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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 마지막 장면이 보여준 대한민국 갑을 전쟁의 실체

by 자이미 2015.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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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왜 위대한 예능인지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까지 이어졌던 <끝까지 간다>가 증명해 주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갑을 논쟁을 정면으로 다룬 무한도전은 역시 대단했습니다. 모든 것을 가진 갑의 횡포는 결국 수많은 을들의 싸움을 부추기고, 모든 것을 잃은 채 갑에 스스로 종속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갑을 전쟁을 알고 싶으면 봐라;

무도 식 추격전과 풍자로 풀어낸 대한민국의 갑을 전쟁, 우리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 정도면 하나의 교재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무한도전이 개척하고 일반화시킨 추격전을 2015년 들어 업그레이드시켜 사회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지적한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는 10주년을 기념하는 거대한 시작이었습니다. 올 해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에게 던져줄 수많은 특집들에 대한 기대치를 극대화한 이번 추격전은 우리의 민낯을 완벽하게 드러낸 수작이었습니다. 

 

 

지난 주 정체를 드러낸 추격전의 실체는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갑을 논쟁을 그대로 이식해 냈습니다. 이면 계약서를 가지고 다섯 명의 무도 멤버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제작진들은 철저하게 갑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멤버들은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채 그들은 하루 종일 말도 안 되는 추격전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방아쇠는 당겨지고 그렇게 시작된 추격전은 미로 속에 내던져진 쥐들이 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치즈를 찾기 위해 서로 물고 뜯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무도가 보인 추격전은 우리가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거대한 자본과 권력에 의해 종속된 우리의 일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치즈를 찾아 미로 속에 헤매기만 하는 쥐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탐욕의 레이스는 첫 번째 상자를 여는 순간 불안함과 함께 시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시작된 그리고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상자가 열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자신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져있는지를 알기 시작합니다. 열지 않고 합의를 하고 끝내면 그만이지만, 이미 시작된 그들의 탐욕들은 나만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이 팽배해지기 시작합니다.

 

이기심과 불안이 조성되고 눈앞에 존재하는 탐욕은 모든 이들을 폭주기관차에서 내릴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모두가 합의해 더는 폭주하지 않도록 기관차를 멈추게 하면 모든 것은 끝이 나지만 이미 그럴 의지보다는 탐욕에 찌든 그들에게 폭주기관차는 바로 앞에 절벽이 보이는 상황에서도 변할 수가 없었습니다.

 

 

상자를 여는 순간 남은 이들은 돈을 나눠서 그 사람에게 강제로 줘야만 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남은 이들에게 본전 생각을 강하게 남기게 만들었습니다. 상자를 열면 열수록 빚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런 논리를 알게 된 이후에도 그들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그 상자를 열수 있다면 빚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의 탐욕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눈앞에 거액이 존재하지만 그 상자를 열수록 모두에게 엄청난 빚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상자 쟁탈전은 점점 치열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갑이 정한 틀을 깨기 위해서는 을들이 합의를 하고 모든 것을 멈추면 그만이지만 서로 눈치만 보며 결정을 하지 못하는 이들은 그렇게 갑의 부당함보다는 을과 을들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부당함을 강요하는 존재는 갑이지만 싸우는 대상은 을들이었습니다. 같이 부당함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갑에 대항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배신하며 빚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상자가 열리는 순간 갑의 을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강해지고, 을들은 점점 늪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택시를 활용해 GPS 추적을 숨기고 눈치싸움을 하듯, 경쟁자를 물리치고 상자를 독차지하기 위한 무도 멤버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완전하게 낙오가 된 인물은 정형돈이었습니다. 한 번 뒤쳐진 상황은 마지막 순간까지 상자에 대한 집착에 빠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언제나 한발 뒤쳐진 그는 남들이 상자를 여는 것만 문자로 받고 빚을 떠안기에 급급할 뿐 한 번도 주도적으로 상자 싸움에 나선 적도 없었습니다. 을들의 전쟁에서도 밀려 병이나 정까지 멀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씩 상자를 열었던 이들은 합의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상자를 열어보지 못한 그에게는 그것이 독약이라고 해도 마시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을들은 마지막 순간 정신을 차리고 더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을의 전쟁에서도 밀려나 있던 정형돈은 열어서는 안 되는 마지막 상자를 열고 말았습니다. 그나마도 얻을 수 있었던 천만 원이라는 거금은 그 가지지 못한 갈망이 준 결핍으로 인해 모두 날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탐욕의 레이스는 그렇게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을들이 적당한 상황에서 서로 합의를 했다면 최악에서 그나마 차선은 가능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탐욕의 전쟁에서도 뒤쳐진 자의 마지막 발악은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붕괴시키는 결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갑에게 받을 수 있었던 천만 원마저 날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은 갑이 던져주는 제안에 오히려 감사하는 상황에 처하고 맙니다. 처음부터 잘못되었고, 오히려 갑의 행패에 분노하고 이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들은 지금 당장 자신에게 주어진 빚을 탕감할 수 있다는 제작진의 제안에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갑으로 인해 시작된 을들의 전쟁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 말도 안 되는 빚더미에 올려 질 수밖에 없었음에도 그들은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갑의 횡포에 다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작부터 철저하게 갑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을들은 그들이 준비한 시나리오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힐책하고, 시기하며 배신이 판을 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그들은 결국 갑이 쳐놓은 거미줄 안에서 발버둥만 치다 다시 그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는 우리 시대 갑을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그들의 장기인 추격전을 통해 완벽하게 재현해주었습니다. 고통분담을 강요하고 있지만, 그 고통 역시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인 분담을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상처만 남길 뿐이기 때문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들의 추격전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갑을 논란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철저한 갑 전성시대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무도는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추격전이라는 틀 속에서 단순화되고 일반화시키기는 했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패가 되어버린 갑과 을이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자들이 어떤 식으로 을들을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완벽한 풍자라는 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대단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권력자들의 갑질만이 아니라 아동학대 문제까지 적라나하게 풍자한 그들은 위대하기까지 했습니다.

 

'명수산성'과 '유체이탈 화법' 등은 우리가 이명박근혜 시대 익숙하게 듣고 있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명박산성이 무엇인지는 사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이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것이고,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원칙적인 이야기로 잘못을 회피하는 형식은 현 정부들어 일상적으로 접하는 유체이탈 화법입니다. 이렇듯 무도는 상황과 자막 등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난 이 허망한 결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우리의 일이기도 했습니다. 갑과 을이라는 고착화된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빚을 떠안고 그렇게 자신들에게 빚을 안긴 갑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드려야 하는 상황이 바로 우리가 사는 갑과 을의 사회입니다. 자본에 종속된 우리의 민망한 모습은 "억울해 할 때는 언제고 빚 없애준다니 희희낙락"이라는 자막에 모두 담겨져 있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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