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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hot Drama 단막극

보통의 연애 2회-상처 입은 두 남녀, 진정 평범한 사랑은 가능할까?

by 자이미 201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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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을 꿈꿉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평범하지 않은 특별하기를 원하고는 합니다. 스타나 동화 속 공주와 왕자처럼 화려하거나 꿈같은 사랑을 꿈꾸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랑마저 사치인 이들에게는 누구나 평범하게 하는 보통의 연애를 하고 싶다는 열망은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7년 전 살인사건, 범인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 그리고 사랑에 대한 기대




오랜 만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울 수 있었던 남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가 죽였다고 이야기되는 남자의 동생이라는 사실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겨우 그 지독한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났다는 기대는 착각으로 다가왔고 그런 비참한 현실은 그녀를 더욱 힘겹게 만들기만 합니다. 

비를 맞고 집으로 돌아와 무표정하게 식사를 하는 윤혜와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가 찾아왔는데도 등을 돌리고 무표정하게 돌아 누워있는 재광은 너무 닮아 있습니다. 7년 전 그날 그 이후 그들의 운명은 이렇게 무참하게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시켜버렸으니 말입니다. 

편안한 침대가 있음에도 편하게 잠자지 못하고 바닥에서 불편하게 잠을 자는 재광은 한 번도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탁월했던 형과 달리 유난히 비교를 당하며 살아야만 했던 재광은 형이 죽고 난후 엄마의 기대와 비교는 더욱 커지기만 했습니다. 차라리 형이 아닌 네가 죽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할 정도로 영특했던 첫째 아들의 그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광이 형의 그늘과 그 죽음이 만들어 놓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듯, 윤혜 역시 7년 전 그 사건으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살 수가 없었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그 날 경찰서에서 나와 공원 연못에 몸을 던지던 그녀에게 그 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죽지 않고 살아났지만 그녀의 삶은 죽음과도 같은 삶의 연속일 뿐이었습니다. 모든 이들은 살인자의 딸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고 그런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마음껏 웃지도 행복함도 느낄 수도 없는 삶이었습니다. 

다가갔던 윤혜가 재광이 죽은 남자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멀어지려 노력하고 잊으려 할수록 다가설 수밖에 없는 재광의 모습은 일반적인 연애 감정과 유사합니다. 밀고 당기듯 하는 감정의 교류는 피해자와 피의자 가족이라는 관계가 주는 넘어설 수 없는 간극은 그들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기만 합니다. 이런 미묘한 기류 사이에 넘어서기 힘들 것 같던 그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굳게 막아서는 존재는 재광의 어머니였습니다. 

형의 죽음과 관련해 무관심하게 보일 정도로 외면을 해오던 재광이 전주에 내려가서는 예정된 날짜를 어기며 더 머물겠다고 하는 모습이 이상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여전히 피의자와 그 가족들에게 지독한 원한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녀로서는 뭔가 이상한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으로 전주로 내려옵니다. 


그 불안한 예감은 가장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로 다가옵니다. 재광이 윤혜와 웃으며 경찰서를 나오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느꼈을 배신감과 울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첫 번째 사법고시에 당당히 합격한 자랑스러운 아들이 말도 안 되게 죽임을 당했는데 그 살인자 딸과 자신의 아들이 행복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재광의 어머니가 느끼는 배신감과는 달리, 재광은 윤혜가 믿고 있는 아버지의 무죄에 조금씩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분명 재광이 윤혜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형을 죽인 자의 딸과 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 지독한 갈증과 고통 속에서 마음을 다잡으려던 그는 차 안에서 형이 남긴 마지막 유품인 드럼 채 박스와 메모를 발견합니다. 어린 시절 드럼을 하고 싶던 자신의 꿈을 짓누르며 망가진 드럼 채를 보던 형의 모습을 떠 올린 재광은 추적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형의 유품이 정비소에서 봤었던 그 남자가 남긴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는 뺑소니 혐의로 신고해서 차량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봤던 그 남자가 아닌 낯선 여자가 주인이라며 경찰에 왔고 그 여자를 쫓아 카페에 들어선 재광은 그곳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게 됩니다. 자신의 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던 열쇠고리가 죽은 한 달 후 그 카페에서 찍힌 사진으로 남겨져 있었던 것이지요. 

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소중한 물건이 유품에도 없었던 그 열쇠고리가, 의문의 남자가 몰던 차량의 주인인 여자가 운영하는 카페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재광 역시 윤혜의 아버지가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사건 현장에 있던 꽃과 낯선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곳에 남겨진 사진 한 장과 형이 남긴 드럼 스틱은 사건의 본질을 찾아가는 계기로 다가옵니다. 

작업실에서 주로 작업만 하는 강목수와 카페 여주인인 경자. 그들은 재광의 형인 재민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열쇠고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왜 그들이 그 열쇠고리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바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자 결론에 이르는 마지막 힌트가 되어줄 것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아들과 통화를 해왔던 할머니는 윤혜 어머니의 기일 날 시간 맞춰 성묘를 하러 가도록 요구합니다. 딸을 보고 싶은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 장소에 나가게 한 할머니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기만 합니다. 자신의 자식이 살인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은 그렇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아버지로 인해 평범한 삶을 포기해야만 하는 어린 손녀딸을 바라보는 것조차 힘겨운 할머니의 삶은 재광의 어머니가 느끼는 분노와 다르지만 유사한 고통이었습니다. 

윤혜는 자신도 알지 못하게 우연처럼 가장된 아버지와의 잠깐의 만남으로 인해 더욱 사무치게 아버지가 그리워집니다. 그런 모습을 우연하게 보게 된 재광으로서는 또 다른 배신감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범인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순간 윤혜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만나고 있었다는 오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은 충격이었으니 말입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재광을 집으로 들여 아버지의 흔적이 있는지 찾아보라는 과정에서 열리지 않는 병뚜껑과 열어주겠다며 옥신각신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고이는 장면은 그들의 감정을 표현해준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이 장면을 통해 재광의 행동이 말과는 다름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사물을 통해 두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은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진범이 따로 있을 지도 모른다며 햄버거 가게에서 이야기를 하는 과정은 그들이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해준 장면이었습니다. 햄버거를 먹기 위해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먹어야만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타인들에게 지적 받을 것 같아 햄버거도 먹지 않고 살아왔다는 윤혜의 모습에서 그녀가 얼마나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지를 엿보게 해주었습니다. 그런 윤혜를 위해 두툼한 햄버거를 납작하게 눌러 입 크게 벌리지 않아도 먹을 수 있다며 시범을 보이는 재광의 모습에서 따뜻한 사랑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 속에 미스터리한 매력과 함께 연기자들의 탁월한 연기력이 하나가 되니 명품 드라마가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에 이런 모든 요소들을 매력적으로 담아낸 제작진들의 노고가 명품 <보통의 연애>를 만들어냈습니다. 극의 흐름상 살인 사건의 이유가 동성애 코드로 이어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믿었던 건실한 아들이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숨어지내던 목수가 그 상대였다는 가설도 충분히 가능하니 말입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평범한 연애가 가장 소원이 되어버린 이 슬픈 주인공들이 그들이 원하는 '보통의 연애'를 할 수는 있을까요?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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