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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알쓸신잡 3회-커피 한 잔을 들고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의 도시를 가다

by 자이미 2017.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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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자들의 여행기는 여전히 흥겹다. 그들의 세 번째 여행지는 강릉이었다. 연인들이 많이 찾는 그곳에는 정동진이 있고,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동해 바다가 맞이하는 그곳에 대한 추억들은 다시 정립되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피노키오와 에디슨;

커피와 수제 맥주와 함께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이라는 위대한 여성을 맞이하다



두 번의 여행으로 이미 이들의 여행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보여준 잡학다식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싶은 하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얻어내야 할지 막막한 그 수많은 지식들이 쏟아져 나오는 방송을 찾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이 조합도 두 번의 여행으로 이미 서로에게 충실한 인물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최고의 존재인 그들이 모여 수많은 주제들을 연결해 이야기 하는 과정 자체가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에게 큰 도움이 안 되는 지식이라 할지 몰라도 그 많은 잡학다식은 '알쓸신잡'일지 몰라도 반갑다. 


강릉에 가는 차 안에서 맛집 검색을 하다 툭 튀어 나온 아폴로 11호 달 착륙이 사실이 아니라는 음모론으로 시작된 그들의 여행은 오늘도 풍성했다. 달 이면에 히틀러가 가서 지구침공을 준비한다는 유시민 작가의 발언은 영화 <아이언 스카이>를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3'은 왜 그럴까? 라는 말이 나오며 수많은 사연들이 나온다. 왜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국인들은 '3'을 좋아한다. 일본은 '5' 중국은 '9'를 좋아하는 것은 문화적 차이라는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정말 '알쓸신잡'일 수밖에 없었다. 


'3'으로 시작한 숫자 이야기는 정재승 교수의 '99.99 달러'로 귀결되었다. 왜 '100'이 아닌 '99.99'일까? 이는 과거 점원이 손님이 낸 '100'달러 지폐를 가지고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한다. 과거 점원은 주인과 손님 사이에서 돈을 주고 받는 역할을 했다. 점원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1센트 모자란 금액을 만든 것이 기원이라는 '99.99달러'의 미국 문화는 이제 하나의 상술이 되었다. 


신뢰에 대한 이야기는 교육 환경과 개혁의 가치로 이어진다. 이런 과정들이 모두 '알쓸신잡'을 상징하는 결정적인 가치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했다. 문학비평에 대한 이야기는 국내의 '주례사 비평'에 이어 독일의 귄터 그라스의 신작 '광야'에 대한 이야기까지 더해진다. 


독일의 문학 비평 과정에 이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에게도 신랄한 비평을 가하는 독일의 비평 문화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라는 독일 국민 문학 평론가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강릉에서 수제 맥주를 마시며 음식에 대한 독일의 '순수법'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순수한 본 원료만이 들어간 음식. 정말 특별하고 순수하지 않는가. 


수제 맥주를 마시며 음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분해 효소에 이어 강릉을 상징하는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전국에서 가장 맛있다는 강릉의 자판기 커피 이야기는 유시민 작가의 서울 종각역 근처 목욕탕이 있는 골목의 자판기까지 확장된다. 


이들이 느낀 자판기 커피의 맛은 환경이 만든 결과였다. 바다 내음과 그 모든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가 자판기 커피의 맛까지 키웠다. 유시민 작가가 그토록 칭찬했던 그 커피의 맛 역시 목욕 후 느낀 감동이었음을 깨닫는 과정도 흥미롭다. 환경에 지배를 받는 우리를 자판기 커피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국내에 커피숍이 많은 이유는 단순히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고유의 '툇마루 문화'라는 것이 존재했다. 과거 집집마다 툇마루가 존재했고, 동네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 다양한 이야기들을 했던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주거 형태 역시 아파트로 바뀌며 사라진 툇마루. 


이런 툇마루를 대신하는 것이 바로 커피숍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커피숍은 초단기 임대업이라는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속에서 자기 통제가 가능한 공간에 대한 선호도를 이야기하는 '커피 하우스 이펙트'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커피숍의 활용도는 우리에게 다시 그곳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피노키오 박물관'과 '에디슨 박물관'은 결국 거짓말에 대한 담론과 에디슨의 일생을 이야기하게 한다. 평생 수많은 거짓말을 하는 인간. 인간이 언어 구사 능력이 탁월해진 이유는 거짓말을 잘 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수많은 거짓말들을 하는 인간. 그 인간들은 그렇게 말하는 재주만 키웠다. 

인간에 대한 평가를 언급하며 상대가 나에게 진실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정재승 교수의 발언은 흥미롭다. 상대가 진실할 것이라는 강렬한 믿음이 결국 실망과 분노를 만들고는 한다. 모두가 다채로운 거짓말들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기대하는 상대만 진실하기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니 말이다. 거짓말이라는 인간 본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함을 생각하게 한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이 몸에 좋지는 않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뇌를 더욱 피곤하게 만드는 행위인 커피는 결국 우리 사회가 '굉장히 피로한 사회'라는 의미라는 설명은 씁쓸함으로 다가온다. 20%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뇌는 항상 힘들다. 조금 쉬고 싶은 뇌를 커피는 방해한다. 피곤하다는 사실을 속이고 계속 뇌를 움직이게 만드는 커피. 그럼에도 커피를 애용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은 피곤하다. 


알콜성 치매 1위라는 대한민국은 음주량이라는 측면에서는 1위부터 상위권을 모두 차지하는 러시아와 주변 국가들과는 다른 이유는 그들 나라의 평균 수명이 50세인 것과 달리, 7, 80세의 평균 수명인 대한민국은 자연스럽게 '알콜성 치매'에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과다한 음주는 블랙아웃을 만들고 이 상황은 해마를 자극해 결국 '알콜성 치매'로 이어지게 한다는 이야기의 흐름도 흥미롭다. 


초당 두부는 호를 '초당'으로 쓰는 허엽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허엽의 자식들인 허균과 허난설헌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허균은 '홍길동전'을 쓴 인물 아니던가? 당대 최고의 가문에서 태어난 허균이 한글 소설로 사회 전복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허균보다 더욱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 누이 허난설헌. 하지만 당시 여성은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20대 나이로 숨을 거둘 수밖에 없었던 천재 허난설헌. 시대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 천재는 여성이라는 이유 만으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었다. 


신사임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탁월한 존재감을 보인 신사임당 역시 허난설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 우리 나라만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이라는 곳들 역시 여성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신사임당을 만나러 갔지만 그곳에는 아들 율곡 이이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하다. 신사임담을 설명하는 글에는 '현모양처'라는 단어와 뛰어난 인물인 이이를 낳아 기른 어머니라는 설명만 가득하다. 신사임당 본인에 대한 가치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이이의 어머니라는 편견을 여전히 주입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마쉬멜로 실험을 통해 아이의 성장과 관련한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다. '자기조절과 억압'에 대한 이야기는 수많은 부모들이 고민하는 것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모두가 자신의 아이들은 천재이기를 바라지만 누구나 그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얼마나 자기 조절을 잘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는 억압이 아닌 자연스러움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독서는 습관이라기보다 쾌락이어야 한다는 정재승 교수. 그런 쾌락을 느껴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스의 히파티아라는 위대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지게 했다. 국내만이 아닌 유럽에서 뛰어난 여성은 시기의 대상이었다. 너무 뛰어나서 남성 위주 사회에서 마녀가 되어 죽어야 했던 역사. 

'모래시계' 고현정이 나오는 바다가 보이는 철길 앞 소나무가 '고현정 나무'에서 '모래시계 나무'로 변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재기까지 이어지는 이 남자들의 여행은 언제나 재비있다. 커피와 수제 맥주 하나를 앞에 두고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낸 그들의 <알쓸신잡>은 흥미롭고 유쾌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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