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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아는 와이프-지성 통해 여성작가가 전하는 젠더 미러링 드라마?

by 자이미 2018.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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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진부함과 젠더 감수성에 대한 언급이 빠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아는 와이프>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언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성과 한지민이라는 절대 강자를 앞세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내가 가지기는 싫고 남 주기는 실은 이기적인 남자의 편협한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편협한 시각이 만든 기묘한 풍경;

작가는 왜 지성에게 가혹한 시련을 안기고 있는 것일까?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은 현실로 다가왔다. 지하철에서 우연하게 만난 남자가 준 특별한 연도의 500원 동전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주었다. 상상만 했던 삶을 살게 된 남자는 행복할까? 남자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건 여자도 남자도 모른다.


차주혁은 서우진과 결혼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 지독하게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다. 과외를 하다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렇게 정인지 책임감인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결혼했다. 두 아이를 낳고 살아가지만 항상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은행원이기는 하지만 혼자 벌어 살기는 어렵다. 아내인 우진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따로 일을 해야만 했다. 독박 육아까지 책임지는 우진으로서는 삶 자체가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삶이 피폐해지면 부부는 싸운다.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삶을 현명하게 이겨내기 보다 피하려 하고, 그렇게 멀어진 관계는 회복 불능에 빠지고는 한다. 


히스테리만 늘어가는 아내가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한 남편 주혁은 현실 도피를 선택했다. 그렇게 주어진 기묘한 삶. 문제의 동전을 넣고 톨 게이트를 지나자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얻게 되었다. 첫사랑이었던 재벌가 외동딸 이혜원의 남편이 된 주혁은 우진과 살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삶과 마주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삶이다. 아름답기만 한 혜원은 마치 광고에서 보는 듯한 모습으로 매일 아침을 깨운다. 재벌 사위가 되자 은행에서 대우도 달라졌다. 그렇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던 주혁의 삶이 다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운명처럼 다가온 우진이었다. 


완벽해 보였던 주혁의 두 번째 삶은 아내였던 우진이 같은 은행에서 함께 하며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벽해 보이던 혜원과 삶에도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넘치는 돈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는 혜원의 이기적인 행동에 주혁은 불편해 했다. 


시부모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간만에 찾아온 시부모에게 대하는 행동에서 주혁은 실망했다. 그 차이가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시부모와 며느리의 갈등이라는 요소를 꺼내 들어 주혁의 변화를 언급하는 방식은 진부함을 넘어 천박해 보인다. 


여전히 고리타분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캐릭터 구축은 씁쓸하다. 주혁이 혜원을 막연한 동경의 모습에서 현실적인 모습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시점을 이것으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 관계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점은 분명하다.


시부모와 며느리 관계를 고루한 클리셰는 그나마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양희승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쉽지 않다. 다른 삶을 살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내를 제대로 확인하게 되고 진짜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식의 주제라고 포장하는 것도 문제다.


돌고 돌아 진정한 사랑은 결국 아는 와이프였던 우진이었다는 설정 자체가 기괴하니 말이다. 남자의 욕망과 로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첫사랑이었지만 상상만 했던 혜원과 결혼 생활을 하고 그것도 부족해 바뀌기 전 아내였던 우진의 새로운 모습에 반해 어쩔 줄 모르는 주혁의 행태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기이할 뿐이다. 

 

작가도 이 상황이 민망해서인지 각성하고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며 뒤늦게 반성하지만 이 역시 너무 늦었다. 처음부터 잘못 뀐 단추는 아무리 되돌리려 해도 처음처럼 될 수는 없다. 현실 그 자체였던 결혼 생활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우진의 본모습을 본 후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일깨웠다는 식의 이야기 전개는 최악이다. 


자신의 친구가 주혁이 바꾼 세상에서 미혼인 우진을 사랑하자 이를 방해하는 모습은 서글프기까지 했다. 더는 내 것이 아닌 그래도 남의 연인이 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그 욕망의 찌꺼기는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모든 여자는 자신의 것이란 욕망의 표출인가. 자신은 다른 여자와 살고 있으며 이제는 '아는 와이프'가 된 우진의 삶을 방해하는 것은 그저 탐욕일 뿐이다.


기묘한 공감 속에서 낯설지 않은 주혁에게 마음이 가는 우진. 그리고 치매에 걸린 우진의 어머니는 기억이 변하지 않았다. 주혁을 여전히 '차서방'이라 부르는 그녀의 행동이 결국 변화로 이끄는 이유가 된다. 새로운 사랑을 찾거나 이어가지 못하고 변해버린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우진이라는 캐릭터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진은 왜 그녀 만의 멋진 삶을 살지 못하고 홀로 남겨진 채 주혁을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을까? 재벌가 외동딸로 태어나 자신을 위해주는 머슴 같은 남편을 원하고 그렇게 착실한 주혁을 남편으로 장식한 채 자신의 삶을 사는 혜원이라는 캐릭터도 기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기적이고 시기심이 많으며, 그저 주어진 부에 취해 살아가는 한심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리고 자신의 배경과 돈을 보고 접근하는 어린 남자에게 혹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혜원이라는 존재는 최악일 수밖에 없다. 주체적인 삶을 살지도 못하고 그저 수동적으로 이용만 당하는 듯한 혜원이라는 캐릭터는 참 서글프다. 


<아는 와이프>는 철저하게 남자 중심의 사고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성 중심 사회의 가치를 자극적으로 표현할 뿐이다. 오만한 남자의 사고 체계를 그대로 답습하기만 하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남자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여념이 없는 이야기들 속에서 다시 돌아가 조강지처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남자의 운명에서 해피엔딩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젠더 감수성이 중요한 화두가 된 대한민국은 변화하고 있다. 여전히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힘겨워하는 것 역시 분명하다. 그럼에도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게 조금씩 진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전근대적인 드라마는 기괴할 수밖에 없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젠더 감수성을 미러링 하려 이렇게 극을 이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 사회 속 남성은 이런 속물들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럼에도 각 캐릭터들에 부여된 작가의 감수성은 단순한 미러링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작가는 왜 지성에게 이런 불편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왜 한지민이 중심에 선 삶을 그리려 하지 않았을까? 남성의 욕망을 충족해줄 수는 있지만 여성의 로망은 거부하는 행위는 무슨 의미인가? 지성의 삶이 바뀌었듯 한지민 역시 멋진 남자를 만나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을 그리는 것이 그나마 공평한 설정은 아니었을까? 그저 지성의 사랑을 갈구하는 듯한 캐릭터는 씁쓸하기만 하다. 


지성이 다시 돌아가 현실에 힘겨워하는 아내를 진정 사랑하고 그렇게 두 부부가 처음 사랑했을 때처럼 다시 행복한 부부가 된다는 식의 강요가 먹히는 시대는 아니다. 높은 시청률과 남성중심 사회를 보다 노골적으로 그리고 있는 <아는 와이프>는 우리 사회에 대한 미러링일까? 남성 중심의 시각적 폭력이 가득한 예쁜 로맨스 드라마의 허상을 지적하고 싶은 작가의 깊은 뜻인지도 모르겠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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