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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삼시세끼 어촌편2-해산물 뷔페와 아듀 만재도,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성찰을 주다

by 자이미 2015.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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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도에서 삼시세끼를 해먹던 그들의 이야기도 이제 끝났다. 정선을 시작해 만재도로 이어진 그들의 삼시세끼는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는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대인들에게 정선과 만재도의 삼시세끼는 휴식과 함께 성찰을 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아듀 만재도;

억지스럽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삼시세끼의 정신, 그들은 다시 돌아온다

 

 

 

만재도의 마지막 손님인 윤계상은 해진에 의해 손님이 아닌 가족이 된 상황에서 그들의 마지막 식사는 화려한 해산물 뷔페로 이어졌다. 말도 안 되는 제안에도 뷔페다운 상차림을 만들어낸 차줌마 차승원과 그게 가능하게 해주었던 참바다 유해진의 대어 낚시, 그리고 손호준과 윤계상의 바지런함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바다낚시에 익숙해진 참바다는 이번에는 계상과 함께 바다로 향했다. 여러 번 낚시에 성공한 해진을 믿고 '생선까스'를 준비하는 차줌마와 프로 노동 출연자인 손호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유해진이 시즌1 부터 가보고 싶었던 장소인 '고랫여'는 바다 한 가운데 썰물 때만 잠시 모습을 보이는 바위였다.

 

지난 시간에 호준이 내려 홍합을 따던 그곳에 내린 해진은 열심히 낚시를 드리우고 바닥에 있는 홍합을 따기 위해 파도가 어깨를 쳐도, 손바닥이 까져도 열심인 계상의 모습은 정겨웠다. 옆에서 낚시를 하던 해진의 낚시 스승이 그토록 잡고 싶었던 참돔을 낚으며 해진도 잡지 않나 하는 기대를 했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진다. 그렇게 빈손으로 집으로 들어서야 하는 해진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파도가 들이치며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여운이 남는 해진에게 빈손은 무거운 마음이었다. 정말 가장의 모습처럼 집에서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물고기 한 마리라도 어떻게든 가져가고 싶어 하는 해진의 이런 마음을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런 유해진의 책임감 같은 마음이 우리네 아버지들의 마음이니 말이다.

 

뭐라도 한 마리 잡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생선까스' 준비를 하던 차줌마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번쩍이는 아줌마의 기지는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가장의 무게감을 누구보다 강하게 느끼는 해진을 다독이면서도 가족들이 굶지 않도록 방향을 바꿔 일사천리로 요리를 해서 푸짐한 점심을 먹이는 차줌마의 모습은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집안에서 가정일 만 한다고 하지만 그 가정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체험하지 못하면 평생 모른다. 단순히 밥하고 청소하는 정도의 일이 아니라 가정. 곧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아버지보다 못할 것 없는 존재라는 말이다. 자식을 키우고 남편의 고단함을 채워주고 언제나 바지런하게 움직이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마법사 같은 우리네 엄마들의 그 모습이 차승원을 통해 발현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생선이 없는 상황에서 차줌마는 카레와 함께 계상이 따온 홍합을 손질해 '홍합 튀김'은 모두에게 만족스러웠다. 갑작스럽게 방향이 바뀌기는 했지만 만재도에서 맛보는 카레는 특별했고 '고랫여'에서 막 깨온 홍합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튀긴 요리는 만재도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최고의 만찬이었다.

 

점심을 먹자마자 곧바로 바닷가로 향하는 참바다는 그런 사람이다. 의도적으로 나눈 것은 아니지만 남편과 부인이라는 역할 분담을 하면서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는 해진은 맛을 느끼기 보다는 해치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먹고 바닷가로 향하기 바빴다.

 

그런 해진의 마음이 통했는지 갯바위에서 드리운 낚시대에는 연신 거대한 노래미가 함께 올라왔다. 비록 돔을 잡지는 못했지만 거대한 노래미에 반색하는 해진의 모습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47cm에 달하는 거대 노래미를 잡고서는 앞서 잡은 큰 노래미들을 모두 놔주는 해진은 참 대단하다. 물론 뒤에 열기 두 마리로 식구들의 저녁을 책임지게 되었지만 욕심 없는 해진의 모습에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 역시 <삼시세끼 어촌편2>가 보여주는 진짜 가치였다.

 

점심을 먹자마자 바다로 나간 해진을 위한 승원의 마음도 참 보기 좋았다. 실제 부부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동료이자 친구로서 응원문을 만들어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는 차승원은 정말 좋은 엄마이자 부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해진을 위해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한 승원은 한껏 웃으며 들어온 해진에게 행복을 전해준다.

 

 

누구 보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잘 아는 해진의 한없이 해맑은 웃음 속에는 왜 많은 시청자들이 그들의 하루 세끼 챙겨 먹는 모습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어디에 있거나 어떤 위치에 있거나 인간은 먹어야 산다. 그 먹는 것이 어떤 것이냐가 중요하기보다 먹는 행위 자체가 인간에게는 본능이다. 그런 본능을 위해 인간은 일을 한다. 먹기 위해 산다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기본으로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다.

 

살기 위해 먹는 우리는 일을 해야 하고 그 노동을 통해 얻은 것으로 우리는 매일 죽지 않기 위해 열심히 먹고 다시 일을 한다. 우리네 인생의 거의 대부분은 이런 반복적인 행동의 연속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우리네 인생에서 <삼시세끼>는 일탈을 선사했다.

 

그곳이 정선이든, 만재도이던 상관없다. 일상에서 벗어나 오직 그곳에서 나는 식재료를 가지고 하루 세끼를 해먹는 단순함 속에 우리네 인생 모두가 존재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차줌마와 참바다의 역할극은 이런 상징성을 더욱 강조했다. 

 

40대 중반의 이 남성들이 보여주는 역할극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해준다. 지친 일상에 대한 휴식과 같은 방송이지만 단순히 쉬는 행위가 아닌 그런 휴식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삼시세끼 시리즈>는 대단할 수밖에 없다. 

 

 

나 피디가 마지막으로 제안한 말도 안 되는 해산물 뷔페마저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그들은 정말 마법사 같다. 차줌마는 열심이 요리를 만들고 호준과 계상은 보조로서 준비에 동참한다. 그리고 해진은 그들이 만든 요리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놓일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들어낸다. 

 

짧은 시간에 그럴 듯한 테이블을 만들고 커튼을 식탁보로 대신한 유해진의 감각은 탁월했다. 그리고 텃밭에 나 있던 야생화를 테이블에 올리고 굴러다니던 돌까지 올려 분위기를 낸 유재신의 마지막 한 수는 'Adieu'였다. 만재도에서 마지막 한 끼. 마지막이라 무모해 보이는 거대한 도전을 장식하는 테이블에 붙여진 '안녕'이라는 문구는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유해진은 손재주가 좋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잘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런 그의 재기어림은 '밥 하는 중'과 '쉼'이라는 푯말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 방송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함께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고 했는데 그 모든 것을 유해진은 두 가지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딱 두 가지다. 쉬거나 일하거나. 그런 일에는 결과적으로 살기 위해서 먹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런 단순화된 두 가지 패턴의 인간상을 작은 만재도 집에서 구현하는 이들의 모습은 유해진의 이 푯말을 통해 정의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만찬을 위해 만든 '안녕 Adieu'에는 그 모든 것의 끝을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했다. 

 

말도 안 되는 피디의 제안을 멋지게 완성해 행복한 마지막 만찬을 즐긴 그들은 그렇게 정든 만재도를 떠났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은 서울 모처에서 만나 만재도의 삶을 이야기하며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제 만재도에서의 행복했던 삼시세끼는 끝났지만 그들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다가와 함께 식사를 하자고 권할 것이다. 그렇게 권하는 식사 자리가 지금보다는 덜 간절했으면 좋겠다. 현실이 힘들수록 그들에 대한 갈증이 심해진다는 점에서 조금은 더 덤덤하게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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