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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신혼일기 1회-안재현과 구혜선 잔망스러움 극대화 한 나영석 사단의 힘

by 자이미 2017.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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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영석 사단의 힘은 이런 식의 예능에서 더욱 돋보인다. 특별할 것 없는 신혼 부부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은 <신혼일기>는 의외로 좋았다. 안재현과 구혜선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마저도 이 방송을 보면 그들을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결혼을 꿈꾸게 하는 예능;

강원도 인제 깊은 산 속 하얀 눈이 덮인 전망 좋은 집에서 신혼 7개월 차의 일상은 시작된다



신혼 7개월 차인 안재현과 구혜선의 일상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까? 두 사람이 유명한 스타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안티들도 많다. 이는 지독할 정도로 넘기 힘든 벽이기도 하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이유 없지만 싫어하는 것도 큰 이유 없다. 그 큰 이유 없음이 결국 좋아하기 힘들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려하기만 할 것 같은 두 남녀가 어떤 신혼 생활을 즐길지 궁금했다. 나영석 사단 역시 이들의 신혼이 궁금했던 듯하다. <신서유기>에 합류한 안재현은 엉뚱한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나영석 사단의 인연 활용기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도록 요구하고는 한다. 


이서진 활용법처럼 안재현 역시 동일한 형태로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함께 촬영을 하면서 본 안재현과 그를 통해 이야기를 듣게 된 구혜선과의 사랑과 신혼 이야기. 이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은 <신혼일기>로 이어졌다. 


구혜선이 살고 싶다는 산골 오두막 집. 도시남인 안재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구혜선의 제안이 난망스러운 상황에서 <신혼일기>는 좋은 기회였다. 구혜선의 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부터 신혼 살림을 할 인제의 한 시골 집에서 준비를 했다. 


땡감을 수확해 말리고, 호두도 수확하는 등 그들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일상 속에서 얻은 큰 가치들은 그들에게는 색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강아지와 고양이 세 마리씩 키우는 이들 부부는 여덟 식구가 작은 오두막으로 이사를 왔다. 짐을 나르고 함께 살 그 집의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할 것인지 고민하고 가구 배치를 다시 하는 그 과정조차도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신혼일기>의 장점일 것이다. 


산골 오두막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피아노. 그리고 여섯 마리의 강아지와 고양이와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은 그들에게는 행복 그 자체였을 듯하다. <삼시세끼>가 제작진들의 개입이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많은 미션들이 주어지고 이를 수행하면서 얻어지는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의 포인트였다. 


<신혼일기>는 제작진들의 관여가 거의 없다. 집안에는 설치된 카메라가 이들 부부의 일상을 담고 있다. 야외 장면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카메라가 개입을 하지만 그들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은 채 제작진들이 준비한 집에서 그들의 신혼은 물 흐르듯 이어진다.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더욱 개인적인 삶이 중요한 고양이들이 새로운 집에 들어서자마자 자신들의 영역을 명확하게 했다. 사교성이 좋고 함께 하는 것이 천성인 강아지들은 서로 어울려 있기를 좋아한다. 그렇게 자리를 잡은 그 집에서 이들 부부의 일상은 친구 같다. 


3살 연상연하 커플인 구혜선과 안재현의 일상은 일상적인 부부의 모습이면서도 다르다. 섬세한 안재현은 부엌을 사수하고 요리를 만든다. 의외로 털털한 구혜선은 요리는 맛은 있지만 기괴할 뿐이다. 대신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도맡아하는 그들은 알아서 서로의 역할들을 나누고 있었다. 


아직 살림이 서툰 이들 부부의 장보기는 엉성할 수밖에 없다.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이들의 허망한 첫 장보기는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아쉬움이 많은 토스트만으로도 금세 행복해지는 이들은 정말 부부였다. 


동물들을 사랑하는 구혜선이 키우던 강아지들은 오직 엄마의 말만 듣는다. 공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안재현을 서럽게 만든 감자의 모습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둘이 만나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햇살 좋은 날 배드민턴를 치는 이들은 그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처럼 그저 모든 것이 행복할 뿐이다. 


방귀를 이미 튼 아내와 달리, 여전히 그게 부끄러운 남편. 추위를 많이 타는 남편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군불을 피우는 아내의 사랑. 이들의 달달한 사랑은 말 그대로 결혼해보고 싶게 만든다. 물론 항상 행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 번 싸우면 오랜 시간 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다툼. 


배드민턴을 치며 사소한 것에도 웃는 이들의 부부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워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둘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바로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눈이 좋아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 산골로 간 그들의 <신혼일기>는 달콤 쌉싸름하다. 


부드러운 곶감 속에 단단한 호두를 넣어 말아서 먹는 '곶감 호두 말이'는 부부를 의미하는 음식이었다. 가을에 수확해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든 곶감과 호두의 만남은 낯선 둘이 만나 부부가 되어 가는 과정과 닮아 있으니 말이다.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감성을 담은 듯한 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다큐 같으면서도 흥미로운 영하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나영석 사단의 장점은 <신혼일기>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기존에 그들이 추구해왔던 예능의 확장판이라기보다는 진화한 형태의 이 <신혼일기>는 반갑다. 보다 세밀하고 섬세하지만 많은 것들을 내려놓은 이 예능은 나영석 사단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예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니 말이다. 구혜선과 안재현의 잔망스러움을 그대로 품고 있는 이 매력적인 예능은 그래서 더 반갑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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