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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미스 리플리 14회-신정아와 장미리, 누구를 위한 드라마인가?

by 자이미 201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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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의 어머니인 이화의 친딸이 미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상황은 <미스 리플리>로서는 최고의 반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정체가 시청자들에게 드러난 상황에서 그들의 극적인 상황은 반전보다는 반감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아쉬웠습니다. 그런 아쉬움을 채운 최명길의 경악하며 오열하는 장면은 최고였습니다. 

최명길의 경악이 리플리를 살렸다





꿈만 같았던 약혼식도 무산되고 유현의 어머니인 이화에게 분노에 당황스러웠던 미리.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숨기고 싶었던 과거의 사진을 자신에게 뿌리는 상황은 미리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서 몰락으로 이어진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에게 들이닥친 검찰은 그녀의 앞날을 예고하게 했습니다.


최명길의 표정 연기가 시청자들마저 경악스럽게 만들었다

몬도 그룹 후계자의 부인이 될 수 있었던 그녀는 한순간 모든 것들이 무너지며 자신의 존재감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구원이라는 단어조차 찾기가 힘겨웠습니다. 그런 순간에도 구원의 손길을 내민 존재는 바로 유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한 그는 그 사랑보다는 이화와 미리가 모녀 관계임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미리의 친모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유현은 단서를 가진 은행에서 우연히 그 존재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에게 충격이었던 것은 미리의 어머니가 다름 아닌 자신의 어머니인 이화라는 사실입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미리에게 어머니를 돌려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아버지에게도 알리고 그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현이 할 수 있는 미리에 대한 사랑이라 믿고 있습니다. 장명훈이 현실을 직시하고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 것이 미리를 진정한 미리로 만드는 것이라 하는 것처럼 유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은 그녀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미리를 둘러싼 세 명의 남자인 유현과 명훈, 히라야마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현은 의붓남매일 수밖에 없는 미리와의 관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부녀간을 만나게 하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명훈은 자신을 만나며 만들어진 거짓을 처음 만나기 전의 상황으로 돌려놓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사랑이라 믿고 있습니다.

15살 처음 자신을 찾아왔던 미리를 한순간도 잊지 않고 사랑해왔던 히라야마는 그 시절의 그녀만을 생각한 채 자신과 함께 도주해 살기를 바랍니다. 그것만이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리가 가장 증오하고 혐오하는 사랑은 히라야마와 함께 하는 삶입니다. 자신이 지우고 싶었던 시절을 힘겹게 보내야만 했던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히라야마를 선택할 이유도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지요.


히라야마에게는 사랑일지 몰라도 미리에게는 지독한 증오인 그와의 인연은 지우고 싶은 인연일 뿐입니다. 사랑도 시각에 따라 증오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히라야마와 미리의 사랑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어긋난 사랑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히라야마에게는 순정 같은 사랑이 미리에게는 지독한 증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슬픈 운명이겠지요.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인 유현과 사랑을 바라는 미리이지만 의붓 남매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명훈에게 돌아갈 명분도 의미도 사라진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잃어버린 과거의 시간을 채우는 어머니라는 존재일 수밖에는 없지요.

과거의 기억을 모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소인 성당에서 이화와 유현, 미리가 한 자리에서 만난 순간 모든 사실을 알고 경악하는 최명길의 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모든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시청자들마저 경악하게 만드는 그녀의 소름끼치는 연기는 백 마디 말이 필요 없는 그 상황을 모두 압축한 표정 연기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신정아와 장미리, 현실과 드라마 사이

자신을 이런 지옥과도 같은 현실로 밀어 넣은 존재인 어머니. 그런 어머니와의 만남이후 분노와 화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가 2회를 남긴 <미스 리플리>의 주제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미리의 몰락은 자연스럽고 처절하게 이어지고 <미스 리플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모든 것들은 남은 2회에서 응축되어 드러날 수밖에는 없습니다. 미리의 행동들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들은 제작진들이 시청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주제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거짓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리의 잘못보다는 왜 그녀가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상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과연 그녀의 잘못인지 그런 상황을 만든 사회가 문제인지에 대해 모호해지는 상황은 자칫 여전히 대중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신정아에게 면죄부를 주는 드라마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합니다. 

학력위조를 통해 부당이득을 한 그녀가 단순히 잘못된 사회가 만든 사생아라는 식으로 합리화하게 된다면 문제는 커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학력지상주의 사회에서 학력위조는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논리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도 신정아는 최고 학부 졸업이라는 타이틀로 승승장구했던 인물입니다. 대학교수에 비엔날레 감독까지 맡으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그녀는 예일대 학위가 거짓으로 드러나며 몰락했습니다. 그녀의 연인이자 권력의 핵심이었던 인물까지 개입된 희대의 사건은 신정아가 1년 6월이라는 실형을 살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신정아 사건이 터지며 유명인의 학력 위조는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실제 유명인사들이 줄줄이 학력 위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유명인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학력 위조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문제는 이를 통해 불이익을 당한 존재는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연예인들만 해도 다수가 학력 위조 사실이 밝혀지며 사과를 했지만 그중 단 한 명도 거짓말로 인해 방송 출연이 금지되거나 하차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그저 단순한 사과 한 마디로 마무리되며 그들이 내세운 거짓 학력은 그렇게 마무리되어 버렸습니다. 

학력위조로 문제가 있었던 인물들은 여전히 방송 활동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학력 위조라는 큰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도덕적 반성도 없이 사과 한 마디로 모든 것들이 정리될 정도로 대한민국은 거짓은 일상이 되어 있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신정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4001>를 출판하며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그런 여진들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방송된 <미스 리플리>는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신정아 사건을 모티브로 드라마로 제작되는 만큼 제작진들이 어떤 시각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느냐는 중요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스 리플리>는 그녀의 거짓은 철저하게 버려진 상처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으로 모여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일본에서 버림받은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지독한 운명뿐이었다는 동정론은 이 드라마의 핵심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그녀가 우연한 기회에 농담처럼 던진 거짓말이 불씨가 되어 현재까지 이어진 상황은 '그녀도 어쩔 수 없는 희생자였을 뿐이다'는 논리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송유현이 미리가 살았던 과거의 집에서 어린 미리와 조우하는 장면에서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씻어내는 씻김굿 같은 형식으로 미리의 아픔을 치유하려 노력했습니다. 성당이라는 장소에서 당사자들이 만나는 장면을 통해 그녀들이 가지고 있었던 아픔들을 모두 토해내는 과정들은 용서와 화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문제는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 미리를 바라보는 제작진의 시선이 어떤 가입니다. 그녀의 잘못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동정심을 유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가는 그들은 그녀의 거짓말은 사회(가정이라는 작은 사회까지 포함된)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거짓이었다는 논리만을 내세우고 굳히기 위해 노력할 뿐이었습니다. 

이런 동정과 잘못된 합리화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범죄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여 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중요한 범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회가 만든 어쩔 수 없는 범죄였다는 식으로 몰아간다는 것은 큰 실수이지요.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일 뿐이라는 논리를 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시작 전부터 신정아 사건이 중요하게 거론되었기에 이는 단순히 드라마로 끝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현실 속 신정아와 드라마 속 장미리가 별개라면 상관없겠지만 이미 한 몸으로 시작한 드라마에서 둘은 동일시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용서와 화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잘못에 대한 정당한 처벌과 반성입니다. 반성이 앞서지 않은 용서는 잘못을 정당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남은 2회 동안 어떤 식으로 미리를 그릴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보여 진 <미스 리플리>속 신정아는 그녀의 잘못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이 그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는 주장일 뿐입니다. 사회를 담는 드라마라면 그 시각은 냉철해야만 합니다. 과연 제작진들은 사회적 문제를 끄집어 들여 자신들이 펼치는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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