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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선거특집 소름끼치는 유체이탈화법,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by 자이미 2014.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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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로 멈췄던 예능이 이번 주 들어 정상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무한도전 역시 2주 결방과 녹화 취소에 이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촬영과 방송 재개가 되었습니다. 진심을 담은 애도로 시작한 무도는 곧 있을 6.4 지방선거를 대비한 '선택 2014'로 이어졌습니다. 

 

돌아와 반가웠던 무한도전;

촌철살인이 빛났던 선거특집, 왜 무도가 위대한지는 이번 특집이 잘 보여주었다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현재. '선택 2014'라는 이름으로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무도의 리더를 찾는 선거를 준비했습니다. 내년이면 무도가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입니다. 그리고 그런 10주년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준비하는 무도는 선거를 앞두고 그들이 왜 9년 동안 큰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검은 양복으로 갖춰 입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깊은 애도를 하는 무한도전에는 진심이 가득했습니다. 노란리본과 검은 양복으로 최선의 애우를 갖춰 방송 시작과 함께 그들을 위한 추모를 하던 무한도전은 기존 예능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에 이어 무한도전은 같은 멤버였던 길의 음주운전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강조하며 사죄를 드렸습니다.

 

길의 독단적인 행동이었고, 그의 잘못이었지만 같은 멤버였다는 점에서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책임을 통감한다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권력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한 그들과 달리, 그들은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며 깊은 사죄와 함께 방송만이 아니라, 사생활 역시 최선을 다해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그들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가득했습니다.

 

애도와 사과부터 하고 시작하는 예능은 참 이상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예능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예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모범답안을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그들이 왜 9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안은 그들의 이번 방송이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무한도전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리더를 찾는 과정은 그래서 흥미로웠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선거는 곧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어다 볼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즐거웠습니다. 시청률 하락을 위해 '시청률 재난본부 설치'를 하겠다는 정형돈의 공약은 섬뜩할 정도로 즐거운 풍자로 다가왔습니다. 최소한 최근 뉴스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이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함께 드러난 총체적 난국에 현직 대통령이 내놓은 대안이 바로 '국가안전처'를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재난 시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심각한 위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세월호 침몰 후 생존자 구조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명확해집니다. 이런 현실을 풍자라도 하듯, 시청률 하락에 '개그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직언을 하는 무한도전은 정말 대단하다고 볼 수밖에는 없습니다.

 

컨트롤타워에 대한 집단 비난을 하며 어디에 타워를 지을 것이냐는 공격은 시원하기만 했습니다. 컨트롤타워가 뭔지도 모르게 만든 현실의 문제는 개그 소재로서 가장 흥미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박명수는 공약으로 내놓은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는 당황스럽기만 했습니다.

 

 

박명수가 바뀌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스태프들을 들먹이며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는 박명수답다는 말과 함께 현재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풍자의 가치로 다가왔습니다. 자기 자리에 연연해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고 타박하는 박명수의 모습은 현실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과감하게 '커트'하겠다는 말로 책임감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무한도전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하는 과정에서 무도에 대한 솔직한 표현들은 적나라했습니다. 지독할 정도로 자신들을 알고 현재의 문제들까지 직시하며 새로운 방식들을 찾아내고 이를 새롭게 만들어가려 노력하려는 모습에서 무도의 10년을 다시 기대하게 했습니다.

 

토론회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바뀌고 변해야만 하는 박명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남의 일처럼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듯 내놓은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표현해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멤버들이 "소름끼쳐"라는 말로 놀라는 모습이나, "자기 입으로 자기 잘못을 이야기 해"라는 표현은 최근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자막의 힘은 위대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무한도전은 '소름끼치는 유체이탈화법'이라는 말로 박명수의 남 탓을 적나라하게 비판했습니다. '유체이탈화법'이 이렇게 적나라하고 시의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어쩌면 이렇게 현실과 개그가 동일하게 이어질 수 있는지 대단할 뿐입니다. 현실에서도 '화려한 유체이탈화법'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의 '선택 2014'는 위대한 풍자의 가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진짜 위기는 그것이 위기인지 모르는 것이고, 더 위험한 것은 위기인지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기입니다. 그리고 위기인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나 혼자 살려고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닥친 재앙이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그겁니다"

 

후보 유재석이 토론회에서 보여준 발언은 섬뜩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 상황이 어느 수준인지를 잘 보여주는 지독할 정도로 냉철한 분석이었기 때문입니다. 위기를 위기로 생각하지 못하고, 위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과 위기인걸 알면서도 혼자 살려고 하는 이기적인 행위가 진정한 위기라는 유재석의 발언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세월호 침몰에서 보여준 선장과 승무원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결국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거대한 조직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결국 시한폭탄과 같은 배들이 우리 근해에서 항해를 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을 막으려는 노력보다는 이해당사자들을 위해 오히려 배려를 하고 거대한 이익을 취한 권력자들의 행동이 결국 모든 사건의 원인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리더의 모습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시청률이 목표가 아니라 웃음이어야 한다는 유재석의 발언은 곧 무한도전이 견지하고 있는 매력이었습니다. 공약을 하고도 지키지 않는 한심한 권력자들과 자신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유재석을 막기 위해 나왔다는 박명수의 행동 역시 의미심장했습니다.

 

공약만 남발되던 무도 토론회는 현실 정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풍자극의 정점이었습니다. 차라리 이들이 선거에 나오는 것이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한도전 선택 2014>는 예능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풍자극이었습니다. 6.4 지방선거 전에 모의실험이라도 하듯 펼쳐질 무한도전의 선거는 우리에게 과연 선거란 무엇이고, 선거를 통해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해주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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