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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알쓸신잡2 1회-병산서원과 도산서원으로 우려보다 기대를 키운 시즌2

by 자이미 2017.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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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들의 지식 여행을 담은 <알쓸신잡>이 시즌 2를 시작했다. 여행을 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단순한 구조 속에 시청자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은 출연진들이 쏟아내는 엄청난 지식이다. 사피오 섹슈얼을 유행시키며 큰 화제를 모았던 시즌 1에 이어 본격적으로 시즌 2가 시작되었다. 


건축과 뇌과학;

안동 하회 마을에서 시작된 두 번째 시즌,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



기존 멤버였던 이영하 작가와 정재승 박사는 각자의 일로 인해 합류를 하지 못했다. 소설가인 김영하는 자신의 작품을 위해 칩거에 들어갔고, 정재승 박사는 방학이 끝나며 학교로 돌아갔다. 그들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은 건축가이자 교수인 유현준과 독일에서 뇌과학을 공부한 장동선 박사다. 


두 멤버가 바뀌었다는 것은 기존 열정적인 시청자들에게는 무척이나 심각한 이탈 요소가 될 수도 있었다. 시즌 1이 끝나갈 무렵 많은 시청자들은 이 멤버 그대로 시즌 2가 제작되기를 바란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행자 역할을 하는 유희열을 제외하면 기존 멤버 반이 바뀌었다. 위기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유현준과 장동선의 합류는 신의 한 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충분히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존재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둘은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낯선 이들은 아니다. 건축과 뇌과학 분야에서 최고라는 점에서 그들이 쏟아내는 지식의 세계는 다시 한 번 '사피오 섹슈얼'을 느끼게 해주니 말이다. 


시즌 2의 첫 여행지는 안동이었다. 선비의 마을로 알려진 그곳은 우리에게 익숙한 하회탈의 도시이기도 하다. 류승룡 선생을 배출한 그곳은 유시민에게도 특별한 공간이다. 친척들이 가득한 그곳에는 류성룡의 병산서원과 율곡 이이의 도산서원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할배'라는 호칭이 가장 특별하고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 역시 큰 재미였다.


공간이 가지는 힘과 역사, 그리고 건축이 보여주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다는 점에서 시즌 2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에서 끝날 수 없다. 그 안에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특징들이 모두 담겨져 있다. 말 그대로 건축물을 보면 그곳에 사는 사람과 시대와 문화까지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안동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언제나처럼 수다는 이어진다. 열시간 이상 수다를 할 수 있느냐는 유희열의 질문에 쑥스러워하며 아내가 제발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수다쟁이라는 장동선의 모습은 앞으로 그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뇌과학자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안동을 대표하는 음식은 일반적으로 '안동찜닭'이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아 더욱 기대를 높인 것은 '헛제사밥'이었다. 제사 음식을 상차림으로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신기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음식의 힘은 나름의 역사도 품고 있다. 


전쟁의 화마 속에서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제사밥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제사도 아닌데 음식을 팔기 어렵다는 고민에 나온 것이 '헛'이었다. 모든 음식에도 유례는 존재하고 그 안에 담고 있는 가치들 역시 특별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안동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첫 방송의 핵심은 안동에 존재하는 두 서원은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이었다. 류성룡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쳤던 병산서원은 말 그대로 안동의 자연을 그대로 품고 있는 멋진 풍광을 가진 공간이었다. 임금이 사는 궁궐과 비견될 정도로 거대함과 미학적 가치까지 담고 있는 병산서원. 그와 달리 율곡 이이가 지은 도산서원은 정 반대였다. 


양쪽 산 안쪽 좁은 공간에 지어야 하는 이 곳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건축의 진짜 힘이 나온다.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공간이 넓으면 시간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공간이 좁으면 시간이 크게 개입한다는 논리 말이다. 


'시간이 돈이고, 공간이 돈이다'라는 건터 니슈케의 논문 속에 등장하는 이 정의는 건축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광활한 공간을 가진 미국과 좁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넓은 공간은 고속도로 등을 통해 시간을 줄이려 노력하고, 좁은 공간은 굴곡진 길을 통해 시간을 길게 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의 차이는 이 공간이 주는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자연스럽게 도산서원을 이야기하며, 율곡이이와 기대승이 벌인 철학 논쟁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를 극대화했다. 이순신을 등용한 이가 바로 류성룡이었다는 이야기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었을 듯하다. 


올곧아 높은 자리에 오르기 어려웠던 이순신.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류성룡은 이순신을 등용 시켰고, 그 선택 하나가 풍전등화 같았던 조선을 지켜낸 결정적인 한 수가 되었다. 사람을 볼 줄 안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시민 작가가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이야기하는 류성룡의 '징비록'의 가치 역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하회가 무슨 뜻인지 몰랐던 이들은 그저 단순하게 환하게 웃고 있는 탈만 생각할지 모르겠다. 강을 품고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는 사실 하나만 방송을 통해 알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을 듯하다. '하회 탈 세계 박물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던 장동선에게는 탈이 주는 가치가 특별한 지적 호기심이었던 듯하다. 


탈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는 뇌과학자에게는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각 탈에는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동 소주에 담긴 역사적 의미, 한국 고유의 건축 미학으로 불리는 처마의 아름다움에 대한 비밀.


곡선을 갖춘 처마는 그저 미적 추구가 아닌 삶의 지혜였다. 일조량에 따라 달라지는 건축의 미학은 그래서 흥미롭다. 차경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민족성의 차이는 건축 자체를 다르게 만들게 한다. 수없이 많은 지식들의 쏟아지는 <알쓸신잡>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새롭게 가세한 출연진들 역시 충분히 기대를 충족할 수 있어 보인다. 건축과 뇌과학은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흠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유현준 교수의 정치적인 발언들에 대해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 중에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유 교수에 대해 비난을 벌써부터 하고 있다는 점은 <알쓸신잡2>의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방송 출연을 막는 것은 이명박근혜 시절이나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 역시 과도한 비난을 앞서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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