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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서울집과 판타집, 닮았지만 다른 집 이야기

by 자이미 2021.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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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집을 다룬 예능이 방송되고 있다.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이하 서울집)'과 <나의 판타집(이하 판타집)>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방송되고 있다. 정규 편성되어 뒤늦게 자리를 잡은 <판타집>이 도발적으로 같은 날 방송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앞서 집을 앞세운 예능은 MBC의 <구해줘 홈즈>가 존재했다. 신청자를 대신해 발품팔이를 해서 집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공인중계인을 대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을 예능적으로 풀어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먹방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집에 대한 소재 역시 당연히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먹는 것만큼이나 친숙한 곳이 바로 집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의식주와 관련된 예능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판타집>이 파일럿으로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실제 이런 집이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집을 소개하고 직접 그곳에서 거주해보는 방식이 무척이나 좋았다. <구해줘 홈즈>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전문가인 유현준 교수가 직접 출연해 집의 가치를 언급하는 과정이 <판타집>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건축 전문가인 유 교수가 연예인들이 상상하는 집에 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서울집>은 <판타집>이 방송된 후 편성되었다. 후발주자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준비 과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누가 더 먼저 이런 고민을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구해줘 홈즈>와 변별성을 가지겠다는 확고한 의지는 분명한 두 프로그램이었다.

 

서울 집중을 타파하기 위한 하나의 캠페인과 같은 형식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집값. 투기꾼들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서울을 벗어나면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는 점에서도 반갑게 다가온다.

 

서울을 벗어난 다양한 지역의 멋진 집들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멋진 집만이 아니라 테마를 갖춘 다양한 집들이 소개되는 방식이다. 서울에서는 전세로 살기도 어려운 가격으로 지역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서울집>은 분명 매력적이다.

 

13일 방송된 대구의 큐브집이나, 공주의 직접 지은 집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건축가 아들이 부모를 위해 무려 4년이 걸린 그 집은 하나의 작품과 같은 집이었다. 크지 않은 규모에 다양한 형태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토피가 심한 아이들을 위해 과감하게 서울을 버리고 연고지도 없는 공주로 내려가 집주인이 직접 8개월 동안 지은 집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이들 방에는 편백나무로 벽을 만들고 사는 이들 가족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거짓말처럼 아이들은 그 집으로 이사 온 후 아토피가 사라졌다고 하니, 탈서울에 대한 의미는 명확해 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부모님을 위해 맞춤형 집을 지은 아들과 아이들을 위해 서울을 포기한 부모의 이야기는 그렇게 집에 녹아들어 가 있었다.

 

<판타집>은 KCM과 초롱과 보미의 로망을 담은 집을 2주 동안 방송으로 담았다. 낚시를 좋아하는 KCM의 로망을 완벽하게 갖춘 바다 바로 앞 집과 현대적인 거주 공간을 선호하는 초롱과 황토집을 선호하는 보미의 로망을 충족해주는 집은 상상 이상이었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듯한 이들 집은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바다 바로 앞에 집이 존재하고, 자신의 마당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낚시광들에게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말이다. 초롱과 보미가 찾은 집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말 그대로 그들이 원하는 두 공간이 한집에 존재했다. 현대적인 외모를 가진 모던한 집 한쪽에는 황토로 지어진 공간이 존재했다. 규모로 보면 당연히 현대적인 집이 압도하지만, 그 안에 안겨있듯 자리하고 있는 황토방은 멋스럽게 다가왔다. 

 

<서울집>의 약점이었던 전문가는 <판타집>이 정규 편성되기 직전 전열을 가다듬었다. 출연진들이 각자 집을 찾아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스튜디오에서 모여 전문가와 함께 자신들이 다녀온 집을 함께 공유하고, 전문가의 시선까지 담아내며 약점을 강화했다.

<판타집>은 자신이 살고 싶은 로망을 담은 연예인들의 소망을 체험하도록 해준다. 실제 그런 집을 찾아낸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다가오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팀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상하지는 않다. <판타집>의 큰 장점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단기간이지만 실제 거주해본다는 것이다.

 

거액을 들여 구하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절대 우선 살아보고 선택할 수는 없다. 그저 쫓기듯 들어가 집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는 점은 불합리하다. 실제 유럽 몇몇 나라는 직접 살아보고 선택하는 실험적 방식을 취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판타집>이 가지는 장점은 명확하다.

 

유현준 교수가 해당 집들의 가치와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들은 분명한 장점이다. 다만, 출연하는 연예인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는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더욱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맞춤형 집을 언제까지 찾아줄 수 있을지도 불안 요소로 다가온다. 

 

정규 편성이 되어 첫 방송된 <판타집>은 현재까지는 파일럿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판타집>은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이는 느낌도 든다. <서울집>은 약점이었던 전문가가 참여하며 약점을 보안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건강한 경쟁은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밖에 없다. 후발주자들이 부동산업자 방식을 탈피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하우스 예능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집 삼국지'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반갑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각자의 장점들을 내세우며 경쟁하는 이 예능들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집의 가치를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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