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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무한상사 특집, 배현진 아나운서와 예능을 이야기 하다

by 자이미 2011.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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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대단함을 보여준 '무한상사'편은 그들이 왜 레전드로 불릴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하아마나 공연'을 통해 서민들과 국군의 날을 맞은 병사들을 위로하던 그들은 '무한상사'를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이번 특집은 시청자들에게는 인셉션의 코브가 되고 무도 멤버들에게는 '트루먼 쇼'를 하는 듯한 방식으로 연출자 크리스토프가 된 김태호 피디의 역량에 대단함을 느끼게 됩니다.

방통위 제재에 대한 무도의 유쾌한 해석이 반갑다




현 정권 들어서 무려 아홉 차례나 방통위의 규제를 받아야만 했던 무한도전은 이미 하나의 상징으로 규정되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정권의 허수아비를 자처한 MBC 사장의 낙하산 입성 시 폐지해야만 하는 프로그램 중 '무도'가 끼어있을 정도로 현 정권이 두려워하던 프로그램이 시사 프로그램과 함께 예능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동안 무도가 보여준 가치를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100분 토론'과 '피디수첩'에 진행자를 마음대로 교체하며 무력화에 힘쓰고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을 폐지하는 등의 강수를 둔 그들도 '무도'만큼은 손댈 수가 없었습니다. 강렬한 저항은 그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그런 그들이 무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방통위를 통한 규제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전히 틈만 보이면 폐지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이들이 존재할 정도로 '무도'는 여전히 건강한 시각을 잃지 않고 우리 사회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독도 특집'에서 보인 기민한 가치 전달은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작년에 비해 조금은 유연하고 예능에 충실했던 무도였지만 이런 식의 사회 참여는 언제나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고는 합니다.

이미 야유회부터 다녀왔던 '무한상사'는 이번에는 회사 근무 방식을 통해 회사원들의 일상을 시트콤식의 상황 극으로 이끌었습니다. 이런 상황 극에 무도를 완벽하게 이입시켜 재해석하는 능력은 역시 '무도'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직책을 통해 현재 무도의 위계질서를 보여주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무도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과정들은 흡사 '트루먼 쇼'를 보는 듯합니다.

김태호 피디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세트에서 '트루먼 쇼'의 제작자 크리스토프에 의해 조정당하는 트루먼 버뱅크처럼, 무도 멤버들은 정해진 틀 속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방식은 기묘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그는 '인셉션'의 코브가 되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새로운 가치를 설계하듯 그 지독한 중독성과 재미로 모두를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무도를 보는 시청자들이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길의 하차에 대해 무도는 박명수의 '그랬구나'로 완벽하게 대처해냈습니다. 상황 극에 그 누구보다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박명수는 타 프로그램의 '그랬구나'를 차용해 무한상사 직원들이 서로 더욱 돈독한 관계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역시 웃음 가득 담긴 진한 상징성은 무도다웠습니다.

"그랬구나. 그럼 빠져"라는 식으로 집요하게 길의 하차를 요구하고 강요하는 박명수를 통해 마음고생이 심했을 길에게 내성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길에 대한 비난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식은 대단했습니다. 욕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욕하며 동정심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무척이나 효과적인 방식이기도 합니다.

집요하리만큼 길의 하차를 강요하고 이를 희화화하는 박명수의 의도는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좀 더 '무도'에 집중하는 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그저 위로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음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명수 옹은 강한 어조로 그를 대하며 그에게 스스로 인턴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이제 길이 스스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그에 대한 집요한 '하차 요구'는 잠시 접어야만 할 듯합니다.

방통위에게 지속적인 경고를 받아왔던 무도는 '무한상사' 특집을 통해 배현진 아나운서를 특강 강사로 초빙해 문제의 핵심을 끄집어냈습니다. 그들이 경고를 해왔던 예능 속 상황들을 영상을 통해 직접 교육을 하는 방식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배현진은 방통위의 기준에 서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박명수가 조금은 과격한 입장을 표현하는 시청자의 역할이 되어버린 그들의 특강은 흥미롭게 전개되었습니다. '에라이'나 '이씨'같은 표현들은 과격한 느낌을 주니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배 아나운서에 맞서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그런 것들을 모두 생각하고 대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맞섭니다. 격해진 박명수는 책상에만 앉아있지 말고 현장에 나와 보라고 호통을 치며 극단적인 괴리감에 대한 입장을 대변해주었습니다.(배현진 아나운서와 박명수는 과거 라디오를 함께 진행하며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었습니다) 

하하의 과격한 행동들에 대해서도 지적한 배 아나운서는 정준하에 대한 박명수의 '멍충이'에 대한 발언도 언어순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들여 냈습니다. 문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지요. 배 아나운서의 예능감도 엿볼 수 있었던 이 장면에서 그녀는 정준하에게 대못을 박는 순화된 언어를 선보였습니다.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야'라는 문장으로 '멍충이'를 대신할 수 있다고 밝혀 무도 인들을 쓰러지게 만들었지요. 분명 순화된 말이기는 하지만 좀처럼 사용하기 힘든 현실적 괴리감은 배 아나운서의 이 센스 있는 말 한마디에 녹아들어 방통위의 경고와 예능 제작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예능이라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규제를 하는 이들과 규제를 받는 현장의 입장 차이를 흥미롭게 담아내는 무도의 방식은 여전히 탁월했습니다. '무한상사'를 통해 단순히 회사원들의 애환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무도에 대한 다양한 시청자들의 시선과 실질적인 가치들을 교묘하게 결합함으로서 '무도 축약판'으로 만들어낸 김태호 피디의 역량은 여전히 대단합니다.

시트콤의 진화 혹은 예능의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이번 '무한상사'는 풍자의 미학과 예능의 재미를 완벽하게 조화시킨 멋진 특집이었습니다. 이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무도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유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변형된 형식의 진화한 추격전을 선보이려 합니다. 고전을 통해 자신들의 장점을 녹여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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