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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알쓸신잡2 3회-유시민이 진도를 꼭 가고 싶었던 이유가 감동이다

by 자이미 2017.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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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들이 지식 여행 <알쓸신잡2>의 이번 여행지는 목포였다. 근현대사 건축이 잘 보존되어 있는 목포와 진도 여행은 여전히 흥미로웠다. 건축이 주는 역사적 가치,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목포 편이지만, 유시민 작가가 진도로 홀로 여행을 떠난 이유가 참 좋았다. 


진도는 팽목항만 있는 게 아니다;

목포 전 일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김대중의 가치, 세월호 참사와 팽목항



목포 여행에 누구보다 들떴던 인물은 유시민 작가였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유 작가가 한껏 들뜬 이유는 마지막 부분에 모두 드러났다. 목포하면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었던 그곳은 한일병탄 후 곡물들을 일본으로 빼가던 역할을 하던 곳이다 보니 목포에는 여전히 적산 가옥이 많다. 


군산 역시 비슷한 항구 역할을 하다 보니, 그곳에도 여전히 적산 가옥들이 많이 남아 있다. 잘못된 역사도 보존의 가치는 존재한다. 파괴하는 것이 답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영웅시 하는 동상 등이 아닌 건축물의 경우는 오욕의 역사라도 보존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전 영사관 자리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그리고 소녀 옆 빈 자리에 어린 아이가 앉고, 이를 사진 찍어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현대사를 가장 잘 대변한 모습이기도 하다. 오욕의 역사와 이를 잊지 않으려는 후대의 노력이 하나로 모인 것이 바로 그 한 장면 안에 모두 들어가 있었으니 말이다. 


유 작가가 지구에서 두 번째로 맛있다고 표현한 순대국밥 집을 시작으로 이들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개인 여행을 가지고 저녁에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하는 형식은 <알쓸신잡> 만의 특징이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들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었다. 


국밥을 먹는 민족은 그리 많지 않다. 국물에 뭔가를 넣어 먹는 행위는 가난하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는 식문화다. 세계 1, 2차 대전의 중심에 섰던 독일에도 국밥과 비슷한 '아인 토프'가 존재했다. 전쟁으로 인해 물자가 부족해진 그들에게 남은 음식을 모두 끓여 먹은 이 스프는 유용한 먹거리였을 것이다. 


진도개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한 없이 아이처럼 즐거워하던 유 작가는 개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왜 개는 인간과 그렇게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었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최근 논문 중 개들이 인간에게만 보이는 표정이 존재한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살아남기 위해 인간과 닮아가려 노력한 흔적이 개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 유희열은 동물학자의 말을 빌어, 강아지가 하는 행동들은 인간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본능적인 움직임일 뿐 인간이 속고 있다는 것이다. 늑대과인 개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이지만, 인간은 그 행동이 자신을 좋아해서 하는 것이라 착각한다는 것이다. 


목포 구 시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적산 가옥들, 그리고 화신 백화점과 (구)호남은행 건물들은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건축물을 통해 과거 난로세와 창문세가 존재했다는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최초의 극장은 고딕 성당이라는 유현준 교수의 발언은 흥미로웠다. 


과거 건축물에 남겨진 흔적들은 글을 모르던 이들에게 미디어 개념을 건축을 통해 보여준 것이라는 말이다. 현대로 오면서 그 미디어는 TV로 빼앗겼고, 건축물은 무미건조해져 버렸다는 건축가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건축물은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풍성해지니 말이다.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김 시스터즈의 유래와 대한민국 최초의 걸그룹이 이난영이 속했던 저고리 시스터즈라는 사실. 그리고 이를 만든 이가 바로 이난영의 남편이자 당대 최고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였던 김해송이었다는 이야기 역시 목포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갑각류는 인간과 전혀 다른 종이다. 물렁한 살 속에 뼈가 있는 인간과 달리, 갑각류는 외부가 단단하다. 이 단단한 외부를 가진 갑각류도 성장을 한다. 그럼 어떻게 성장하는 것일까? 그건 탈피다. 자신을 보호하던 단단한 외피를 벗어내야만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장 박사의 발언은 흥미로웠다. 


인간 역시 가장 약해지는 순간이 성장을 하는 시기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뇌과학자가 건네는 특별한 한 마디였다. 자신의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만한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 박사가 꼭 가보고 싶었다는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찾은 장 박사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그리고 이어진 유시민 작가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태생적으로 전라도 출신이라는 것은 정치인 김대중에게는 멍에였다. 경상도 출신이 권력을 잡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전라도는 배척의 공간일 뿐이니 말이다. 그리고 김대중을 제대로 바라봐야 하는 대목은 그의 정치 철학이었다. 


"어느 분야에서나 성공하려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많은 어록 중 이를 유 작가가 꺼낸 이유라고 한 부분은 명확했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결합된 이 발언은 양비론의 비판 받고 극단적 비난의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 감각이 없으면 제대로 된 정치가 불가능해지지만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시대는 그렇게 고난의 길만 걷게 요구했다. 


그 어느 때보다 조바심을 내고 들뜨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했던 유시민 작가는 정서적으로 흔들린다고 고백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시절을 함께 했던 정치인 유시민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그리고 유 작가가 진도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홍보를 한 이유는 참 울컥하게 만들었다. 


2014년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팽목항은 3년 동안 슬픔의 공간이 되었다. 사고 후 진도를 찾는 이들이 급감했다고 한다. 그전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던 곳이었다. '운림산방'의 멋진 공간적인 멋만이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명랑해전 장소인 '울돌목'을 확인할 수 있고, 진도개 테마파크, 금치산 전망대, 세방낙조 전망대 등 진도에서 느낄 수 있는 많은 공간들을 소개하기에 여념이 없는 유 작가는 무슨 사명감을 가진 듯 보였다. 


너무 아프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그 상처로 인해 진도를 찾지 않는 관광객들을 이해한다고 했다. 진도 군민들은 이 말을 전혀 하지 않지만, 지난 시간 동안 관광업이 붕괴되며 엄청난 고통을 견디고 있다. 그 고통 속에서도 애써 아프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그들을 위해 이제는 우리가 위로를 건넬 때라는 유 작가의 이야기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들뜨고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곳에 있었다. '진도 군민에게도 이제는 위로가 필요다'며 참사의 아픔을 안에서 삭이고 이겨내고,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를 해야 한다는 유 작가는 진도대교 건너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말이 정답이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 돌아가는 풍경"


시인과 촌장의 '풍경'이라는 노래는 가장 적합한 노래였다. 일상을 찾지 못한 채 3년 반 동안 희생자의 아픔과 함께 해야 했던 진도 군민들은 그 아픔마저 남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밭농사와 적은 어선이 전부인 진도. 그나마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며 살아가던 그들에게 3년 반이라는 시간은 지독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문제를 풀어내야 할 권력자는 그 날의 진실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한심한 극우주의자들은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조롱하기에 바빴다. 짐승보다 못한 시간을 버텨내며 속으로 삭이기만 했던 그들도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가족들고 그리고 사고 지역과 가장 가까웠다는 이유로 힘들었을 진도도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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