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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싸인 12회-우리는 왜 박신양에게 열광하는가?

by 자이미 2011.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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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삶을 기치로 내건 들보에 목을 매 숨진 스승 정병도 원장. 그가 과거 20년 전 자신의 아버지 죽음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올곧았던 윤지훈을 뒤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부하 직원을 폭행하고 자신에 대항하는 이들을 독약으로 숨지게 한 재벌에게 무죄로 불릴 수 있는 자연사를 언급한 윤지훈은 변절자인가요?

윤지훈은 진짜 변심을 한 것일까?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일에 그 누구보다 뚜렷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윤지훈은 그 모든 것을 정병도에게서 배웠습니다. 현재의 국과수를 만든 산파이자 산증인이기도 했던 스승은 강직한 윤지훈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불의에 맞서 죽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에 그 누구보다 진솔했던 그가 해서는 안 되는 부정을 통해 진실을 왜곡했다는 사실은 윤지훈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입니다. 자신의 현재를 만들었던 스승이 거짓으로 만든 정의는 자신 자체를 부정하는 일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그대로 재현하고 실현하는 존재가 바로 윤지훈이고 이를 만든 이는 정병도였습니다. 그런 스승이 뿌리부터 흔드는 부정을 저지른 존재라는 사실은 현재 보여 지는 모든 것이 부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0년 전 부당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대항하던 임원들을 독약으로 죽였던 선대 사장과 부하 직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폭행하는 현재의 사장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부당한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불법 증여를 통해 사장 자리를 유지한 그에게 자료를 통해 100억 이라는 돈을 요구한 부하 직원들을 죽인 그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물려준 살해 수법을 더욱 악랄하게 적용하면서도 부끄러움이나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재벌의 모습은 많은 이들을 경악할 수밖에 없도록 하지요. 심증은 가는데 물증은 없고 독약을 사용한 것으로 보여 지지만 그 어떤 검사에서도 검출되지 않는 독약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윤지훈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독약의 정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이 알고 싶어 했던 '안티몬'이라는 약물을 극구 제지하며 말리던 정병도 원장의 모습이 겹치며 그는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의 정신적 지주인 정병도 원장을 부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심증만이 아닌 물증까지 확보해 재판에 회부된 재벌은 꼼짝없이 살인죄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윤지훈은 의외의 발언을 하게 됩니다. 고다경이 자신이 부검한 사체에서 검출된 안티몬이 치사량이라고 정 회장의 살인죄를 밝힌 것과는 달리 윤지훈은 자신이 부검한 사체에서 발견된 안티몬은 치사량이 아니고 그녀의 죽음은 자연사라고 이야기합니다.

당연하게 정 회장의 살인행각을 밝힐 수 있는 모든 증거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천하의 윤지훈이 모든 진실을 뒤집을 수 있는 증언을 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병도 원장이 유서로 작성된 편지가 뒤 늦게 윤지훈에게 전달되고 이 편지를 읽으며 오열했던 그가 정병도 원장의 과거와 국과수를 위해 거짓 증언을 했던 것일까요?

연속 드라마의 재미는 여기에 숨겨져 있지요. 12회 마지막까지만 보면 윤지훈은 그동안 자신이 쌓아왔던 그 모든 것을 부정하는 변절자일 뿐입니다. 그가 그토록 저주했던 이명한과 다를바 없이 국과수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법의학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작업량으로 과로로 숨진 동료를 보고 더 이상 국과수에 미련이 없다며 유학을 떠났던 그가 내세운 가치는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진실도 왜곡할 수 있다'였습니다. 권력을 얻어 국과수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면 과거의 잘못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만의 바람은 그저 바람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그를 가장 강력하게 막아서는 윤지훈을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정병도 원장의 과거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토록 의지하고 삶의 롤 모델로 삼아왔던 정 원장마저도 쓰러지는 국과수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강직했던 윤지훈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연속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은 반전이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멈춰진 상황 속에서 윤지훈은 진실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변절자의 모습으로 남겨져 있지만 그는 충분히 상황을 역전 시킬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체들은 고다경이 부검을 했지만 임신했던 여성의 사체는 윤지훈이 부검을 했습니다.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강직하게 죽은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그가 부모 같았던 정 원장의 죽음이 강렬하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들을 무너트릴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더욱 강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윤지훈이라는 존재입니다. 그가 그 어떤 두려운 상황에서도 잃어버릴 수 없었던 신념은 진실일 뿐입니다. 국과수의 미래나 정병도 원장의 명예 역시 그 진실 위에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음은 그 누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체와는 달리 자신이 부검했던 사체에서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은 임산부였다는 것이지요. 정 회장과의 면담에서 그는 분명하게 자신이 어떤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철저하게 몸무게와 식성까지 계산해 독의 양의 조절했다는 부분에 모든 답은 나와 있으니 말이지요.

정 회장을 협박했던 무리 중 하나이자 마지막 생존자가 죽은 연구원이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는 점 역시 정 회장이 실수를 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치사량에 못 미치는 양으로 그녀가 죽을 수밖에 없도록 유도를 했을지는 모르지만 문제의 '안티몬'이 직접적인 사인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정확한 지적이고 진실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윤지훈은 진실을 왜곡하고 정병도 원장의 실수와 잘못을 감싸기 위해 그녀의 죽음을 왜곡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검출된 '안티몬'이 직접 사인은 될 수 없지만 그녀를 죽을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 물질임은 분명하고 다른 사체들에서 공통적으로 검출된 직접적 사인인 '안티몬'과의 연계성을 인정해 정 회장이 연쇄 살인의 주인공임을 명확하게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가 찾고자 했던 진실은 자신이 영원한 스승으로 생각하는 정병도 원장의 실수를 감싸는 것이 아닙니다. 이로 인해 국과수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가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길만이 진정 국과수와 정병도 원장의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으로 세워진 정의는 쉽게 무너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 부정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부정을 저지르는 악순환이 거듭 될수록 그 몰락의 끝은 처참하고 되돌릴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윤지훈이 진실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과거를 청산해야지만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잘못을 현재의 안위를 위해 덮기에 급급하다면 미래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 미래역시 과거의 잘못을 덮어내기 위한 수단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련은 상황들은 우리 근대사와도 많이 닮아있습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지 못하고 그저 임기응변식으로 혹은 용인함으로서 현재의 부정도 부정이라 말할 수 없는 논리의 허점을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은 미래 역시 어둡기만 합니다. 이미 부정으로 세워진 사회에서 부정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부정을 정당화하고 그 부정이 정의를 누르고 있는 사회에서는 부정이 곧 정의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에서 아무리 그럴 듯한 이야기로 현실을 부정한다고 해도 부정이 정의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드라마 <싸인>에서 보여주고 있는 상황은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그들에게 윤지훈은 변절자가 아닌 가장 냉철하게 진실을 전달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윤지훈은 <싸인>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전달하는 전달자입니다. 그를 통해 <싸인>은 우리 시대의 가장 민감한 핵심을 건드리고 있을 뿐입니다. 과연 그들이 제시하고자 하는 답이 무엇인지는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진행과정을 봤을 때 윤지훈의 마지막 말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진실 알리기일 뿐임은 명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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