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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서울을 벗어나면 사람답게 살 수 있다

by 자이미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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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벗어나면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천만 서울 시대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돈 벌기 위해 서울에 모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매머드 도시가 된 서울. 당연하게 사람들이 모이면 공간이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일거리가 많다는 것은 중요하다. 일을 할 수 없다면 그 자체로 모든 것은 멈추게 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을 떠날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의 고민은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서울을 벗어나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할지 모르는 이는 없다.

조금 여유가 있는 이들은 서울 근교로 탈출을 시도한다. 직장과 최소한의 시간이 걸리는 주거지를 찾아 서울 탈출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가진자들이 누리는 행복일 뿐 서울이라는 괴물 같은 공간에 갇힌 수많은 이들은 영혼까지 팔며 그 공간을 채우고 살아가고 있다.

 

가평, 세종, 강릉에 살고 있는 세 가족들의 이야기 역시 어찌보면 아무나 할 수 없는 '호사'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가평의 별장 같은 거대한 공간과 세종의 스마트 주거지, 강릉에서 건물주가 된 30대 부부 등 이들의 이야기가 자칫 가진 자들의 집 자랑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들여보다면 서울만 벗어난다면 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다. 강남에서 전세를 살 정도면 벗어나면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가평 집은 알려주고 있다. 나윤선, 인재진 부부의 집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럭셔리해 보였다.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인 나윤선의 집이 첫 방문지였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재즈 공연 기획자인 남편과 함께 은행빚과 함께 시작한 가평집은 부부의 로망을 실현시킨 집이었다. 은행의 지분이 대부분이지만, 평생 살 집을 짓고 갚아가며 사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은행이 가진 집에서 세들어 사는 것보다 가평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면 그 역시 선택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200평이나 되는 곳을 서울에서 즐길 수는 없다. 자연과 함께 하며, 집안에 녹음이 가능한 공간과 작은 공연장까지 가진 곳은 로망일 수밖에 없다.

 

오가는데 5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도 세종에서 사는 부부의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대기업을 다니는 남편과 4급 공무원인 아내. 아내와 세 아이를 위해 5시간을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남편의 희생이 없으면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주말 부부로 살아가며 아이들의 성장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과감한 선택을 한 남편으로 인해 가족을 위해 최고의 집을 가질 수 있었다. 완벽하게 이들 가족을 위한 공간을 짓고 추억을 쌓아가는 이들 가족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는 이들도 많았을 듯하다.

 

서울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게 일정 부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하루 다섯 시간을 거리에 소비해서라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집을 원한 이들 부부의 선택은 시청자들에게도 선택의 몫일 것이다. 

 

전세를 살던 부부는 강릉에서 건물주가 되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돈이 많으면 뭐든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격을 들어보면 왜 서울을 벗어나야 하는지 잘 드러난다. 오래된 4층 건물을 사는데 든 비용은 세금 포함해 4억이었다.

 

은행 대출을 하기는 했지만, 서울에서는 꿈꿀 수도 없는 로망을 실현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절대 가치일 수밖에 없다. 과감하게 다니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세 비용과 은행 대출로 강릉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들 부부는 행복해 보였다.

 

북적거리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매력적이라 반지하에 살아도 행복하다고 믿고 있는 이들은 많다. 그리고 출퇴근을 위해 서울을 고수하는 이들도 많다. 여러 이유로 서울이라는 도시에 묶여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그렇게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서울'이라는 공간을 스스로 노예이기를 선택했다.

모든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자신의 수많은 가치를 포기하고 도시를 선택하든, 도시를 버리고 자신의 것들을 더 챙기든 그건 결국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강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는 강요를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난 삶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온다. <구해줘 홈즈>와는 전혀 다른 포맷으로 멋진 집들을 찾아 집들이를 하는 형식을 취하며 서울을 벗어난 삶에 대해 탐구해 본다는 점에서 철학적이기도 하다.

 

여전히 부동산 투기로 얼마나 돈을 버는지를 이야기하는 예능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시도는 반갑게 다가온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의식주 중 무엇 하나라도 떼어놓을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집 구경에 대한 본능적인 갈구는 이런 방송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집을 단순하게 구경하는 수준을 넘어 서울을 벗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들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시선들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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