지 마라"는 거친 발언으로 누군가를 호되게 몰아 붙였다는 것이다. 어린 의사의 잘못을 추궁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상대는 이 원장이라는 주장이다. 


노을의 전해 들은 목격담은 이 원장이 횡령을 했을 것이라 확신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더욱 장례식장 앞에서 만난 김 부원장과 다투는 과정에서 그가 했던 발언은 진우를 더욱 힘겹게 했다. 항상 깨끗한 척만 했던 이 원장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침묵하고 있을 뿐이라는 김 부원장의 발언은 확증으로 다가왔다. 


평생 올곧은 의사로 탐욕을 부리지 않고 정도를 걸었던 이 원장이 사리사욕을 부리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이미 사망한 채 남겨진 증거들은 이 원장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원장은 상국대병원에서 파견을 보내기로 했다는 발표를 한다.


보건복지부의 요구라는 단서를 달며 응급의료센터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를 지역 낙선의료원으로 파견을 보낸다는 김 부원장의 발표에 의사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 입장에서 보면 모두 돈벌이는 안 되고 일은 많아지는 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임 총괄사장인 구승효(조승우)가 병원에 와서 주장한 조직 개편의 핵심이기도 했다.


이 원장은 구 사장의 요구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다. 다른 개인 병원도 아닌 대학병원에서 오직 돈만 쫓기 위해 필수 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구 사장은 오직 수치 만을 따지며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할 뿐인 냉철한 인물이었다. 그가 의사들과 첫 대면하는 자리는 그래서 압권이었다.


수많은 의사들이 구 사장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좌중을 압도하는 그의 일성은 강렬했다. 상대를 존중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설정한 상태에서 지방으로 내려갈 수 없다고 버틸 명분조차 주지 않는 선제 공격에 의사들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긴장감 가득한 첫 대면은 강렬함으로 다가왔다. 거대한 의사 집단에 들어온 의료와 전혀 상관없는 사업가. 그가 벌이는 구조조정과 이에 반기를 들었던 이 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뭔지 석연치 않은 행동을 하는 부원장과 이런 의문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진우의 모습 등 첫 회 만으로도 충분히 <라이프>는 매력적이고 압도적이었다. 


첫 방송을 보면 기시감을 느낀 이들도 많았을 듯하다. 노 의원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 하루 종일 씁쓸한 상태에서 <라이프>는 마치 이런 일을 예감이라도 한 듯 이 원장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비슷한 부분들이 너무 많아 놀랄 정도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섬뜩했다. 


진우의 주변을 따라다니며 이야기를 하는 동생 선우. 처음 보며 동생이 사망해 귀신이 되어 따라다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할 정도였다. 진우의 또 다른 자아를 대변하는 이가 동생 선우라는 의미는 흥미롭다. 전작 <비밀의 숲>에서 황시목 검사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진우 역시 특별한 존재라는 암시를 첫 회부터 강렬하게 보여주었다. 진우를 연기하는 이동욱의 목소리 톤이 여전히 <도깨비>의 저승사자의 비슷하다는 점은 아쉽다.


이수연 작가의 신작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기존 의학드라마와는 궤를 달리하는 <라이프>는 단순히 병원에서 일어나는 의사와 환자, 그리고 사랑 이야기에 매몰되지 않는다. 병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시선이 다르다. 


병원 내부에서 일어나는 권력 암투와 재벌사가 병원을 사들이는 이유들 속에는 잠시 숨 죽이고 있는 영리 병원의 망령이 떠오른다. 의료 행위마저 그저 단순한 돈벌이로 생각하는 무리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첫 회 보여준 완벽한 구성은 그래서 다음 이야기가 간절하게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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