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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세월호 침몰에 대처하는 MBC와 JTBC 사이에는 손석희가 있었다

by 자이미 2014.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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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난에 대처하는 방송의 역할은 이번에도 다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슬퍼하는 상황에서 도를 넘는 방송으로 비난을 받는가 하면, 누구보다 현명한 방식으로 찬사를 받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재난 방송에 대해 다른 방송들과 달리, MBC와 JTBC는 논란과 찬사를 나누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재난사고에 대처하는 방송의 역할;

MBC의 보험금 보도와 JTBC의 인터뷰 중 자막 빼라는 지시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무엇일까? 충격적인 재난 사고로 인해 대한민국은 충격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방송들은 모두 재난사고에 대한 방송을 하고 있고, 많은 이들은 실종된 이들이 살아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총체적 인재가 만든 끔찍한 사고에 선장과 주요 승조원들은 배속에 있는 3백 명이 넘는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치기에 급급했습니다. 이 지독한 사고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고이기도 했습니다. 속속 들리는 진실 속에는 사고가 없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에서도 국가적 재난에 동참하기 위해 과도한 응원은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한국프로야구의 상징이 되기도 한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없는 야구장은 이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국가적 재난에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화려한 응원전 없는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롯데와 삼성은 홈경기를 치르며 이런 지침도 무시한 채 과도한 응원으로 비난을 받았습니다.

 

삼성의 응원단장은 호각을 불어가며 큰 율동으로 응원을 유도하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마저 우습게 만든 이는 롯데 응원 단장이었습니다. 모든 구단들이 동참했던 무응원 경기를 우습게 만든 앰프까지 동원한 롯데의 응원은 비난을 받아 마땅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뱃놀이' 응원까지 겸한 그들은 현재 진주 여객선 침몰 사건이 얼마나 충격적인 사건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아무리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라고 해도 지금 상황이 어떤지를 모르는 그들에게는 여전히 실종되어 있는 300여 명의 학생들은 의미 없는 존재였나 봅니다.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무책임한 행동에 이어 MBC는 여전히 실종자 찾기에 여념이 없던 상황에서 보험금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1인당 보험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인포그램까지 만들어 보도하던 그들의 모습 속에는 실종자들은 이미 얼마짜리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사망자로 인식될 뿐이었습니다. MBC와 함께 여러 언론들은 보험금을 따지는 보도를 무차별적으로 내보내는 현실은 끔찍했습니다.

 

"상해사망 1억 원, 상해치료비 500만원 통원 치료비 15만 원, 휴대폰 분실 20만 원"

"1인당 사망 1억 원, 상해입원치료 500만 원, 상해외래 15만 원, 상해처방 10만 원, 배상책임보험 500만 원까지 보상한다. 한 사람당 최고 3억5000만 원, 총 1억 달러 한도로 배상할 수 있도록 한국해운조합의 해운공제회에 가입돼 있다"


언론에 도배된 보험 관련 기사에는 참사를 당한 학생들과 피해자에 대한 고민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인간의 생명을 돈으로 규정되는 이 한심한 세상에 대한 아찔한 모습은 모두를 처참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여전히 그 차가운 바다 어딘가에 있을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이들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사망자로 규정하고 일일이 돈으로 그 가치를 따지고 있는 모습은 경악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들이 이런 상황에 보험금과 관련된 보도를 한 것은 그만큼 이 기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해외 언론들은 사고 후 변하는 바다물의 온도와 조수 간만의 차이가 주는 영향 등을 분석해 보도하는 모습과는 너무 큰 차이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와 상관없이 외신들이 적극적으로 사고에 대해 보인 언론의 역할은 우리의 현실과 비교가 되면서 씁쓸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JTBC는 앵커의 질문 하나가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겨우 탈출한 여학생에게 친구가 숨졌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앵커의 잘못된 질눔은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지에서 살아온 어린 학생에게 친구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언론은 황당함을 넘어 잔인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JTBC에는 손석희라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논란을 대처하고 재난사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답안을 그는 진행과정에서 완벽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가식이 아닌 진정성이 묻어나는 그의 모습은 후배 앵커의 잘못마저 상쇄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진심을 담은 사과와 인터뷰 과정에서 가식이 아닌 진심이 그대로 묻어나는 10초의 침묵은 많은 이들에게 뭉클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손석희는 어제 방송에서도 실종자 가족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사망자 소식에 급하게 자막을 넣지 말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언젠가는 알 수밖에 없는 일이겠지만, 최소한 가족과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 사망 확인 보도를 통해 오열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충격적인 상황이나 자극적인 감동을 위해서는 가족 인터뷰 중 사망 사고를 보고 오열하는 장면인 최고였을 것입니다.

 

가장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 좋은 상황에서도 손석희는 과감하게 자막을 넣지 말라는 말로 재난사고에 대한 방송인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시청률에 목을 매고 돈이 최고의 세상이지만, 그는 과감하게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견지해냈습니다. 이런 손석희의 모습은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방송인의 자세였을 것입니다.

 

 

MBC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후 그는 JTBC를 선택했습니다. 종편을 선택했다는 것으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나마 그는 JTBC의 정의라는 단 하나의 단어를 만들어낸 유일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MBC 기자 앵커들이 '뉴스타파'등 대안 언론으로 향해 진정한 언론인으로서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각자의 가치관과 생각이 다르다는 점에서 모두가 대안언론을 택해야만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손석희의 선택 역시 제 3자가 함부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분명한 것은 종편이 자신의 본색마저 바꿀 수는 없다는 점에서 손석희 역시 그저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험은 도사리고 있습니다.

 

진도에서 침몰한 세월호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른들의 탐욕과 무능은 이제 17살이 된 어린 학생들이 최악의 재난 사고의 주인공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을 버리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한 선장이나, 엉망이 되어버린 국가재난 시스템의 붕괴 역시 이번 사건을 더욱 침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MBC에는 없고, JTBC에는 존재하는 손석희는 황망하고 저렴해진 언론 속에서 손석희라는 존재는 분명 특별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언론인으로서 자세는 이번 재난 보도에서 더욱 큰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사망선고를 받은 대한민국 언론에 손석희라는 인물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들이기도 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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