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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뿌리깊은 나무 17회-해가 서쪽에서 뜨게 하는 한글, 권력은 모든 백성들에게 있다

by 자이미 201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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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문자인지를 알게 된 정기준은 그 마력에 경악합니다. 외국인인 개파이와 반촌의 어린 아이 연두마저 쉽게 배우는 이 글자의 마력은 기득권을 가지고 영생하려던 자신들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점은 그들을 두렵게 만듭니다.

독점적 지위를 무너트릴 위대한 글자 한글, 그 위대함은 '누구나'에 있었다




한가가 발견한 한글의 원리는 상상이상으로 위대했습니다. 단 이틀 만에 글을 모르던 개파이와 연두가 깨우칠 정도로 탁월했습니다. 들리는 것을 그대로 받아쓰고 쓴 글을 바로 읽을 수 있는 글은 혁명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권력의 힘은 정보를 독점하는데 있고 그런 독점을 용이하게 했던 한자. 한자를 통해 일반 백성들과 사대부들 간의 경계를 명확하게 했던 그들에게 '한글'은 천지개벽을 하게 하는 반동의 도구로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 강한 정기준으로서는 오랜 시간 준비해왔던 반격의 카드를 급하게 거둬들일 만큼 한글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재상총제제를 통해 재상이 되는 꿈을 꾸었던 좌의정 이신적에게 이런 상황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것도 유분수이지 집현전을 버리고 한글을 반포할 수 있도록 하고 뒤이어 재상총제제를 통해 자신이 재상이 되려는 계획들 자체가 모두 틀어진 상황에서 정기준이 달가워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스스로 글자를 새롭게 만든다고 한들 그게 효용성이 있겠느냐며 글자 반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정기준이 갑자기 강경하게 글자 반포만은 막아야 한다고 나서는 모습이 반갑지 않습니다. 권력을 위해 뭉친 그들에게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 나온다면 이는 곧 균열의 시작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밀본의 본원으로서 사대부들의 영원한 집권을 꿈꾸는 정기준과 자신의 권력욕심이 앞서는 이신적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자신들의 권력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점에서 둘은 유사한 존재들이기는 합니다.

정기준이 과거 어린 시절 현재의 왕이 이도에게 강압적인 권력의 힘에 맞서 "겨우 폭력 밖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냐"며 조롱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이러니 합니다. 밀본을 되살리기 위해 힘을 비축했다고 폭력으로 이도를 위협하는 모습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신념이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특정 세력을 위해서만 이로운 신념이라면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이들이 결과적으로 국민이 아닌 자신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그 신념은 무의미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꽃은 왕이지만 그 뿌리는 재상이라는 그들의 기치는 왕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견제 능력을 넘어서 자신들이 모든 권력의 중심이 되고자 한다면 이는 탐욕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세종의 신념이 모든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정기준의 신념은 자신을 비롯한 사대부들만을 위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차이가 두렵고 그래서 무슨 짓을 해서든 막으려는 정기준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가진 자들을 엿보게 합니다.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서슴지 않는 이 시대의 위정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대중들이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권력을 독점하고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하는 그들에게 국민들은 그저 자신들의 화려한 삶을 위해 필요한 노예들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선거철이나 자신들의 물건을 팔 때만 필요한 존재들인 국민들은 체계화된 제도를 악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영속하려고만 합니다. 부당거래는 일상이 되었고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국부도 싶게 버리는 그들에게는 오직 자신들의 안위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정기준이 오랜 시간 자신들의 권력이 영위되기를 바라듯 체계화된 제도를 자신들만을 위한 방식으로 개편하고 뿌리 깊은 탐욕을 일반화시키려는 권력 집단들의 아집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개하는 이유를 애써 외면하려는 집단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선거철을 어떻게 넘겨 자신들의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까 일뿐입니다.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의 본질은 버린 채 탐욕에 물든 위정자의 모습만을 내보이고 있는 그들에게서 올바른 정치를 들여다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그들이 다시 금배지를 달고 국민들을 위한다며 그 세치 혀를 칼로 바꾸는 모습을 반복해서 봐야만 한다는 것이 우리의 비극일 것입니다.

거래가 성사되는 순간 틀어진 모습을 보면서 세종은 밀본에서 한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그들에게 무용하게 보이던 글자가 이토록 대단한 가치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분명 그들이 한글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이니 말입니다.

공격을 피한 밀본의 다음 단계는 강력한 공격을 해 올 것이라는 예측은 과거 시험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사전에 시제를 빼돌려 사전에 맞춤형 답을 적어 장원이 된 인물이 사실은 반촌의 노비였다는 사실은 가장 효과적으로 밀본의 의지를 내보이는 행위였습니다. 만약 모두가 깨우칠 수 있는 글자가 반포된다면 신분의 벽이 무너지고 누구나 권력을 가지고 싶어 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인 셈입니다.

이를 통해 권력을 가진 이들이 불안해하고 글자 반포가 가져올 파행을 사전에 경험하게 한 밀본 정기준의 전략은 효과적이었습니다. 단순히 노비의 장원급제만이 아니라 그를 사대부가 저격하고 스스로 자결하는 과정을 통해 사대부 집단들이 자신의 뜻과 함께 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자신들의 권력에 반하는 케네디를 암살하고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오스왈트를 다시 저격해 그가 진범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던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장원급제 노비 암살 사건은 흥미로웠습니다. 케네디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자신들의 권력을 되찾기 위한 집단들은 암살 사건을 통해 지배 권력을 다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정기준 역시 사대부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반포 노비를 포섭하고 그를 다시 제거함으로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권력집단들의 사고들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비록 극화된 내용들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본격적으로 한글에 대한 가치를 공유한 상황에서 반포를 둘러싼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뿌리깊은 나무>는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용상 4~6회 분량이 남았다고 추정되기에 현재 이야기는 하이라이트를 향해 간다고 볼 수 있겠지요.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강력한 존재인 이방지를 자신의 편에 서기 위해 채윤을 이용하는 정기준.

정기준의 정체를 알지 못하던 채윤이 이방지를 만나기 위해 떠나던 길에 예상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스승 이방지와 조우하는 장면은 많은 것들을 예고합니다. 이방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주군이 죽음을 당하도록 방치한 사실은 이방지에게는 트라우마로 다가옵니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이방지와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되는 무휼과 숨겨진 절대 고수 개파이와 채윤의 대결 등 강한 힘들의 대결은 시청자들을 흥분하게 합니다.

이방지의 존재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말생이 채윤에게 왜 거짓말을 했는지는 그가 이후 진행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예측하게 합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권력에 대한 집착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시작할 이후 과정들은 <뿌리깊은 나무>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듯합니다.

권력을 모든 백성들에게 주려는 세종과 권력은 자신들만의 것이라 외치는 정기준. 그들의 대결을 통해 드라마가 이야기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명확합니다. 권력을 통해 자신의 배만 불리는 위정자들과 그런 위정자들에 맞서는 국민들의 분노와 함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뿌리깊은 나무>는 그래서 더욱 위대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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