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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사라진 스푼-과학과 마술사이 정규 편성이 간절한 이유

by 자이미 201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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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집으로 준비되는 프로그램들의 용도는 두 마리의 토끼를 노리고는 한다. 이번 추석에도 각 방송사의 특집 방송은 파일럿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들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프로그램이 바로 <사라진 스푼>이다. 마술과 과학을 절묘하게 결합한 이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이 간절해지는 방송이다.

 

과학과 마술의 차이;

재미있는 마술과 기묘한 과학의 세계, 그 절묘한 관계를 흥미롭게 풀어내다

 

 

마술쇼는 명절에 빠지지 않았던 소재였다. 각 방송사마다 다양한 마술사들을 출연시킨 프로그램들을 송출하기에 바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명절 프로그램에서 마술은 사라졌다. 마치 말 그대로 마술처럼 사라진 이 마술쇼가 과학과 함께 다시 등장했다.

 

마술과 과학은 기묘하게 닮았다. 과학적이면서도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것이 바로 마술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KBS2 TV에서 14일 방송한 <트릭 앤 트루-사라진 스푼>은 마술과 과학의 그 미묘한 차이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마술사와 과학자가 함께 등장하고, 뒤이어 마술과 같은 쇼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판정단들은 이게 과학인지 마술인지를 즉석에서 가려낸다. 판정단의 선택이 끝난 후 무대에 등장하는 이는 둘 중의 하나다. 마술사이거나 과학자다. 그렇게 가려진 결정 뒤 어떻게 무대 위에서 이 모든 것이 이뤄졌는지 설명하는 형식은 흥미롭다.

 

과학적인 지식이 풍부하면 마술과 같은 상황을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는 설정은 매력적이다. 우리에게 과학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과학은 그저 대학 입시에 필수이기 때문에 배우는 한 과목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순수과학이 대접을 받지 못하고,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도 사라져가는 현실 속에서 이 프로그램은 의외의 가치로 다가왔다.

물이 담긴 비닐 팩을 연필로 관통하는 장면은 마술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조금만 과학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면 이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마술과 같은 과학현상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표면장력'이 보는 이들에게 마술과 같은 환상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금이 간 유리를 붙이는 과정을 레진과 절연테이프, 방부제를 녹인 물 등을 이용해 완벽하게 복원한다는 설정은 그럴 듯했지만 마술이었다. 레진을 이용해 금이 간 유리를 붙일 수는 있지만 물이 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는 과학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갈륨으로 만든 포크와 나이프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술과 같은 현상은 사실은 과학이었다. 뜨거운 용기에서 완벽하게 사라져버리는 포크는 바로 녹는점이 낮은 금속인 갈륨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9.8도가 녹는점인 갈륨은 사람의 손 위에서도 녹아버릴 정도로 온도에 약하다. 하지만 금속 특유의 단단함을 갖춘 갈륨은 이렇게 효과적으로 마술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갈륨을 통한 LED 발명은 엄청난 발견이다. 이를 통해 일본인 나카무라 슈지는 엄청난 돈을 번것만이 아니라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았다. 평범한 연구원이 만들어낸 이 기적과 같은 일은 일본에서 자주 일어나는 신기한 현상이기도 하다. 그만큼 기초 과학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지 잘 보여준 사례 중 하나이기도 했다.

 

대형 수조에 스피커와 조명을 이용한 신기한 물방울 쇼는 철저하게 과학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물이 쏟아지는데 어느 순간 물방울이 정지하고, 역류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상식을 깨는 이 물의 흐름은 마치 마술과도 같았다.

 

마술과 같은 물의 흐름은 철저하게 과학으로 만들어낸 눈속임일 뿐이었다. 우리는 착시를 한다. 보이는 것이 곧 진실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얼마나 우리 시력이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분명히 봤지만 그게 진실이 아닌 왜곡이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직접 본 것들에 대한 확신은 사라질 수밖에는 없게 된다.

 

스피커를 통해 흔들림과 뒤 조명을 이용한 착시는 마치 마법과 같은 상황들을 연출하게 했다. 정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1분에 60번 깜빡이는 조명을 이용한 착시는 모두를 현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마술과 과학은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다. 이런 차이를 흥미롭게 이끌어 과학적 호기심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도 이 프로그램은 흥미롭다.

 

<트릭 앤 트루-사라진 스푼>이 정규 편성되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정보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이렇게 명확하게 잡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마술이라는 절대 강자와 과학이라는 힘겨워하는 둘이 만나 상승효과를 만들어낸다면 당연히 정규 편성으로 이어지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과학은 언제나 중요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순수과학에 대한 집중 투자로 인해 그들은 과학 강국으로서 입지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일본이 정말 강한 이유는 이런 순수과학을 통해 배출되는 수많은 인재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과학은 여전히 홀대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과학을 천대시하는 분위기는 결국 과학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술직은 천한 직업이고 펜을 잡는 직업은 귀한 직업이라는 과거의 풍습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과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이 프로그램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과학을 마술과 접목해 효과적으로 풀어내며 호기심을 자극하게 하는 것은 과학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갑다. 그저 어렵다고만 여겨왔던 과학이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트릭 앤 트루-사라진 스푼>은 충분히 값어치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그렇고 그런 추석 특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파일럿 중 이 프로그램이 단연 돋보이는 것은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차이에서 갈렸다.

 

흔해서 이제는 사라져버린 마술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와 유사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과학과 접목을 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전 세계 유일한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 이런 시도가 이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반갑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그 경계를 허물어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제작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올 추석 가장 돋보인 파일럿인 <트릭 앤 트루-사라진 스푼>이 보다 알찬 준비를 통해 정규 편성되기를 바란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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