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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종영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by 자이미 2018.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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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동안 시청자들과 함께 했던 <무한도전>이 공개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게 완전한 마지막일지 알 수는 없다.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언젠가 돌아올 이들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희망 고문이 시작될 수도 있는 시간들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 희망을 위한 고문을 맞이하고 싶을 정도로 떠나보내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끝;

무한도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쉼일 뿐이다



친구들과 만나고 청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마무리를 한 <무한도전>은 마지막까지 그들다웠다. 웃음과 눈물, 감동이라는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징들이 잘 녹아들었던 그들은 마지막까지 이 코드를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열린 결말로 마지막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고, 전차와 달리기 경쟁을 하던 초창기 <무모한 도전>이 레전드가 될 것이라 기대한 이는 아무도 없다. 몇 달 넘기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예능 정도로 치부 되었던 <무모한 도전>은 <무한도전>이 되며 스스로 무모한 도전을 해왔다. 


13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그 긴 시간은 단순함으로 기억될 수 없다. 무도 멤버들이 어른이 되고, 짝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무한도전>과 함께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멤버들의 그렇게 개인적 성장을 하듯, 시청자들 역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왔다. 어린 아이가 성장해 청년이 되고, 무도 멤버들과 나이가 같았던 이들은 그들처럼 어른이 되었다. 무도와 시청자들이 함께 성장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은 단순한 예능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롭다. 이런 말들을 가장 많이 들었던 예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예능으로 오랜 시간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도 <무한도전>은 그 자체가 역사다. 매 회가 도전이었다. 스스로 틀에 갇혔던 모든 것을 이겨내는 도전들은 그렇게 13년 동안 이어져 왔다. 


수많은 이들이 <무한도전>을 사랑한 이유는 단순히 오래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도전 과제들은 우리의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모자람이 더욱 커 보였던 이들이 무도와 함께 성장하며 이제는 한국 예능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 그 자체 만으로도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단순히 웃기기만 해서 버틸 수 있는 기한은 짧을 수밖에 없다. 무도가 이 긴 세월을 이토록 열정적인 사랑을 받으며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웃음 이상의 감동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평범해 보이는 웃음 속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무도 속에는 곱씹어볼 수 있는 가치가 가득했다. 


우리에게 잊혀진 혹은 가려져 있던 역사의 진실을 파헤쳤다. 소외 받던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왔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다양한 스포츠에 도전하기도 했다. 예능이라는 틀 속에서 다양한 도전도 잊지 않았다. 말 그대로 매 회 모든 도전이 무모함이었고 무한 도전이었다. 


달력을 만들어 판매해 얻은 모든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되었다. 축적된 금액이 수십억이 될 정도로 무도는 시청자들과 함께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을 외면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강자가 아닌 약자의 편에 서려고 노력했던 무도는 이명박근혜 정권 하에서 강제 종영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사회 비판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무한도전>은 MBC에서 사라진 많은 시사 프로그램들과 함께 권력의 시녀를 자처한 신임 사장들에 의해 폐지 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이를 막고 지켜준 것 역시 국민들이었다. 2012년 파업 당시 국민들은 <무한도전>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그들을 응원했다. 


권력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켜냈던 무도가 이렇게 막을 내린다는 사실이 그래서 믿기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부터 우리 현대사를 다시 생각하게 했던 추격전을 표방한 메시지 전달 등 그동안 그들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준 수많은 가치들은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해왔던 현대사의 아픔을 잊지 않고, 일본에서 돌아오지도 못한 채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그들을 찾아가던 모습. 사라져가는 우토로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함께 하던 모습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 나이가 들며 사망자는 당연히 늘 수밖에 없고, 그렇고 징용으로 일본으로 끌려간 한국인들의 삶도 사라져가는 우토로 마을과 함께 강렬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으니 말이다. 


레슬링을 하고, 춤을 추고, 봅슬레이에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에는 결연함도 존재했었다. 결코 쉽지 않은 그 도전들은 엄청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성취였으니 말이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켈레톤 금메달이 나온 직후 무도가 언급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유 때문이었다. 


무도 가요제는 다리 밑에서 초라하게 시작되었지만, 온 국민이 기다리는 축제로 성장했다. 말도 안 되는 이 성장은 곧 무도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하기도 한다. 무도 가요제에 나온 노래는 음원 차트 줄 세우기를 한다. 기성 가수와 무도 멤버들이 하나가 되어 새롭게 곡을 만들고 무대에 오르는 그 전 과정이 다 무모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과거 가수들을 소환해 다시 무대에 서게 만들었던 '토토가'는 하나의 유행이 되어버렸다. 젝스키스와 HOT를 소환시킨 이 막강한 힘은 무한도전이 아니었다면 시도도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다. 주변 친구들과 함께 한 마지막 미션. 김제동 어머니가 유재석을 너무 사랑한다는 말에 대구로 내려가 가족 모임을 만들어버린 특별한 방문부터 멤버들이 각자의 마지막 도전을 하는 그 모든 것은 아련함으로 다가온다. 


가장 나이가 많은 박명수와 정준하는 산을 올랐다. 산을 오르는 행위 자체가 인생에 비유 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등산은 <무한도전>의 역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힘겨운 여정이었지만, 그렇게 오른 후 느낄 수 있었던 감동. 하지만 그 짧은 감동을 뒤로 한 채 나를 돌아보고 다시 내려와야 하는 그 모든 과정이 <무한도전>의 현재였다. 


시즌1의 종영이라는 말은 언제든 시즌2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누구도 시즌2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돌아올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그런 생각 자체가 일의 연장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는 사실이 그 13년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김태호 피디가 이제는 가족과 저녁을 함께 먹고 싶다고 했다. 무도와 함께 했던 김 피디 역시 그 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은 아빠가 되었다. 하지만 매 주 도전을 해야만 하는 제작진들에게 일상적인 삶은 사치였다. 항상 일에 쫓겨야 했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만 했던 그 시간들은 가족과도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몇 년 전부터 김 피디가 '시즌제'를 그토록 외쳤던 이유 역시 <무한도전>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다. 


뒤늦게 얻은 휴식. 그 휴식의 끝에 <무한도전 시즌2>가 있을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물론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무한도전>은 단순한 예능이 아니니 말이다. 출연자와 제작진들의 역사가 아닌 <무한도전>과 함께 해왔던 수많은 시청자들과 함께 나눈 역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종영은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무한도전>은 그 자체가 간직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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