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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관상 못난 권력 현명하게 풍자하는 무도의 힘

by 자이미 2013.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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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에서 모티브를 얻어 무한도전 멤버들의 관상을 보더니, 이를 통해 새로운 풍자극을 만들어냈습니다. 돈조라고 불리는 최악의 임금과 신화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은 많은 이들에게 단순한 예능이상의 풍자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무도의 풍자를 어떻게 보든 개개인의 몫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잘못된 권력의 횡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돈조의 막장 정치, 풍자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권력에 대한 풍자 무한도전의 힘이 느껴진다

 

 

 

 

예능이지만 예능 이상의 그 무엇을 가지고 있는 무한도전은 다시 한 번 무모한 도전을 넘어 유익한 도전으로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영화 <관상>에서 힌트를 얻어 멤버들의 관상을 통해 양반과 천민으로 구분한 무도는 이를 통해 하나의 풍자극을 만들어냈습니다. 

 

 

왕의 관상을 가진 정형돈과 망나니의 관상을 가진 하하 등 무한도전이 벌이는 세태 풍자극은 누구를 지칭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알아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과거 절대 권력이 지배하던 시절과 현재의 상황은 결코 변한 것이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무도의 풍자는 그래서 더욱 끔찍하고 섬뜩했습니다.

 

지난주 관상 전문가에 의해 정형돈은 왕,  유재석에게는 양반 자제, 박명수와 정준하에게는 상인, 노홍철은 광대, 길은 백정, 하하는 망나니가 되었습니다. 물론 백정과 기생 사이를 오가던 길이 기생으로 분한 모습이 색다르기는 했지만, 관상 전문가의 평가를 바탕으로 과거 어느 나라의 모습을 재현하며 진행된 오늘 방송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시작부터 자신은 폭군이라고 선언한 정형돈은 돈조로 맹활약을 했습니다. 포악스럽고 자신의 감정만 앞세운 채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헤아리지 못하는 그는 철저하게 못난 왕이었습니다. 양반인 유재석과 상인인 박명수, 정준하, 천민인 노홍철과 길, 하하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벌이는 풍자는 우리 시대의 우울한 동화와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왕이 연 잔치로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신분에 맞는 상을 부여받습니다. 맨 위 상석에 왕인 돈조가 자리하고, 그 밑에 양반부터 망나니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나선 이들이 벌이는 요지경 세상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막장 폭군 돈조는 오직 흥청망청 오늘을 소비하는데 정신이 없을 뿐 정사를 돌보는 일에는 소홀하기만 했습니다.

 

충언을 하는 유재석은 한 순간 양반의 지위를 잃고 망나니로 전락할 정도로 난세에 충언은 결국 죽음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말만 들길 원하는 왕이 있는 시대에는 충신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직언을 하지 못하고, 나라를 살리는 방안이 곧 자신을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이 된다는 점에서 과거나 현재나 사회의 틀은 결코 변하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막장인사와 무식한 왕, 게임 과정에서 유일하게 왕만 왕따를 당하는 상황 등은 흥미로웠습니다. 막장 폭군으로 인해 망나니가 양반이 되어 세도정치를 하는 과정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막장 권력을 이렇게 능숙하게 풍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한도전 관상 편은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무한도전 관상>은 기교적으로 진화한 모습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의 장점 중 하나인 상황극과 추격전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전개와 재미를 선사했다는 점에서 무도가 스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상황극을 통해 무도 특유의 재미를 뽑아낸 그들은 타임머신을 통해 현대로 넘어서 신분을 두고 벌이는 추격전을 펼치는 과정은 흥미롭기까지 했습니다.

 

무도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상황극과 추격전을 하나로 엮어 새로운 유형의 재미를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관상>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큰 재미로 다가온 것은 그 안에 품고 있는 메타포였습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알아서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만, 무도가 던진 상황극 속 상황은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풍자였습니다.

 

막장인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돈조의 행동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익숙하게 경험하는 정치판의 행태입니다. 능력과 상관없이 권력자의 입맛에만 맞으면 권력의 핵심이 되는 이런 막장인사는 그저 웃자고 벌인 무도의 상황극에만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무도에서만 보여 지는 상황극이라면 마음껏 웃을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상황이 그저 웃고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인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왕과 그런 무식한 왕은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어버리는 현실 역시 그저 흘려보낼 수 없을 정도로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잘못된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이 얼마나 흉측해질 수 있는지 무도는 이번 상황극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권력의 횡포는 충언을 하는 신하를 배척하고 아부만 하는 존재들만 넘쳐나게 합니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정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고, 기본적인 원칙도 없는 인사는 그저 뺏고 빼앗기는 게임과 같은 상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요한 관직을 왕의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준 게임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인사제도와 방식의 문제를 풍자하기라도 하듯, 게임으로 자기들끼리 알아서 해도 될 정도의 인사 개혁은 예능 속 풍자만은 아니라는 점이 씁쓸했습니다.

 

 

2013년 현실로 타임머신을 통해 날아온 이들이 회사원에게 질문을 합니다. 회사원이 과거 어떤 유형에 속하느냐는 질문에 회사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노비"라고 대답합니다. 그저 웃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회사원의 표현처럼 우리 시대 회사원들은 노비나 다름없는 존재일 뿐입니다. 거대한 자본과 권력에 의해 지배당하는 현대 사회는 과거 신분제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신분제로 빈틈이 없이 단단하게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능에서 단순히 웃기만 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겠지만, 무한도전처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예능은 감사할 따름입니다. 잘못된 권력이 익숙해지면 국민들마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충신들이 배제되고 오직 아부만 판을 치는 세상에 정치에 관심이 사라진 백성들의 모습은 단순히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두렵게 다가옵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잘못된 정치를 양산하고, 그렇게 만들어낸 부패한 권력은 다시 국가를 좀먹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악순환은 결과적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정치를 외면한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경종으로 다가옵니다.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이라는 책에서 보여준 사례들을 그대로 체험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한도전 관상>은 섬뜩함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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