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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알쓸신잡 4회-경주 여행에서 고민해보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by 자이미 2017.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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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로 향하는 다섯 중년 남성들의 수다 여행은 오늘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마침 6.10 30주년 경주로 떠난 그들의 이야기는 당연하게 과거 민주항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광석에 대한 추억과 수학여행에 대한 그리움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현실적 고민으로 귀착되었다. 


가장 변하기 힘든 곳의 변화;

그리움 가득하게 한 김광석과 함께 한 기차 여행, 과거를 품은 경주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알쓸신잡'이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경주로 향했다. 다섯 명의 멤버가 처음으로 모두 모여 떠난 여행길은 조금은 들떠 보였다. 4번째 여행이다 보니 서로 조금은 친해져 보였다. 학생보다 더 방학을 기다리는 정 교수와 과거와 달리 교수의 방학은 더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기차에 올랐다. 


경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툭 던지듯 나누는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6.10 민주 항쟁 30주년 기념일에 하는 여행답게 기차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과거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민중 가요 이야기를 하다 김광석에 머문 그들은 실제 김광석 공연에서 연주를 했던 유희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대체 불가한 가수 김광석에 대한 이야기는 심수봉으로 옮겨진다. 유희열이 이야기하는 전설적인 가수는 목소리로 귀결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명한 가수들은 곡보다는 그들이 들려준 목소리로 기억되니 말이다. 유희열이 들려주는 과거 가창 심사 이야기 역시 그들이 아니면 들려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모자반 해장국을 먹으면서도 그들의 호기심 대잔치는 끝이 없다. 음식을 먹으며 왜 다른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지에 대한 고찰은 하지 않았지만 해볼 법한 고민이니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각자가 생각한 경주 여행을 시작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주. 태어나 10살 때까지 살았다는 유시민 작가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왔을 듯하다. 경주에 가득한 능과 총에 올라가 놀던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유 작가에게 고향에 대한 감회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수학여행의 성지였던 경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 역시 흥미롭다. 


광복 후 모든 권력을 가진 경상도였기 때문에 신라 정신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유 작가와 경부선으로 접근성이 좋았고, 모든 유적지가 모여 있어 관광하기 좋았기 때문이라는 김 작가의 말이 더해진다. 경상도 출신이 권력을 잡으며 모든 경제적 집중을 쏟아부어 모든 것들이 좋아졌기 때문에 유 작가와 김 작가의 말 모두가 맞다고 할 수 있다.  


문어와 교동법주로 한 상 차려진 저녁 식사는 풍성했다. 경주의 한옥에서 첫 1박2일 여행을 하게 된 이들은 문어의 맛에 크게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문어(文漁)라는 명칭이 사용된 어원을 추측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문어의 머리에 먹물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지어졌다는 설은 재미있다. 


실제 문어가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서양에서는 사람을 공격하는 괴물로 인식된다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결국 그 문어로 만찬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는 여행이 주는 풍성함과 여유, 그리고 약간의 흥분도 함께 하는 듯했다. 경주 최부자댁에서 만들어왔다는 교동법주와 함께 하는 문어 요리는 어쩌면 시청자들이 탐 내는 술자리였을 듯하다. 


박물관에 가득한 금 장식에 대한 관심은 그날 저녁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진다. 실크로드의 종점이 경주라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는 말로 신라 시대 금을 많이 사용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당나라 무역을 하러 왔던 이들이 뒤늦게 알게 된 신라까지 와 교역을 이어갔다고 한다. 


많은 아랍 사람들이 신라에 거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나온 이야기가 '처용'이야기였다. 처용은 외국 사람으로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 작가는 처용은 오만 사람이라고 오만 문화부장관이 직접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오만에는 실제 '신라'라는 섬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오키나와가 바로 홍길동이 세운 '율도국'이라는 이야기 역시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일본의 왕족들이 백제인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니 오키나와 사람들이 홍길동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크게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는 에밀레 종에 대한 관심으로 흘러간다. 


인신공양과 관련한 이야기와 함께 인류의 발전에 대해 확장되는 지점에 김 작가의 결론은 흥미롭게 한다. 정답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공감 능력은 이야기를 통해 확장된다는 그의 주장은 흥미로워진다.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도 그 모든 이야기들이 전달되며 인류가 달라져 왔다는 주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에밀레 종에 대한 이야기 역시 다양해질 수밖에 없었다. 능과 총의 차이는 주인을 알고 있느냐의 유무일 뿐이다. 능이 발견되어 주변 소나무들이 지켜질 수 있었다는 김영하 작가의 발언에 공감이 간다. 제멋대로 자라 더 자연스럽고 웅장하며 아름다운 그곳의 소나무들을 지켜준 능의 가치는 곧 경주의 존재가 의미이기도 하다. 


천마총과 첨성대, 김유신 장군의 이야기들이 나오는 과정에서 '상상'에 대한 어원 이야기는 <알쓸신잡>다운 재미였다. 정 교수가 이야기하는 '상상'이야기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인도 코끼리를 보고 온 중국인들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이들에게 코끼리 뼈를 가져와 증명한 것이 바로 '상상'이라는 이야기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몽상'과 '상상'의 차이를 설명한 정 교수의 재치 있는 입담은 반갑다. 


모든 '상상'에는 이를 구체화 시킬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코끼리 뼈를 보고 살을 붙이고 상상을 더해 완성했던 것처럼 어떤 상상에도 근거가 될 수 있는 뼈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은 '상상'에 대한 명확한 증명이기도 할 것이다. 능과 총 이야기를 하다 '미추왕릉'이 왜 모든 이들이 능을 알고 있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유 작가의 설명으로 정의되었다. 


다른 왕들과 달리 '미추 왕'은 농업을 장려했다고 한다. 민생에 관심을 가진 미추 왕은 그렇게 백성들에게 큰 의미로 남겨졌고, 다른 왕들의 능은 알지 못하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미추 왕'의 능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서 정치는 결국 국민이 행복해지게 하는 것임을 다시 깨닫게 한다.   


소는 민중의 가축, 말은 지배 계급의 가축이라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김유신 장군에 이른다. 장에 대한 이야기와 청국장의 어원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의 무한 루프는 흥미롭다. 두만강의 어원이 콩이 가득했다는 강이라는 사실도 신기함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경주에도 존재한다는 '황리단길' 여행을 한 유희열과 정재승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담론이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1년 전 평당 10만원 대였던 황리단길은 이제는 천 만원 대라고 한다. 이런 사실에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다. 이런 엄청난 부동산 가격 폭등은 그저 서울만의 일은 아니다. 서울에서 일상이 되어버린 '젠트리피케이션'은 이제 전국적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을 따라 지역마다 나름의 길들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조성된 공간은 자연스럽게 유명해지고 집값은 오른다. 그렇게 서울에서 경험한 젠트리피케이션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많은 정책들을 만들어 규제를 하려 해도 인간의 탐욕을 제어할 수는 없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국내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젠투리피케이션'은 중세가 끝나고 근대로 넘어올 때 만들어진 '젠트리'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젠투리 계급'에 대한 이야기는 국내에서는 갑작스러운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잘못을 조금 늦출 수는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은 아프게 다가온다. 인간의 탐욕을 제거한다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라는 서적을 통해 보다 근원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야기하는 유 자가의 설명도 흥미로웠다. 


맨해튼의 전문직들이 낙후된 지역을 바꿔가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과정을 연구한 학자의 말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곳에는 승자도 패자도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곳은 도심의 쇄락과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는 설명은 흥미롭다.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현상에 대한 고민을 보다 심층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 현상에 대해 보다 더 고찰하다 보면 나름의 해법들을 찾을 수도 있음은 명확하니 말이다. <알쓸신잡>은 이렇게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기 여행으로 채웠다. 시청자들이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지식 여행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이기도 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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