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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비밀의 문 의궤 살인사건 17회-사도세자의 기득권 포기는 왜 위대함으로 다가오나

by 자이미 201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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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시대불문하고 대단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자신이 가진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조선시대 세자가 벌인 이 사농공상의 법도를 파괴하는 도전은 그래서 위대하게 다가옵니다. 400년 동안 이어져왔던 양반사회를 파괴하기 위한 '균 정치'는 우리 시대라고 다르지는 않습니다. 

 

반상의 법도를 파괴하라;

기득권을 포기하고 원하는 모든 이들이 과거를 볼 수 있도록 허하라

 

 

 

조선 시대는 부정할 수 없는 양반의 나라입니다. 사농공상이 분명한 나라에서 그 법도는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였습니다. 균역법을 통해 모든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꿈꾸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한 영조에게도 반상의 법도를 파괴하려는 세자의 행동에는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웠습니다. 

 

 

죽음의 정치를 하며 악몽에 시달리던 영조는 세자가 다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합니다. 세자를 내친지 3년 만에 정치 전면에 들어선 세자에게 영조는 죽이는 정치가 아닌 살리는 정치를 지원하겠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세자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 역시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다만 이미 세자를 내쳤던 경험이 있던 영조는 완벽하게 아들에게 모든 권력을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인사와 외교, 군사권은 대전에서 가지겠다는 말을 세자에게 통보합니다. 영조는 여전히 세자를 믿지 못하고 그에게 정치 전면에 나서게는 하지만 자신의 권력 안에서 세자를 가둔 채, 하는 정치는 불안의 연속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여전히 농익은 정치 9단들이 득실거리고, 정적들의 공격이 언제라도 시작될 수 있는 상황에서 영조의 이런 선택은 그에게는 당연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미워도 왕세자이고 아들인 세자에게 자연스럽게 왕위를 이어줄 수 있는 시간들이 절실했습니다. '균'을 정치이념으로 여기고 있는 세자의 정치는 조선시대에는 급진적인 사상이었습니다. 반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그 모든 것을 해체하는 세작의 사고는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게 합니다. 

 

세자와 영조의 급격한 변화를 이끌게 하는 사건은 세자를 보필하던 장내관의 친동생 때문이었습니다. 양인인 장내관의 동생은 신분을 속이고 과거 시험을 본 사건은 중죄가 되고 말았습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돈으로라도 매수해 동생을 살리고자 하는 장내관의 모습을 보고 세자는 특별한 선택을 하게 했습니다.

 

 

자신이 왜 정치를 하려고 했는지, 3년 동안 무엇을 공부하고 준비를 했는지 되묻게 합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정치가 바로 백성을 편하게 만들기 위함이었지만, 정작 백성들은 이렇게 지독하고 외롭게 살게 만드는 행위가 과연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 고민을 하게 합니다.

 

옥에 있던 장내관의 동생을 불러 따뜻한 국밥 한 끼를 대접하며 왜 그는 양인의 신분으로 과거 시험을 봐야 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과거 시험은 오직 양반 사대부들의 특권이었다는 점에서 이는 그 시대 중범죄가 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관복이 입고 싶었습니다. 관복입고 관원 돼서 세상의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백성들 도와주고 그걸로 칭송도 받고 멋지게 살고 싶었습니다. 이런 꿈 저 같은 놈은 품으면 안 되는 것인가. 이런 건 양반이 아니면 품을 수 없는 꿈 인가요"

 

세자 앞에서 죽음을 앞둔 장내관의 동생은 품어서는 안 되는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양인의 신분이지만 관복을 입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관복을 입고 세상의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백성을 도우며 그런 자신의 행동이 칭송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니라 그저 백성을 돕는 관원이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소박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와이 되고 싶은 것도 정승을 꿈꾸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관복을 입고 백성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그에게 과거 시험은 요원한 꿈인지 세자에게 되묻고 있었습니다. 

 

 

장 내관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세자는 자신이 다시 대리청정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한 반문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심은 극단적인 결정으로 이어집니다. 예판인 이종성을 찾은 세자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합니다. 노론의 세상을 견제하기 위해 재등장한 소론의 수장인 이종성은 자신의 생각을 뛰어넘는 세자의 급진적인 제안에 당황합니다.

 

다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사농공상이 확실한 세상에 반상의 신분을 무너트리는 세자의 발상은 놀랄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400년 동안 지켜 온 이 질서를 무너트리겠다고 나선 왕세자의 모습에 당황하고 놀란 것은 예판만은 아니었습니다.

 

편전에서 신하들 앞에서 세자는 이번 과거 시험에는 양반과 사대부 자제만이 아니라 양인들까지도 원한다면 모두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표합니다. 그리고 이미 예판에게 밝힌 자신의 소신, 그리고 이번 한 번은 세자의 뜻에 따르겠다는 그를 믿고 세자는 편전에서 즉시 세상에 알리도록 합니다.

 

세자의 이런 선택은 결국 영조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그리고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느꼈던 노론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농공상의 질서를 파괴하는 세자를 영조를 통해 무너트리려는 노론의 공격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노론의 수장인 김택이 제거된 상황에서 세자가 소론과 손을 잡고 세상을 바꾸려는 상황은 곧 노론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 이념을 '균'이라고 생각하는 세자에게 그 '균'의 경계는 없었습니다. 양반과 사대부만이 아니라 백성 모두가 균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자의 정치였습니다. 그 평등에는 왕족의 권리까지 포기하는 것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영조는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왕실의 위엄마저 포기하고 오직 '균'에만 집중하는 세자의 과도한 개혁안은 영조마저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왕실의 권위와 위엄마저 포기하겠다는 세자는 그렇게 거대한 권력 앞에서 죽음을 향해 무거운 걸음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세자가 꿈꾸었던 '균'은 2014년 현실에서는 더욱 중요한 가치로 다가옵니다. 세자를 보면 많은 시청자들은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듯합니다.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살고 싶었던 그의 꿈은 이제는 요원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신분제도는 돈으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돈을 가진 자는 새로운 양반이 되었고, 그렇게 구분된 세상은 더욱 강력하고 집요하고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이 지독한 현실은 더욱 강력하고 지독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나 지금이나 전혀 다를 게 없습니다. 

 

거대한 권력이라는 기득권을 내러놓고 오직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싶은 이들은 언제나 견제를 당하고 위기에 처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최고의 권력을 가진 이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이야기는 자신들이 가진 권력마저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반박이 일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달콤하거나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쉬운 드라마는 아닙니다. 정치에 대한 분노가 극심하고 이런 분노는 이젠 외면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정치란 무엇인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이 드라마는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독할 정도로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그저 웃고 떠들며 보낸 시간에 정치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를 보고 싶지는 않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위대한 것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명료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극은 어느 시기를 다루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시대에 만들어지느냐가 중요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수선한 시대에 만들어지는 사극은 그 의미에 특별함이 담겨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암흑기로 불리는 요즘 세상에 과연 우리는 어떤 권력을 원하는지에 대한 거대 담론을 펼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었던 권력자. 그들은 그 거대한 권력의 힘에 외롭게 사라져야만 했다는 사실은 잔인할 정도로 과거나 현재가 닮아 있을 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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