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미생 7회-이성민의 너희가 술맛을 알아, 그 안에 직장인의 애환을 모두 담았다

by 자이미 2014. 11. 8.
반응형

tvN의 금토 드라마인 <미생>이 5% 시청률을 넘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저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그 우리 일상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원작에 드라마를 위한 완벽한 각색은 곧 최고의 결과물로 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안영이,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거야;

모든 인간관계는 정치일 수밖에는 없다, 직장인들이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이유

 

 

 

원 인터내셔널의 에이스들만 모인다는 자원팀에 배속 받은 안영이는 인턴 시절에서 최고였습니다. 수많은 남성들과의 싸움에서도 좀처럼 뒤지지 않던 그녀였지만, 정사원이 되자마자 위기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남자 선배들의 강압적인 태도 앞에서 회사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사건건 트집만 잡는 남자 선배들에게 안영이는 그저 두려운 여자 후배일 뿐입니다. 마초에 사로잡힌 그들에게 자신을 위협하는 여자 후배는 두려운 존재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부장은 여 사원에게 성희롱을 하고도 당당하고, 오직 부장의 눈치만 보는 과정이라고 다를 수는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자원팀의 색깔이기도 합니다.

 

대리가 내던진 서류로 인해 얼굴에 상처가 생긴 안영이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나서려는 장그래를 막고 대신 하는 오 과장. 이런 과정은 반복적으로 이어지며 오 과장과 장그래, 그리고 안영이라는 단단한 관계와 함께 자원팀과의 대립 관계들이 구축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장그래를 돕기 위해 한석율의 발을 걸어 넘어트리며 계단을 이용하라고 웃던 오 과장은 안영이를 괴롭히는 대리에게 다리를 걸며 똑같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어린 신입들의 부당함을 막아주는 오 과장 특유의 모습은 연이어 등장하며 오 과장만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생>이 정말 뛰어난 드라마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을 허투로 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주인공과 핵심 조연들만 존재하는 일반 드라마와 달리, 이 드라마에는 모두가 왜 그곳에 있어야만 하는지가 명확합니다. 그리고 매 회를 진행하면서 정교할 정도로 이들이 서로 결합하고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호흡들은 곧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장그래와 안영이, 장백기와 한상률 등 원 인터의 신입사원들은 각각의 장점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이 속한 팀별로 이어지는 이야기들 역시 흥미롭게 이어지고는 합니다. 장그래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들이 소외를 받지는 않습니다.

 

 

FM으로 생활을 해왔던 장백기.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학창시절에도 최선을 다해 원 인터에 입사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최고가 될 것이라는 확신까지 가지고 있었던 장백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현실 속에 좌절하고 시기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고졸 검정고시에 낙하산으로 인턴 생활을 했던 장그래보다 자신이 더 뒤쳐져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감내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에는 상관없이 그 어떤 일도 주지 않는 철강팀 대리의 행동은 그래서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아직 기대만큼 여물지 않은 그저 신인일 수밖에 없음은 엑셀 작업 하나로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생각과 달리, 직장은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능력을 보이던 안영이와 장백기가 고전을 하는 것과 달리, 장그래의 성장은 곧 오 과장의 존재감은 그만큼 높고 대단하게 다가옵니다.

 

독불장군 식으로 상사맨으로서 의지와 가치만 높은 그에게 직장은 자신이 모든 것이기도 했습니다. 편견이나 습성에 녹아든 그저 그런 직장인이 아닌,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당당한 그는 그래서 승진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승진보다는 상사맨으로서 가치와 이상을 실현하려는 오 과장은 우리 시대 순수한 일적인 로맨티스트였습니다.

 

약한 신입을 괴롭히는 이들을 농익은 방법으로 복수를 해주고, 꽉 막힌 안영이에게 새로운 시각을 보여줘 그 능력이 더욱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능력 역시 오 과장이 지닌 진정한 힘이었습니다. 물론 오 과장 역시 안영이와의 대화 중 "등장 밑이 어둡다"는 말에 막혔던 일을 풀어내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듯 서로 소통하며 얻어지는 한 번의 가치들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이는 곧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하게 직장인만이 아니라, 모든 상황 속에서 이런 작은 계기가 거대한 가치로 재탄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오 과장과 안영이의 모습은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오늘 <미생>의 주인공은 오 과장이었습니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오 과장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의 위치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만년 과장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그는 진정한 상사맨이었습니다. 동료와 친구들처럼 상사에게 아부하고 줄을 놓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과 달리, 보다 새롭고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회사에 가장 필요한 인재이지만 항상 굴욕을 당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상사를 찾아다니고 상사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로 분위기를 만드는 등의 행위는 곧 직장에서 살아남는 철칙과도 같은 일입니다. 물론 동료와의 관계와 후배들과의 인사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지만, 승진을 위해서는 상사에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최 전무는 한때 오 과장이 모시던 상사였습니다. 하지만 후배의 죽음 후 오 과장은 최 전무와는 말도 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자신이 홀대를 받고 뒤쳐지는 상황에서도 조금도 굽히지 않았던 오 과장은 대리를 위해 최 전무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자존심보다 후배의 앞날을 생각하는 그는 일을 하는 상황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옳고 확신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만든 상황에서도 상사에 의해 밀린 일에 대해 술로 풀어버리고 다음 날부터 부장이 밀고 있던 아이템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오 과장은 존경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갑자기 변한 상황으로 인해 밀고 있던 부장마저 손을 떼었지만, 오 과장은 뚝심으로 일을 성사시켰습니다. 부장이 표리부동하게 다시 돌아와 자신의 일이라고 웃을 정도로 일을 정리해내는 오 과장의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오 과장이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고 잘 한다 해도 옆자리의 같은 동료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오 과장에 밀려 자신들이 밀던 아이템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 같으니, 곧바로 차장을 앞세워 일을 따가는 고 과장의 행동은 밉살스럽지만 그게 회사였습니다. 사람이 모이면 어디든 관계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상하의 지위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그저 일만 잘 한다면 그 사람이 정당하게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자신이 잘 아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인지상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학연 지연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회사원들의 정치는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뒤로 밀린 희토루 사업건은 최 전무가 채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 3팀만 남아 아무 말 없이 식사만 하는 장면에서 찡한 울림을 받은 이들도 많았을 듯합니다. 그게 현실이고, 그런 모습이 바로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왜 술을 마셔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장그래의 뜨거운 눈물과 연일 지친 몸에도 마실 수밖에 없는 술로 힘겨워하던 오 과장은 집에 들어와 화장실에 널브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항상 술에 취한 남편에게 술을 왜 마시냐는 부인의 타박은 당연했습니다. 그런 타박에 "맛있으니까"라고 허무한 답변을 내놓던 오 과장은 시청자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신들이 술맛을 알아"라고 말입니다. 

 

셀러리맨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술. 그 술에 대한 해석이 이렇게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미생>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항상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속에 치여 있던 시청자들은 너무 생생해서 자신의 일처럼 느껴지는 이들의 이야기에 동화되고 공감을 표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의 애환을 솔직하게 담은 <미생>은 당연히 이 시대를 대변하는 최고의 드라마임이 분명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