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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별에서 온 그대vs설희 표절 공방 스타 앞세운 시장우위 전략의 폐해

by 자이미 201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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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작과 함께 엄청난 시청률로 수목드라마 시장을 평정한 <별에서 온 그대>가 2회를 마치자마자 표절 시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만화 <설희>와 너무 비슷한 설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며 드라마와 만화 작가들의 공방은 많은 이들에게 다시 한 번 표절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한 창작과 표절;

클리셰와 8개의 공통점, 스타와 시장우위는 표절도 무너트린다

 

 

 

드라마의 표절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세상에 완벽하게 새로운 것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유사성으로 인한 표절 시비는 음악이나 드라마 등 많은 창작물에서 숱하게 등장하는 필연적 고민이자 충동입니다. '광해군일지'에 등장하는 UFO를 모티브로 삼은 드라마와 만화가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표절을 생각하게 합니다. 

 

 

김수현과 전지현을 앞세우고, 박지은과 장태유라는 스타 작가와 감독이 함께 하는 <별에서 온 그대>는 분명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워낙 대단한 작가와 감독이 만났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걸었던 이 작품은 농익은 대사와 상황극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쉽게 바라볼 수 있는 재미있는 수목극으로 다가왔습니다. <상속자들>의 인기를 물려받기는 했지만, 15%를 넘는 시청률을 초반부터 보여준 <별에서 온 그대>는 분명 성공한 드라마입니다. 

 

빠른 상황 전개와 조선시대 목격되었다는 UFO를 모티브로 해, 400년 동안 살아온 우주인과 환생한 여자주인공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별에서 온 그대>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내용을 담은 드라마입니다. 뱀파이어의 전설과 UFO라는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설정, 그리고 윤회와 환생이라는 익숙한 형식이 주는 무난함 속에 톡톡 튀는 대사들이 주는 매력과 뛰어난 영상미가 어우러진 <별에서 온 그대>는 분명 흥미롭고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문제는 이런 색다른 감성으로 다가온 로코가 이미 그전에 다뤘던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화가인 강경옥 작가는 자신이 연재하고 있는 작품 <설희>와 현재 방송 중인 <별에서 온 그대>가 너무 닮았다며 표절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 이 만화를 본 팬들 역시 표절이 분명하다며 논란은 점점 커지게 되었습니다. 

 

강경옥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표절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고, 이 글과 관련해 SBS와 제작사가 즉각 반박을 하면서 표절 논란은 도마 위에 올려 졌습니다. 표절을 주장하는 강 작가에게 법적인 문제까지 들먹이며 반박하던 방송사와 제작사에 이어 <별에서 온 그대>를 집필하고 있는 박지은 작가가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은 표절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을 했습니다. 

 

문제의 작품을 본적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참조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박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떻게 표절이냐는 주장입니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기록된 문건을 모티브로 하는 것은 누구 하나의 독점물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클리셰들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이 역시 <설희>를 표절한 것이 아닌 단순한 클리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욱 자신의 작가적 양심을 걸고 이야기를 한다는 박 작가의 반박문은 그만큼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박지은 작가는 자신의 예능 작가로 활동하던 시절 알게 된 '광해군일지'의 UFO 등장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게 이 드라마는 탄생하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누군가의 작품을 보고 집필을 한 것이 아니라, 예능 작가 시절 우연하게 봤던 역사적 사실이 자신이 집필하고 있는 작품의 모티브였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박 작가의 반박에 강 작가는 곧바로 재반박을 했습니다. 작가의 양심을 걸고 쓴 글에 대한 반박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시장우위 상황에서 창작과 표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유명 스타와 방송국이라는 절대적인 도구를 사용한 힘의 우위는 결과적으로 표절 시비와 상관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사건을 인용, 불로, 외계인, 피로 인한 변화, 환생, 같은 얼굴의 전생의 인연, 연예인, 톱스타 등만 해도 8개의 클리셰다. 이게 우연히 몰려있는 것인가"

강 작가의 재반박에서 언급한 8가지의 공통점은 이번 표절 논란의 핵심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인용한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강 작가가 함께 언급한 불로, 외계인, 피로 인한 변화, 환생, 같은 얼굴의 전생의 인연, 연예인 등 각각의 존재들 역시 누구나 창작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 입니다.

 

문제는 이런 다양한 것들이 하나로 모여 한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각각일 때는 누구나 활용 가능한 창작의 씨앗이 될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이 모든 것이 또 다른 누군가가 만든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면 이는 의심을 할 수밖에는 없게 됩니다.

 

음악 역시 이와 유사합니다. 음악을 만들어내는 코드는 몇 개 되지 않지만 유사한 리듬은 동일하게 나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코드로 전혀 다른 창작물들을 만들어내는 음악이 동일한 코드의 반복과 리듬이 이어진다면 이는 곧 표절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드라마 역시 기본적인 모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유사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과정들 속에 등장하는 중요한 변수들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면 이는 표절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박 작가는 드라마 작가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작가입니다. 모든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둔 만큼 박 작가에 대한 팬심 역시 단단합니다. 강 작가 역시 만화계에서는 알아주는 작가라고 하지만 결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힘의 균형은 무너져 있는 상황입니다.

 

만화와 드라마를 본 대다수의 사람들이 표절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작가들의 싸움은 쉽게 끝날 수 없는 작가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표절은 표절을 한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가려낼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결코 법정에서 쉽게 가려질 수 있는 싸움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대중들의 생각이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지만, 그 규모와 시장의 법칙은 이런 대중들의 판단 역시 가르고 있습니다.

 

 

매스미디어의 힘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리고 그런 거대한 미디어를 활용하는 드라마와 사양산업이라고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대한민국의 만화는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여기에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드라마와 이번에 처음 들었다는 만화가 표절을 논하는 것부터가 많은 이들에게는 웃음거리고 전락하고 말았다는 사실은 씁쓸합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면 그게 아무리 표절 시비를 받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논리는 이미 수많은 표절 논란에서 익숙하게 알 수 있었던 사실입니다. 그런 시장우위에서는 표절도 표절이 될 수 없다는 상황극은 이번 사태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습니다. 물론 표절과 관련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작품을 발표하는 박 작가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자신의 보지 않았고, 그래서 참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입니다.

 

창작자들은 자신이 창작하는 것이 혹시 타인에 의해 먼저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닌지 알아보는 것 역시 의무입니다. 그런 점에서 박 작가는 가장 중요한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실수를 한 셈입니다. 박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표절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그녀는 작가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표절 논란이 일고 있지만 <별에서 온 그대>는 여전히 방송이 될 것이고, 시청자들 역시 꾸준하게 그 드라마에 대해 환호성을 보낼 것입니다. 막장이 대세를 이루고, 말도 안 되는 막장 선거가 횡횡하는 시대에 힘없는 만화작가의 외침은 아무런 힘도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이미 뼈저린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무감각해질 대로 무감각해진 대중들에게 이 정도 논란은 아무런 가치도 가질 수 없음이 슬프게 다가올 뿐입니다. 강자의 편에 서는 것이 당연하고, 강자가 곧 정의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연스럽게 포장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표절은 창작자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독약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만큼 두 작가의 주장을 제 3자가 쉽게 판단하고 제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대중문화 사이에도 점점 극대화되는 빈부의 차가 잔인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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