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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불타는 청춘 송은영이 소환한 김국진, 그가 보여준 삶의 가치

by 자이미 2020.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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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들의 여행기를 담은 <불타는 청춘>은 이제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15년 3월 파일럿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당시에는 생경한 포맷이었다. 중년이 된 연예인들이 모여서 여행을 한다. 물론 기혼자는 올 수 없는 공간이라는 제약은 있었다.

 

과거 EBS 등에서 실험적으로 '실버세대'를 위한 중년들의 예능과 삶들을 다루는 경우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예능화 시킨 것은 <불타는 청춘>이 처음이었다. 초반 그렇고 그런 방송으로 단명할 것이라는 의견들도 많았지만, 김국진의 리드와 함께 출연진들이 변화하면서 이제는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이 되었다.

1박 2일 동안 여행지에서 함께 먹고 자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지 않다. 원조격인 <1박2일>보다 더 화제성이 좋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올 정도다. 여전히 불타는 청춘이고 싶은 이들의 일상은 왜 장수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을까?

 

심야 시간에 7%대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스타들이 출연하는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들도 아니다. 대부분은 현재 활동이 뜸한 스타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이런 상황이 희소성이 되어 더 주목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레트로에서 뉴트로로 바뀌고는 있지만, 세대를 규정하는 유행 코드는 과거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적고, 동력조차 보이지 않는 현재 세대에게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부모세대 문화를 소비하는 경향은 그래서 서글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런 전반적인 흐름도 한몫한다. 더욱 주 소비층이 여전히 동시대를 살아왔던 이들이라는 점에서 <불타는 청춘>에 대한 기대와 애정 역시 높다. 지난주 새로운 손님으로 온 송은영에 대한 관심 역시 동일하게 다가온다. 

 

청소년 드라마 <나>로 데뷔해 큰 화제를 모았지만, 20대에 방송에서 사라졌던 송은영이 40대가 되어 자신이 즐겨본다는 <불타는 청춘>에 출연했다. 14년 넘는 세월 방송에 나오지 않았던 송은영의 출연은 큰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불타는 청춘>이 장수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새로운 손님들이다. 고정 멤버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수시로 손님을 맞고, 그렇게 자리를 잡아 주인이 되는 경우들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김국진과 강수지가 <불타는 청춘>에 함께 출연하며 사랑을 키우고 부부가 되었던 시점에 최정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일대 사건이었다. 이는 프로그램에는 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점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김국진이 하차하면 <불타는 청춘>도 이제는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들도 했었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한 두명의 스타가 빠진다고 시청자들의 동요는 크게 없었다. 고정으로 출연하는 이들의 노력과 함께 새로운 손님들을 통해 주의 환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제작진의 노련함이 만든 안정감이다.

 

갑작스럽게 주인공으로 데뷔했지만, 연예계가 쉽지는 않다. 적응을 하지 못하고 사라졌던 송은영은 살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도 했다고 한다. 쇼핑몰도 해보고 음식을 만들기도 하는 등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른 살이 넘어 처음 아르바이트를 해봤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되었던 송은영에게 살아내는 것 자체가 모두 도전이었을 테니 말이다. 얼굴은 알려졌지만 그 일을 그대로 할 수 없는 이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부담은 그렇게 힘겨움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어렵게 <불타는 청춘>에 발을 들인 송은영의 첫 방송은 떨림이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 낯선 환경과 익숙함과 거리가 멀어진 방송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청 멤버들과 게임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하는 과정을 겪으며 편안해진 모습을 보였다.

 

요리를 배우기 위해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송은영은 그 솜씨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불타는 청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고수의 냄새가 풍겼으니 말이다. 많은 이들이 송은영이 고정으로 자주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말이다.

백미는 짧고 힘겨웠던 연예계 생활에서 특별하게 기억에 남았던 인물은 바로 김국진이라는 고백이었다. 전화 연결이 되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서 이들의 삶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대목은 보기 좋았다. 김국진이 참 잘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니 말이다.

 

이제는 과거 멤버가 되어버린 김국진을 소환한 새손님 송은영. 이게 바로 <불타는 청춘>의 힘이자 자랑이기도 하다. 매니저도 없이 19살 나이에 연기자 활동을 시작한 송은영을 친오빠처럼 살피고 도와준 김국진에 대한 이야기는 참 보기 좋았다.  

 

최근들어 수많은 연예인들의 과거가 폭로되며 시련을 겪는다. 과거의 삶이 과거에 그치지 않는 세상이다. 폭로도 쉽고 기록도 쉬운 시대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는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 대중을 상대로 하는 직업을 택하려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는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김국진처럼 살 수만 있다면 문제가 생길일은 없어 보인다. 캐면 미담만 나오는 유재석과 다를 바 없는 김국진의 삶은 그래서 더 큰 가치로 다가온다. 15년 가까이 방송 활동도 하지 않으며 감히 연락조차 할 수 없었던 은인과 통화하며 반가움과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는 송은영의 모습은 김국진이 만든 아름다움이었다.

 

10대와 20대에게는 누군지도 모를 연예인들. 그렇게 과거를 소환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들이 1박 2일 동안 함께 여행하며 행복을 나누는 그 과정을 담는 <불타는 청춘>은 이제 장수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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