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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스물다섯 스물하나 12화-밀레니엄 키스보다 더 짜릿했던 승완의 자퇴

by 자이미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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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과 예지를 통해 청춘이기에 가능한 도전을 다룬 이번 이야기는 어쩌면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 회차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성장기에 어떤 경험들을 하느냐는 한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결정은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구부러지지 않아 부러져버린 이들의 신념이 자칫 절대 일어서지 못할 상처로 남겨지기도 하지만, 청춘이 아니라면 이런 부러지는 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단한 경험치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멈출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풀린 후 한껏 친해진 모녀는 희도의 대학과 실업 사이의 갈등으로 다시 냉전시대를 가지게 되었다. 유림이와 같이 실업팀에 가고자 하는 희도에게 영원히 펜싱할거냐며 대학을 나와야 교수라도 할거 아니냐 타박하는 엄마와는 다시 평행선이다.

 

2학년인 예지는 양 코치에게 펜싱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불호령으로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이는 펜싱부 내부에서도 화두가 되었다. 자기 인생 자신이 선택하겠다는 예지와 나약해서 운동 그만두려 한다며 다그치는 코치 사이도 평행선이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도록 돕는 것도 코치 몫이라는 말에 희도는 포기도 도전이라 했다. 그렇다면 근성은 미련이냐는 코치의 말에 이 역시 답을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모두가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코치 입장에서 그만두겠다는 선수가 정말 심사숙고했는지, 포기하는 것인지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예지의 선택을 지지하기 위해 희도와 유림은 훈련 불참을 선언했다. 고참 선수이자 국가대표가 항명한 상황에서 코치의 선택은 예지가 전국대회 8강에 들며 펜싱 그만두는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다. 할 수 있는 한 노력해 보라는 코치의 요구였다.

 

모든 성장에는 통증이 존재한다. 이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이들과 이겨내고 성장하는 이들이 있다. 희도의 경우 그 성장통을 이겨내고 계단을 올라 성공하고 있었고, 예지는 그 계단을 못 찾고 힘겨워한다고 코치는 봤다.

 

이 과정에서 희도는 중요한 발언을 했다. 자신은 펜싱을 잘해서가 아니라 좋아서지만, 예지는 더는 펜싱이 재밌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둬야 한다는 논리였다.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스스로 애정을 가질 수 없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펜싱을 그만두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 예지의 모습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코치는 이런 상황을 통해 예지가 한 단계 올라서고 펜싱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듯하다. 희도와 유림까지 나서 가르치며 전국대회에서 예지는 승승장구했다.

 

운명의 16강전에서 힘겹게 상대를 제압하고 포효하는 예지는 행복했다. 이 상황에서 예지의 선택이 감동이었다. 자신보다 더 간절한 이들이 있다며 다음 경기는 포기하겠다고 했다. 8강이라는 목표가 자신의 마지막이라는 예지의 말에 코치는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얻어냈는지 기억해라"라며 응원했다.

 

현재 하는 일을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선택하는 것 역시 쉬운 것이 아님을 코치는 보여줬다. 그리고 이를 위해 열심히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달려온 예지의 선택 역시 존중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제자를 떠나보내며 울지 말라며 뒤돌아 눈물 훔치는 코치 역시 진정한 스승이었다. 

 

승완은 학내 체벌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했다. 학교 폭력이 결국 사회 폭력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벌 금지가 시행되었음에도 여전히 학교 폭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를 교권이라 강요하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행위가 정상일 수는 없다.

폭력을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환경이 정상일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결정적으로 승완을 분노하게 한 것은 지웅에 대한 학주의 폭력이었다. 입에서 피가 터질 정도로 주먹질을 하는 선생의 행동은 정상이 아니다. 이는 교육적 차원의 행동도 아니다. 그저 자신 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교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행사하는 것일 뿐이었다.

 

이 상황에 승완은 경찰을 불렀다. 넘어서는 안 되는 선들을 넘은 대가는 혹독했다. 출동한 형사는 폭력을 행사한 교사를 탓하지 않고, 말 듣지 않는 학생들이 문제라고 한다. 현장의 기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들도 맞고 컸는데, 그 정도 폭력에 항의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승완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며 자신 멋대로 기사를 쓰려는 기레기를 막은 것은 이진이었다. 기레기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존재하고 그 본질도 변하지 않는다. 학생 입장에서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에 맞서 승리할 수는 없다.

 

자신을 욕보인 승완에게 복수한다고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묻고 다니던 학주는 'DJ 완승의 해적방송'에 자신과 학교를 비난했다며 학칙을 언급하고 거래를 제안한다. 퇴학시킬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반성문을 쓰고 그걸 전교생들 앞에서 읽은 후 자신에게 사과하라는 요구였다.

 

폭력을 행사하고 이를 따진 학생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행태에 승완이 침묵할 인물은 아니었다. 그렇게 자퇴를 선언한 승완은 친구들에게 이를 알리자 지웅은 힘겨워했다. 자신 때문에 억울하게 승완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완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을 친구로 둔 것이 가장 큰 실수라는 지웅에게 그렇지 않다며 소중한 친구임을 확인시킨 승완이지만 엄마 앞에서는 아직 어린 학생이었다. 자퇴 외에는 답이 없냐는 엄마는 조용하지만 다정하게 세상 살기 위해서는 휘어지는 법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근데, 난 아직 안돼"라며 우는 딸을 안고 함께 울어주는 엄마는 딸을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다음날 한껏 멋을 내고 교무실을 찾은 승완 엄마는 들어서자마자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폭력 학교를 외치며, 폭력 교사가 저기 있다며 학주에게 다가가 시원하게 혼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승완은 자신이 엄마를 닮았음을 깨달았다.

 

자퇴서를 내놓으라며 지웅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학부모 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압박까지 가했다. 부당한 폭력에 맞서 자퇴하는 승완을 위해 반 친구들은 꽃다발과 롤링페이퍼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우는 친구들에게 반창회에 자신도 부르라는 말을 남기고 퇴장하는 승완은 멋졌다. 

닫힌 교문 앞에 선 승완과 예지는 서로를 도와 학교를 벗어나는 데 성공하고, 문을 잠그고 이들을 축하하려던 희도와 유림을 만났다.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케이크까지 준비한 이들의 우정은 그 시절이 아니면 불가능한 행동이기도 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친구와 후배를 위해 따뜻한 위로보다 응원을 보내는 희도와 유림의 모습은 아련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승완과 예지는 그 어려운 선택 끝에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갔을까? 그 용기 있는 이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었다면 세상은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대구에서 열리는 펜싱 대회 취재를 가는 이진은 프로야구 경기를 자청했다. 리포트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희도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리포팅으로 하다 노트북이 꺼지며 망했던 상황이 이번에는 비가 오는 야외에서 재현되었다.

 

하지만 이진도 성장 중이었다. 자신이 메모한 내용들을 모두 외워서 읽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보도를 마친 이진은 그렇게 기자로서 성장했다. 희도를 만나기 위해 묵고 있는 호텔로 온 이진은 불어 사용하는 프랑스인에 당황했다. 그런 상황을 정리한 것은 희도였다.

유창한 불어로 상황을 마무리한 희도를 바라보는 이진은 놀랐다. 맞춤법도 틀리는 희도가 불어를 할 거라 상상도 못 했으니 말이다. 식당에서 야구팬들이 술 취해 싸우는 상황에 개입한 희도를 말리며 빠져나오는 이진은 곤혹스럽기도 했다.

 

선수에게 화내는 희도의 욱하는 성격은 밖으로 나와서도 한참 이어졌다. 그런 희도를 위해 자신의 왼쪽 어깨를 모두 비에게 내준 이진은 진정한 희도의 어깨를 감싸고 호텔에 도착했다. 헤어지기 싫은 희도는 유림이 우유 사다 달라고 했다고 하고, 거짓말인걸 알면서도 함께 가자는 이진은 사랑 중이다.

 

비도 안 오는데 비 온다며 우산 쓰기를 강요하는 희도는 그 상황을 계속 즐기고 싶다. 그게 사랑이라는 것을 희도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희도에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진 말에 부담감도 경험이라며 선수는 시합을 뛰어야 성장한다고 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성장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는 희도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이진은 빨리 크는 거야. 아니면 이미 컸는데 내가 모르는 거냐 묻는다. 둘 다라는 희도에게 이진은 옆에서 오래 보고 싶다고 한다. 멋지게 크는 것을 말이다.

희도를 보내자 정 선수가 이진을 불렀다. 희도가 호기심에 잠깐 사귀었던 그가 이진을 찾아 자신이 희도와 헤어진 이유가 당신 때문이라고 한다. 희도는 실제 누군가 더 많이 생각해서 만날 수 없다고 이별을 선언했다. 그 대상이 이진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왜 희도 가지고 장난치냐는 정 선수에게 희도가 어떤 아이인데, 이런 장난에 넘어가냐며 "누가 이렇게 장난을 진지하게 쳐"라고 화낸다. 이는 정 선수가 이진이 정말 희도를 좋아하는지 보기 위한 자극이었다. "더 멋진 경험들만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 몰라도 돼, 내가 아니까"라는 말로 격하게 희도를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기둥 뒤에서 들은 희도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분명 두근거리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진의 이런 과도한 관심은 결국 희도에게 다른 선택을 하게 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희도 엄마와 코치가 경고했듯, 기자와 선수로서 만나서는 안 된다는 불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그들은 이진의 방에 모였다. 정말 멸망이 오는 것은 아닐까 묻는 아이들에게 "멸망 목격한 최초 인류"라며 장난치는 이진.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은 가족과 보내고 싶다고 일어서는 아이들과 달리, 희도는 엄마가 속보 때문에 집에 못 온다며 남았다.

 

단둘이 남은 희도와 이진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 미묘한 적막을 깨기 위해 새해맞이 방송을 튼 희도와 그런 희도에게 "세상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거 없어"라고 이진은 물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희도는 이진에게 첫 키스를 했다.

 

열아홉에 시작한 키스는 스무 살이 되어서 끝났다. 성인이 되는 희도는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사랑으로 이어질까? 여전히 굴곡들이 남겨져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사랑은 쉬워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의 성장은 나의 청춘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존재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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