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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라이프 3회-이동욱과 조승우 서로 달라 닮은 두 남자의 대립

by 자이미 2018.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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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을 인수한 재벌. 그리고 그 병원을 변화 시키기 위해 투입된 사장. 그를 통해 드러나는 의사들의 민낯 등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강직했던 원장의 갑작스런 죽음 뒤 이어지는 급격한 변화들 앞에 선 이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바라보는 <라이프>는 그래서 흥미롭다.


이 원장과 진우;

외부인에 의해 속속 드러나는 대학병원의 실체, 그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 흥미롭다



의사 집단은 사법 기관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엘리트 집단이다. 의사 각각은 살아가면서 천재나 수재 소리만 듣고 살던 이들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우월 의식은 한순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평생 쌓여서 만들어진 자존심이다. 그들이 모인 병원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병든 이들을 치료하고 살리는 특별한 직업 의식을 가진 이들이 모인 곳이 병원이다. 그곳은 사명감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직업군이다. 그저 공부만 잘한다고 의사가 될 수는 없다. 그 어떤 가치보다 인간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이 없으면 안 되는 자리다.


사법부에 속한 이들 역시 엘리트 집단이다. 법을 집행하는 자리는 의사 집단들만큼 자존감이 높은 직업군이다. 그들 역시 특별한 사명감이 없으면 안 되는 직업군들이다. 그런 직업군에서 사명감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현재 벌어지는 사법부 몰락은 그런 사명감이 무너지며 만들어진 현상일 것이다.


<라이프>는 적나라한 방식으로 그 엘리트 집단을 들여다본다. 외부인인 구상효가 들어서며 거대한 조직과 맞서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병원이라는 조직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기업에서 일하던 구승효가 의사 집단을 알리는 없다. 


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가치보다 오직 숫자가 말하는 가치를 선호하는 구승효에게 병원이라는 조직은 이해하기 힘들다. 오직 수익 극대화라는 사명감만 가지고 병원 사장으로 온 구승효는 그렇게 의사 집단들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쉽게 봤던 조직 장악 과정에서 의외의 변수들이 등장했다. 


선민의식을 가진 의사 집단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의외로 쉽다. 그 자존심을 건들고 이용하면 된다. 구승효는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자신에게 반대하던 원장을 흔들어 놓은 것도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원장 죽음과 관련해 아직 풀리지 않은 진실들이 존재하지만 심각하게 흔들렸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진우가 오해했던 그 돈의 행방. 사망 후 어디선가 나타난 돈은 그렇게 사건을 무마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기본적으로 원장이 개인적 착복을 위해 돈을 빼돌린 것은 아니라는 추측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진우와 상효의 성격과 배경이 등장했다. 이들의 배경이 중요한 이유는 이후 전개될 이야기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진우는 10살 되던 해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어린 동생인 선우는 아버지와 함께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가다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어머니 혼자 두 형제를 모두 의사로 키워냈다. 하반신 마비인 선우를 업어 학교에 등하교 시킨 어머니에 의해 둘은 그렇게 의사가 되었다. 선우는 하반신 마비로 인해 의사보다는 심평원 심사위원이 되었다.


정형 전문의 자격증까지 땄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그를 현장에 남기 어렵게 했다. 그렇게 두 형제는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진우는 스스로 아버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성장했다. 그가 어두운 이유 역시 그런 중압감이 작용한 탓일 수도 있다. 


두 형제에게는 한 여자가 있다. 진우 동기인 노을에 대한 선우의 감정은 사랑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노을에게 선우는 그저 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동생의 감정을 읽으면서도 무엇 하나 해줄 수는 없는 기 미묘함 속에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질지도 궁금해진다.


구승효는 화정그룹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녔다. 똑똑하지만 가난했다는 의미다. 그렇게 탁월한 능력으로 어린 나이에 계열사 사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스스로 능력에 대한 그 어떤 이들과 비교해도 주눅 들지 않는 존재란 의미다. 그가 의사 집단들 앞에서 조금의 망설임이나 흔들림이 없었던 것은 승효 스스로 의사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 집단들의 가증스러운 이중성을 승효는 알고 있다. 그들의 고상한 척하는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승효에게 의사 집단은 쉽다. 능력 하나로 승승장구해 사장의 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탄압을 받았을지도 충분히 알 수 있게 한다. 


날고 긴다는 수많은 상대들과 싸워서 자신을 증명해야 했고, 누구도 자신의 지위에 함부로 말할 수 없도록 만드는 그 모든 과정이 쉬웠을리 없다. 전쟁터와 같은 재벌가에서 버티고 살아난 그는 그래서 강한 존재다. 누구도 믿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는 성격을 가진 존재다. 


승효와 비슷한 상황 속 다른 인물은 주경문이다. 절대 다수가 상국대 의대 출신인 병원에서 홀로 지방대 의대를 나온 경문은 왕따를 당해야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는 오직 사람을 살리는 일에만 매달렸다. 자신의 잠도 쪼개가며 들어오는 수술을 마다하지 않은 그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만들어갔다. 


승효와 다르지만 같은 의미를 가진 존재라는 점에서 이들은 같다. 결이 다르지만 전체적인 가치가 동일한 이들이 과연 어떤 충돌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빈 수술실에서 지쳐 쓰러져 자고 있는 경문에게 수술복을 이불 삼아 덮어준 이도 승효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승효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우와 사망한 원장은 각별한 관계다. 진우 가족 모두와 친한 원장.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교통사고 후 선우를 살린 것이 원장일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진우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었을 가능성 역시 높다. 비록 현재 진우 어머니는 다른 누군가의 부인이 되어 있지만 말이다.


파업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의사 집단을 완전히 제압하려던 상효의 전략은 진우에 의해 막혔다. 다른 의사들과 다른 진우라는 인물이 자꾸 아른 거리는 것은 그가 알고 있는 의사라는 집단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기에 스스로 자신의 문건을 공개했다고 나선 주경문도 같다.


후배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나선 유일한 존재 주경문. 승효에게 주경문과 예진우라는 인물은 중요하게 새겨지기 시작했다. 가장 넘어서기 힘든 적이지만, 멀리 둬서는 안되는 중요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느꼈을 상효다. 이런 그들의 복잡한 관계들이 조금씩 씨줄과 날줄로 엮이기 시작했다. 


병원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의료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이견들도 등장할 수밖에 없다. 서울 위주의 의료 서비스 집중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 그리고 공공의료원이 10%도 되지 않은 현실.


공공의료원을 없애고 행복해 하던 홍준표 전 도지사의 횡포를 보면 우리 나라의 공공의료의 현실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공공의료원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서민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공공의료원이 사라지면 말 그대로 돈이 없어 병원을 가기 힘든 이들은 거리에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이중성과 선민의식, 병원의 조직과 생태, 그리고 대한민국 의료 현실 등이 촘촘하게 엮이며 등장하는 <라이프>는 기존 의료 드라마와는 괘를 달리 하고 있다. 여기에 원장의 죽음과 그 진실을 밝히려는 예진우의 등장은 생동감과 함께 긴장감을 극대화 한다.


지금까지 팽팽하게 분위기를 이끌어온 <라이프>는 매력적이다. 서부극의 형태를 띤 구조는 내부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드라마에서도 유용하다. 바라보고자 하는 곳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내부보다는 외부인의 개입이 본질을 드러내게 한다는 점에서 구승효의 존재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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