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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박세리와 박나래가 함께 하는 '리치언니'가 필요하다

by 자이미 202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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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 중심의 버라이어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기던 시절과 유사하지만, 그때와 다른 것은 사회적 분위기 역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일시적 유행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전환기라고 보는 것이 더 옳아 보인다.

 

박세리와 박나래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방송되는 예능을 이끌고 있다. 박세리는 <노는언니>를 박나래는 <갬성캠핑>에 출연 중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여성 중심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이제는 제법 손발이 맞아가는 <노는언니>와 이제 막 시작한 <갬성캠핑>은 그래서 흥미롭고 불안하기도 하다.

여성 스포츠 스타가 중심이 되는 방송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노는언니>에 대한 기대는 크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여성 스포츠 스타들도 방송 활동을 보다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 말이다. 

 

다양한 종목에서 최고의 성취를 올렸던 이들이 모여 함께 하는 예능은 나름의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기대 반 우려반으로 시작했던 <노는언니>는 이미 12회 차까지 방송되었다. 시즌제로 가려던 방송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자 정규 편성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운동만 하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했던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경험들을 쌓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처음에는 뭔지 모를 불안도 존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호흡이 맞아가며 안정적인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박나래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갬성캠핑>은 이제 막 2회가 마무리되었다. 한 여정지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는 의미다. 남해를 방문한 이들이 함께 캠핑을 즐기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여성들만의 캠핑이어도 충분하지만, 제작진은 첫회부터 남성 게스트를 출연시켰다.

 

송승헌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열심히 하며 노력했지만 아쉽다. 제작진들은 왜 여성들만의 캠핑에 부정적이었을까? 그러면서 왜 이런 기획을 했는지 여부가 의아하다. <바퀴달린 집>과 마찬가지로 매회 게스트를 출연시키는 방식이 안정적이라 확신했는지 모르지만 많은 이들은 <캠핑클럽>을 선호한다.

 

핑클 멤버가 함께 하는 여행은 흥미로웠다. 차박을 하며 국내 여러 관광지를 찾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다른 게스트가 출연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훌륭했다는 점에서 <캠핑클럽>은 잘 만들어진 여성 예능이었다.

 

<갬성캐핑> 다섯 명의 여성 출연자가 존재한다. 그들만의 시간을 통해 보다 진솔한 상황들을 만들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첫 회부터 남성 게스트를 출연시키며 그들만을 위한 시간들을 빼앗았다. 그리고 매회 다른 게스트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장소만 옮기는 토크쇼와 크게 다를 바 없어졌다.

 

박세리를 상징하는 '리치언니'라는 별명은 박나래가 예능 방송 중에 만들어준 것이다. 이들의 호흡은 의외로 잘 맞아 보인다. 물론 둘 다 강성이다 보니 충돌할 가능성도 있지만, 방송을 오래 한 박나래가 충분히 상황을 관리할 수준은 되었다.

 

두 여성의 예능인 <리치언니>가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듯하다. 박세리가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조금씩 존재감을 넓히고 있기는 하지만, 방송에서는 초보다. 좀 더 방송의 생리를 알고, 예능감을 키워나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나래와 함께 프로그램을 한다면 그런 감을 전수받을 수 있어 보인다. 아직 초보인 박세리가 다른 후배들을 이끌고 예능을 하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불안전하게 다가온다. 서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예능만이 아니라 방송 출연이 처음은 이들이 대다수인 여성 스포츠 스타들에게 박세리는 전부다.

 

박세리가 리더이자 큰 언니로서 열심히하고 있지만, 보다 예능감을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박세리와 박나래가 함께 하는 예능이라면 뭐든 도전해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둘 다 요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통 큰 면모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 좋아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도 선호한다는 점에서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투 걸 쇼'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듯하다. <무한도전>이 뿌린 씨앗처럼, 두 사람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도전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의 예능을 해도 재미있을 것이다.

 

어느 하나로 규정하지 않은 채 다양한 형태의 예능을 모두 수행하는 두 여성들의 도전은 흥미롭게 이어질 수 있다. 박세리와 박나래라는 조합이 가지는 힘은 의외로 강렬하니 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박세리는 보다 예능감을 키울 수 있고, 박나래는 확장성을 넓힐 수도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다시 시작한 여성 예능. 그래서 아쉬움도 크다. 넘어지고 깨지며 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남성 중심의 예능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시간과 싸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더 만들어져야 한다.

 

현시점 여성 예능인으로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이는 박나래와 여성 스포츠 스타 중 최고의 가치를 지닌 박세리. 그들이 함께 예능을 만들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시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여성 예능이 보다 확산되고 정착되는 계기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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