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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미생 18회-오 차장의 선택vs장그래의 선택, 미생이 진정 위대한 이유

by 자이미 201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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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인 사원 장그래를 위해 오 차장은 자신의 신념까지 저버립니다. 꽌시만이 아니라 부당한 거래의 모든 것을 알아가는 과정 중에도 그 불편함은 껴안고 가려고만 노력할 뿐입니다. "장그래가 걸려있어"라는 발언 속에 오 차장이 품고 있는 가치와 이상, 그리고 애정이 모두 담겨 있어 더욱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부당함에 눈 감고 장그래를 선택한 오 차장, 그 지독한 갈등 속에 등장한 미생의 가치

 

 

 

고졸 검정고시 계약직 신입사원의 꿈은 단순합니다. 정규직이 되어 직장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계약직 사원의 유일한 소망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다른 정규직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에서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하고 싶은 소망. 이 간절함이 이제는 쉽지 않은 꿈이 되어버린 시대. 그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미생>은 그래서 판타지하지만 현실적이고, 그래서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20회 중 이제 단 2회만 남겨둔 상황에서 <미생>은 모든 것을 흔들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가장 완벽한 순서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지독한 갈등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며 마무리하는 것만큼 완벽한 흐름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장그래와 하 선생, 그리고 안영이와 장백기의 '썸'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습니다. 말 그대로 '썸' 단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흐름이었지만, 이런 관계가 전개되는 과정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당연하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런 관계들마저 전체적인 흐름을 위한 장치로 다가왔다는 사실도 반가웠습니다.

 

유치원 교사인 하 선생이 장그래를 좋아하고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며 김 대리가 관심 좀 가지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재미있었습니다. 자신은 여자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인데, 자신을 좋아하는 미녀 여교사의 관심마저 부담스러워하는 장그래를 탓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그래가 연애감정마저 사치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대리와 하 선생, 그리고 장그래가 첫 술자리를 하던 그 상황에서도 결혼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장그래는 "저는 계약직입니다"라는 말로 정리했습니다. 그에게 절실한 것은 안정된 일자리이고 그 다음이 개인의 삶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장그래의 이런 마음은 모든 청춘들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취직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결혼은 사치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출산율이 터무니없이 떨어지는 이유 역시 최악의 현실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그래가 품고 있는 상처는 안정된 일자리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하 선생의 적극적인 편애마저도 부담스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우리 청춘은 연애도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입니다.

 

자신을 돕다 뜨거운 커피세례를 받아야만 했던 장백기에게 와이셔츠를 선물했던 안영이. 그런 안영이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장백기는 많은 고민 끝에 안영이를 위한 구두를 사줍니다. 와이셔츠와 구두로 연결된 그들의 마음은 치열한 현실 속에서 조금의 안정과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런 여유와 마음마저 없었다면 신입인 그들이 회사에 발붙이며 버텨내기는 어려웠을 테니 말입니다. 새로운 구두를 신고 너무 좋아하는 안영이와 우연하게 그런 모습을 보고 더 기뻐하는 장백기의 모습 속에서 둘의 '썸'을 바라보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런 좋은 분위기를 망친 안영이 아버지의 등장만 없었다면 더욱 좋은 분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안영이 아버지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안영이와 장백기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안영이 아버지의 등장이 없었다면 그 선물로 만들어진 둘만의 관계 속에서 애틋함이 이어질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뭔가를 감추며 진행되는 관계는 결과적으로 함정으로 어느 순간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영이의 아픈 상처가 드러나게 된 그녀 아버지의 등장은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 자신이 딸이라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안영이는 대학마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다녀야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해 망한 아버지는 딸에게 손을 벌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까지 갈취해가는 아버지는 그런 악랄함은 점점 심각해질 뿐이었습니다.

 

안영이가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도 그녀가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의 사수에게 돈을 요구한 아버지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갈취는 딸에게 끝나지 않았고, 상사에게 돈을 꾸는 행위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뻔뻔하게 회사에 다닐 수 없었던 안영이는 그만둬야 했고, 6개월 동안 지독한 고민 속에 빠져 살아야만 했다고 합니다.

 

다시 일어서 원 인터내셔널에 취직을 했고, 안정을 찾아가던 상황에 다시 등장한 아버지는 여전히 뻔뻔스럽게도 돈만 요구할 뿐입니다. 그저 딸을 자신이 마음대로 써도 되는 호주머니 돈 정도로 생각하는 아비의 일그러진 모습은 그녀를 힘겹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그런 안영이를 위로하는 장백기와 그런 그에게 안정감을 찾게 되는 안영이의 관계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대리 시절 자신을 믿고 따르던 계약직 여사원은 잘못된 일로 인해 버려진 신세가 되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이 다시 한 번 오 차장에게 찾아왔습니다. 당시 함께 일을 하던 최 과장은 전무가 되어 있었고, 일을 지시한 그의 요구는 부당하기만 했습니다. 신입 사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던지지 못하고 망설였던 과거의 오 대리는 이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최 전무의 부당한 요구마저 감내하며 일을 추진하는 것은 어쩌면 과거의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한 오 차장의 지독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했을 듯합니다.

 

 

과거 말 뿐이었던 오 대리는 차장이 되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입 사원인 장그래를 지키기 위해 나섰습니다. 이 부당함을 눈감고 수행해내면 그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자신의 원칙마저 버린 채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 차장을 잘 알고 있는 회사 사람들은 이런 행동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오 차장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을 지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을 최 전무 대신 처리를 하는 오 과장은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꽌시를 생각해 마진율을 삭감한 상황에서 그들은 다시 에이전시를 내세워 3% 마진 중 2.5%를 자신들에게 달라는 부당한 요구였습니다. 결국 회사는 0.5%의 마진만 받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현재 영업3팀에서 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중국 업체에게 득이 될 수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중국 업체가 원 인터내셔널에 꽌시를 줘도 모자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역으로 보다 많은 이득을 중국 업체에 주고 있고, 이 과정에 최 전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기고 있다는 확신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부당함 속에서도 오 차장이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장그래가 걸려있어"라고 밝히는 장면은 뭉클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영업3팀이 붕괴될 수도 있는 지독한 현실 속에서도 오 차장이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계약직인 장그래를 위함이라는 말에 그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동안 함께 한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이상한 오 차장의 업무에 의심을 하기 시작한 장그래는 이런 사실을 먼저 알게 된 장백기에게 해답을 듣게 됩니다. 이 무리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장그래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한 오 차장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일만 하라며, 그랬으면 좋겠다는 장백기의 마음 역시 애틋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신보다 형편없는 스펙을 가졌다는 이유로 질투 아닌 질투를 해왔던 장백기였지만, 이제는 같은 동료로서 장그래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는 장그래가 그렇게 떠나지 않고 정규직으로 자신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강직한 오 차장이 보잘것없는 자신을 위해 위태로운 선택을 했다는 생각에 그럴 수 없다고 강변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 기회가 온다고 해도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오 차장의 발언 속에 지금 현재 그의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이 무리한 사업 추진은 잘못하면 영업3팀의 붕괴만이 아니라 오 차장의 안위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이토록 신경써주는 오 차장에게 그런 마음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장그래. 어머니에게 온 전화 말미에 공공근로 이야기를 꺼내는 장그래는 이미 모든 것을 정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자신이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그에게는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현지 주재원과의 통화로 모든 것이 분명해진 상황. 그 모든 것을 녹취하고 있다는 장그래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본사에서 직접 나서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진짜 위기를 맞게 된 영업3팀. 그들이 과연 그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웹툰 원작의 그늘 속에서도 드라마 <미생>이 위대한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이런 완벽에 가까운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정과 사랑, 배신과 갈등 등 모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일상의 것들이 모두 등장하면서도 신선함을 잃지 않는 <미생>은 그래서 위대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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